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현대인들이 건강을 위해 많이 하는 운동이 달리기 즉 조깅인데요. 요즘은 조깅의 새로운 형태인 ‘플로깅’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북유럽 스웨덴에서 시작된 플로깅은 달리기를 뜻하는 ‘조깅’에 스웨덴어로 ‘줍다’라는 뜻의 ‘플로카업(Ploka Upp)’의 합성어로, 달리기를 하면서 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라고 합니다. 건강과 환경을 모두 생각하는 운동, 플로깅을 워싱턴 D.C. 거리에서 만나보시죠.
“첫 번째 이야기, 달리면서 쓰레기 줍는 운동‘플로깅’”
[현장음:워싱턴 D.C. 플로깅 하는 사람들]
햇살이 비치고 산들바람이 부는 아침. 플로깅을 하기에 최상의 날씨입니다. 제프 호로위츠 씨는 친구 2명과 함께 플로깅을 하고 있는데요. 조깅을 하면서 무작정 쓰레기를 줍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플로깅을 할 때도 나름 규칙이 있다고 하네요.
[녹취: 제프 호로위츠] “달리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 앞에서 몸을 굽혀 쓰레기를 주우면 안 됩니다. 그러다간 다 같이 넘어질 수 있으니까요. 만약 세 명이 달린다면 일종의 자신의 구역을 정합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이 갓길 쪽을 맡으면 한 명은 하수구 쪽을 맡고 또 다른 한 명은 울타리 쪽을 맡는 식이죠. 이렇게 자신이 맡은 구역만 신경 쓰면 서로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뛸 수 있어요.”
제프 호로위츠 씨는 체육관 개인 지도 강사입니다. 호로위츠 씨는 오래전부터 이렇게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주웠다는데요. 몇 년 전부터 이 운동이 ‘플로깅’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했습니다.
[녹취: 제프 호로위츠] “저는 도덕적인 차원에서 시작했어요. 조깅을 하면서 눈에 띄는 쓰레기가 있으면 지나치지 않고 꼭 주웠죠. 운동 전문가로서 하나의 실험처럼 생각하기도 했고요. 뛰는 걸 멈추지 않고도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통에 넣을 수 있나, 나름 실험을 해 본겁니다.”
플로깅을 하기 위해선 준비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녹취: 제프 호로위츠] “플로깅을 하러 나서기 전에 먼저 체육관에서 ‘스쿼트’라고 하는 쪼그려 앉기 운동을 합니다. 이어서 유연성과 균형을 잡는 동작도 하죠. 이렇게 준비운동을 한 후 출발하는데요. 또 한 가지 플로깅을 하러 갈 때 필요한 게 장갑입니다. 안전하게 운동을 해야 하니까요. 가끔 깨진 유리 조각 같은 것도 줍곤 하는데, 좋은 취지로 시작했다고 해도 다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겠죠.”
호로위츠 씨와 함께 플로깅에 나선 데이나 앨런 씨는 스포츠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데이나 앨런] “전 플로깅을 매일 하진 않습니다. 보통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에 해요. 즐겁게 달리고 쓰레기도 줍고, 마치고 나서 사람들과 이른 점심 식사를 함께 합니다. 일종의 스포츠 이벤트로 즐기는 거예요.”
플로깅은 또한, 워싱턴 D.C.의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회도 된다는데요. 워싱턴 D.C. 청정도시국의 줄리 로슨 씨의 설명입니다.
[녹취: 줄리 로슨] “거리에 쓰레기가 많고 더러우면 그 동네나 지역 사회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갖게 됩니다. 치안도 좋지 않을 거란 생각을 갖게 되죠.”
뿐만 아니라 플로깅은 워싱턴 D.C.가 야심 차게 진행중인 운동 장려 캠페인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녹취: 줄리 로슨] “FitDC라고 해서 워싱턴 시장실에서 추진중인 운동 장려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D.C.를 다시 미국에서 가장 운동을 많이 하는, 건강한 도시로 만들자는 캠페인입니다.”
이런 운동 캠페인에 부응하면서 도시까지 깨끗하게 가꿀 수 있으니 플로깅은 그야말로 1석 2조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죠? 데이나 앨런 씨는 플로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녹취: 데이나 앨런] “저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바닥에 버릴 때 한 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돌아보면 골목마다 휴지통이 다 있거든요.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는 것,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플로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런 노력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또 동참함으로써 조금 더 깨끗한 도시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내년 개장을 앞둔 자유의 여신상 박물관”
미국을 보여주는 책자나 엽서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횃불을 든 거대한 여성 동상인 ‘자유의 여신상’ 입니다. 미국 독립 100주년을 축하하며 프랑스가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은 1876년 10월 완공됐는데요. 이후 자유와 희망의 상징이 됐죠. 자유의 여신상은 매년 4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뉴욕 최고의 관광지이기도 한데요. 현재 새로운 ‘자유의 여신상 박물관’ 공사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현장음: 자유의 여신상 박물관 공사 현장]
1892년, 미국 정부는 자유의 여신상 바로 옆에 위치한 엘리스 섬에 이민국 건물을 세웠습니다. 1954년 문을 닫을 때까지 1천200만 명의 이민자 입국 심사를 바로 이곳에서 했는데요. 미국을 찾은 이민자들을 제일 먼저 반겼던 것이 바로 자유의 여신상이었습니다.
이민자들에게 자유의 땅을 밟았다는 희망을 줬던 자유의 여신상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디자인 시공업자인 니콜라스 개리슨 씨는 처음 공사를 하러 왔을 때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니콜라스 개리슨] “공사를 위해 처음 리버티 섬에 왔을 때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게 됐죠. 그러면서 이 섬이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성스로운 장소인지 다시금 깨닫게 됐습니다.”
현재 한 해 자유의 여신상을 방문하는 사람은 450만명에 가깝지만,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자유의 여신상 발 아래 위치한 박물관을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방문객의 1/5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박물관과 공원이 개장하면 자유의 여신상을 찾은 사람 모두 박물관을 찾아 역사적 발자취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박물관 시공회사 수석 디자이너인 에드윈 슐로스버그 씨는 머릿속으로 이런 공간을 그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에드윈 슐로스버그] “우리는 박물관을 통해 자유의 여신상의 의미, 즉 우리에겐 자유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를 원합니다.”
자유의 여신상을 찾은 관광객들은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았는데요.
[녹취: 관광객들]
코스타리카에서 온 관광객은 미국 땅을 밟은 이민자들이 평등과 박애를 위해 싸운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자유의 여신상이라고 했고요. 스페인에서 온 관광객은 나를 위한 자유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새롭게 문을 열 박물관은 93m에 달하는 자유의 여신상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는 가상 현실 체험관을 비롯해 과거 희귀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역사 사진관도 마련돼 있습니다. 특히 최초의 자유의 여신상에 설치됐던 횃불도 전시되는데요. 여신상이 처음 세워질 당시에는 등대 역할을 하기 위해 횃불에 조명이 설치돼 있었는데 1980년대에 철거됐죠.
뿐만 아니라 박물관의 통유리 벽을 통해선 자유의 여신상뿐 아니라 뉴욕 맨해튼 시의 마천루도 볼 수 있는데요. 디자인 시공을 책임진 니콜라스 개리슨 씨는 박물관이 밝은 미래를 꿈꾸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니콜라스 개리슨] “저는 새로운 박물관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되기보다는 미래를 지향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목적 그 자체로 영감을 주는 공간이자, 자유의 여신상과 더불어 미국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천400제곱미터 규모의 자유의 여신상 박물관은 내년 5월 문을 열 예정입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