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손전화를 만드는 유명한 중국 회사, ‘화웨이’ 재무책임자가 캐나다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격렬한 반대 시위를 불러일으킨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했고요. 미 의회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유명통신장비 회사, ‘화웨이’ 재무책임자가 캐나다에서 체포됐다고요?
기자) 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1일 캐나다 사법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캐나다 법무부가 이런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는데요. 이번 조치는 미국의 요구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멍 CFO가 조만간 미국으로 이송될 것으로 주요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국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체포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혐의 내용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캐나다 법무부가 밝혔는데요. 멍 CFO에 대한 보석 심리를 7일 진행한다고만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언론은 화웨이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어긴 게 멍 CFO 체포 사유라고 보도했고요.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지난 2016년부터 이란·쿠바·수단·시리아에 대한 금수 조치 위반과 관련해 화웨이를 조사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조치를 어겼기 때문이라고, 언론이 추정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기업의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화웨이가 이란에 수출한 게,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거론되는데요.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대북한·대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중싱텅쉰(ZTE)에 7년 동안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진행자) ZTE 문제는 그리고 나서, 어떻게 됐었죠?
기자) 미국 퀄컴에서 손전화 핵심부품인 ‘칩’을 공급받지 못하게 돼, ZTE는 폐업위기에 몰렸는데요. 결국 ZTE가 미국 정부에 거액 벌금 납부하고, 경영진 교체와 미국이 지정하는 준법 감시인 배치를 수용하고서야 제재가 풀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처를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체포된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화웨이 창업주인 런정페이 회장의 딸입니다. CFO 직책과 함께, 화웨이 이사회 부의장도 맡고 있는데요. 향후 회사를 이끌 후계자로 유력하게 꼽힙니다.
진행자) 체포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이 크게 반발했다고요?
기자) 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구금 이유를 즉각 밝히고, 당사자를 석방해 정당한 권리를 찾게 하라”고 촉구했는데요. 이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 당국에 “엄정한 교섭”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화웨이 측도 성명을 냈는데요. 멍 CFO가 체포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며, "미국과 캐나다 사법 제도가 정당한 결론에 이를 것이라고 믿는다"고 적었습니다. 중국 언론은 이보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미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언론은 뭐라고 합니까?
기자) “미국이 화웨이의 국제적 신뢰를 훼손해, (소비자들이) 화웨이 상품을 사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관영 국제전문지 환구시보가 주장했고요. 인민일보는 미국이 제재에 관한 국내법을 국제적으로 적용시키려한다면서, “미국 패권주의의 본질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태”라고 인터넷 사회연결망(SNS)에 적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프랑스 정부가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고요?
기자) 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류세 인상을 내년에 시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5일 엘리제궁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당초 계획대로 유류세를 올리되, 시기를 내년 1월 1일에서 6개월 연기한다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담화를 낸 지 하루 만인데요. ‘연기’ 발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시위대의 반발에, 프랑스 정부가 사실상 두 손을 든 것으로 언론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류세 인상 문제를 놓고,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반대 시위가 격렬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세금 수입을 늘리기 위해 내년부터 각종 연료에 붙는 세금, 유류세를 올리기로 했는데요. 세금 부담 증가에 반대하는 시위가 주요 도시에서 몇 주째 계속됐습니다. 시위대는 유류세 인상을 포함한 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하라면서, 마크롱 정부 퇴진 요구까지 내놨습니다.
진행자) 시위가 한 달 가까이 계속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파리 시내에서 차량이 불타고, 문화재가 파손되는 등 폭동 양상으로 발전했는데요. 시위대가 단결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자동차에 의무적으로 비치하도록 한 안전용품, 노란빛 형광 조끼를 입고 나섰기 때문에, 언론은 ‘노란 조끼(gilet Jaunes)’ 운동이라고 불렀습니다. 노란 조끼 운동을 주도하는 노동조합 측은 오는 주말에도 대규모 집회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시위대 측은 마크롱 정부의 개혁조치 때문에 프랑스 국민이 더 살기 힘들어졌다. 그런 이야기군요?
기자) 맞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시위대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는데요. 이번 사태를 몇 개의 수치로 정리해 설명했습니다. 먼저 1천700유로, 프랑스 사람들이 세금이나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매달 집에 가져가는 소득의 중간값인데요. 미국 돈으로 1천930달러 정도입니다. ‘노란조끼’ 시위대는, 이 돈으로 집세를 내고, 식료품을 사기에도 퍽퍽한데 유류세까지 올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한 겁니다.
진행자) 프랑스가 서유럽의 잘 사는 나라인데도, 소득 중간값이 1천930달러면, 그렇게 많지 않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간값’이 그 정도니까, 프랑스 노동자 절반은 한 달에 1천930달러도 못 번다는 이야기인데요. 잘 사는 나라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빈부 격차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의 5배 가까이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을 설명하는 다른 수치들, 또 어떤 게 있나요?
기자) 다음은 가장 중요한 수치인데요. 9.1%, 바로 실업률입니다. 경제활동을 하길 원하는 사람들 열 명 중 한 명은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건데요. 이웃나라 독일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마크롱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취임 당시 10.1%에서 크게 개선하진 못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 실업률이 4%도 안 되는데, 미국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거네요, 또 어떤 수치가 있습니까?
기자) 32억 유로, 마크롱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준 규모입니다. 미화로 36억3천만 달러에 달하는 큰돈인데요. 이게 프랑스 일반 대중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합니다.
진행자) 프랑스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준 이유는 뭔가요?
기자) 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부자들이 세금 낼 돈을 시중에 돌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는데요.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 주식 거래와 사치품 구매에 포괄적으로 매기던 부유세를 사실상 폐지했습니다. 세목을 부동산으로만 한정했는데요. 귀금속이나, 고급자동차, 요트 같은 것들을 살 때 붙는 부유세는 완전히 없앴습니다.
진행자)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볼 땐, 탐탁지 않을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법인세율도 내렸는데요. 반면에 해고는 쉽도록 노동법을 개정하고, 연금 지금액 증가 폭은 제한했습니다. 부자와 기업들에는 유리하지만, 서민들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가중된 걸로 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5일 유류세 인상 철회를 발표하면서, 부유세 관련 정책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 의회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 피살 사건이, 미-사우디 관계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는데요. 사우디 왕실에 이 사건 책임을 묻고, 당국을 제재하는 결의안을 미 의회가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하는 움직임에, 집권 공화당 의원들도 가세했는데요. 양당 의원들은 6일 회동하고, 구체적인 결의안 내용과 상정 계획을 논의했습니다.
진행자) 카쇼기 씨 피살 사건이 어떤 일이었는지, 먼저 돌아보죠.
기자) 자말 카쇼기 씨는 사우디 출신 언론인입니다. 지난해부터 미국에 머물면서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했는데요. 사우디 왕실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10월, 터키 국적 약혼자와 혼인 관련 서류를 떼기 위해 이스탄불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습니다. 영사관 측은 사건 직후, 카쇼기 씨가 제 발로 걸어 나갔다고 했는데요. 사우디 당국이 보낸 요원들이 영사관 내부에서 카쇼기 씨를 살해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사우디 당국이, 카쇼기 씨의 반체제 기고 활동을 곱지 않게 보고 목숨을 앗아간 건가요?
기자) 터키 수사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요원들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지시를 받아서, 일을 벌였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런 정황을 담은 녹음 자료도 미 중앙정보국(CIA) 등과 공유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사우디 당국은 카쇼기 씨가 영사관에서 피살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왕실의 개입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 상원이 사우디에 제재를 추진하는 건, 왕실이 이 사건에 개입한 증거가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빈살만 왕세자가 연루된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최근 밝혔습니다. 오히려, 연루 안 됐을 가능성은 ‘제로(0)’라고 강조했는데요. 4일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부터 비공개 브리핑을 받은 직후, 그레이엄 의원은 스모킹 쏘(smoking saw), ‘연기 나는 톱’이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진행자) ‘연기 나는 톱’이란 게 무슨 뜻인가요?
기자) 어떤 사건의 결론을 내릴 만한 명확한 증거를, 영어로 ‘연기 나는 총’, 스모킹 건(smoking gun)이라고 하는데요.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의회에 출석해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카쇼기 씨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볼만한 “스모킹 건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스모킹 쏘가 있다”면서 반박한 건데요. 사우디 요원들이 카쇼기 씨를 살해한 뒤 톱으로 시신을 훼손했다는 수사 결과에 빗대 이렇게 설명한 겁니다.
진행자) 같은 사건에, 미 의회와 정부의 입장이 다른 것 같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이 사건에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최근 독일과 덴마크를 비롯한 서방 각국이 사우디와 무기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등 제재 조치에 나섰지만, 미국 정부는 이 같은 흐름에 참가하지 않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을 빈살만 왕세자가 지시했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면서 “사우디는 여전한 동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최근 빈살만 왕세자가 관여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 의회가 추진중인 결의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기자) 군사협력 축소가 핵심입니다. 사우디가 아랍연합군을 주도해서 예멘 내전에 참가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을 철회하는 조치가 들어갑니다. 또한 향후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도 제한하도록 할 전망입니다.
진행자) 결의안 처리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미 상원에서는 압도적인 표차로 절차투표를 통과됐는데요. 본회의 최종 표결에서 같은 내용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할 수 있다면 언제 표결할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수당이자, 트럼프 대통령 소속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 대표가 결의안 처리에 미온적이기 때문인데요. 최소한 다음 주까지는 표결이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6일 ABC 방송에 밝혔습니다.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하원에서 같은 결의안이 채택될지는 또 미지수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