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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트럼프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것 들어주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3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회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3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회담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전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르헨티나 미-한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되는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북 관계가 장기 교착 상황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0일 아르헨티나에서 만났습니다.

두 정상은 이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에서 별도로 만났습니다. 회담은 배석자 없이 통역만 배석하는 단독회담 형식으로 진행됐고, 두 정상은 악수 뒤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비공개 회담에 들어갔습니다.

30분가량의 회담이 끝나고 백악관과 청와대는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성명을 각각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북한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재를 강력히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두 정상이 의견을 함께 했다고 말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발언은 다음날인 1일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 다음 순방지인 뉴질랜드로 향하는 기내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비핵화 상응 조치가 반드시 제재 완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상응 조치는 반드시 제재 완화나 해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한-미 군사훈련 연기·축소도 일종의 상응 조치일 수 있고, 인도적인 지원이나 스포츠 교류, 예술단 왕래 등 비정치적인 교류도 있을 수 있죠. 남북이 한 것처럼, 실제 철도 연결은 제재 해결 이후에 하더라도 그 때를 대비한 사전 조사·연구 작업을 미리 하는 조치도 있을 수 있고, 정치적 선언으로서 종전 선언도 생각해 볼 수 있죠, 이렇게 대체로 포괄적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전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유럽을 순방하면서 “북한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와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재 완화 대신 종전 선언 등으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겁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연구소의 래리 닉쉬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발맞춰 선택적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닉시] ”South Korea proposed president Trump a alternative strategies alternative selective lift sanction.."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평화촉진자 역할을 자임하고 노력을 해왔는데, 미국, EU도 CVID까지는 제재 완화는 어렵다는 얘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현실적으로 제재 완화를 얘기하는 것은 설득력도 떨어지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미-한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도 상당히 논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지금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에 대해서도 아주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라는 점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이에 같은 인식을 했고요.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서울 답방할 경우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그 메시지를 전해 달라는 그런 당부를 저한테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메시지인가 하면 어쨌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우호적인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또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고, 그런 만큼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남은 이 합의를 다 마저 이행하기를 바라고, 또 김정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자기가 이루어 주겠다, 이런 메시지를 전해 달라는 당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

주목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김 위원장이 ‘원하는 바를 이뤄주겠다’고 말했다는 대목입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면 대북 제재를 완화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한국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합니다.

[녹취: 조한범] ”만일 그걸 한다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경제발전을 도와주겠다는 것이고, 그 조치(비핵화)를 취하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의 완전한 해제는 아니더라도 단계적인 대북 제재는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실제로 요즘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핵 신고 등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도 양보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앙일보'는 지난 4일 워싱턴발 기사에서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사찰을 허용하는 등의 비핵화 초기 단계를 이행할 경우 미국은 일부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물질을 국제원자력기구 (IAEA)에 신고하거나, 영변 핵 시설 사찰을 허용할 경우 미국이 일부 제재의 해제나 식량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은 또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은 지난 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비공개 접촉을 가졌습니다. 이날 접촉에는 미국 측에서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센터장이 북한 통일전선부 소속 당국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이 자리에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모종의 ‘상응 조치’를 북측에 전달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안보리 결의를 조정하는 조치는 좀 제한되겠지만 미국이 해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뭔가 북한에 유인책을 제시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또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공영방송인 `NPR'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성과가 있으면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미국은 지난 24일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대해 안보리 제재 적용을 면제하는데 동의했고, 민간단체인 유진벨 재단의 300만 달러 상당의 대북 물품 반입도 승인했습니다.

앞서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내년 3월로 예정된 미군과 한국군의 대규모 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을 축소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아르헨티나 미-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의 성격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9월 평양 공동선언에 따른 것으로 남북관계 맥락에서 추진됐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미-북 간 비핵화 대화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서울 답방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일종의 비핵화 예비회담 성격을 띄게 됐다고 문성묵 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와서 4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비핵화를 위한 한층 진전된 의지를 담은 서울 코뮤니케 정도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게 나오면 서울 답방이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를 촉진하는 결과가 될 수 있죠.”

이 같은 상황 변화는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일정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당초 한국 정부가 생각하던 시나리오는 미-북 고위급 회담- 2차 미-북 정상회담-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 순서였습니다. 미-북 간에 비핵화와 제재 완화에 대해 절충이 이뤄지면 그에 발맞춰 남북관계도 개선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북 관계가 한 달 이상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서울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비핵화에 대한 모종의 절충안을 만들고 이를 통해 미-북 2차 정상회담으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서울 답방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조치를 만들어내고,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호응해 그 정도면 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하자고 일정을 잡자고 발표할 수 있고, 아마 이런 수순이 아르헨티나 정상회담에서 이런 그림이 그려진 것이 아닌가.”

문제의 핵심은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제재 완화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서울을 방문해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밝히느냐 여부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 상황을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새로운 조-미 관계, 남북관계를 약속했는데, 서울 답방도 못하고 북-미 정상회담도 날짜를 못 잡으면 신년사에서 발표할 내용이 곤궁하죠. 서울 답방을 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아야만 김 위원장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반드시 와야 합니다.”

그러나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미-한 연합군사훈련 같은 커다란 반대급부가 없는 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 “Why going to Seoul…”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을 지켜본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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