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12월 25일은 기독교의 축일이자 미국의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마스입니다. 미국 곳곳에선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히며 연말 분위기기 물씬 나는데요. 미국 대통령의 관저인 백악관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각종 파티와 행사로 분주합니다. 특히 백악관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은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는데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미국의 보물(American Treasures)’이라는 주제로 꾸민 올해 크리스마스 장식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해보죠.
“첫 번째 이야기, 미국 영부인들의 전통,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
[현장음: 백악관 크리스마스트리 도착 현장]
지난달 19일, 백악관을 환히 밝혀줄 크리스마스트리가 도착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농장에서 벌목한 6m 높이의 전나무가 2마리의 말이 끄는 녹색 마차에 실려 백악관 정문에 도착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직접 나와 크리스마스트리를 맞이했죠.
영부인으로서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는 멜라니아 여사는 크리스마스트리의 도착과 함께 본격적인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에 들어갔는데요. ‘백악관역사협회’의 매튜 코스텔로 씨는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은 미국 영부인들의 오랜 전통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매튜 코스텔로] “백악관에 매년 크리스마스트리를 들이는 전통은 1961년, 재클린 케네디 여사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크리스마스트리와 백악관 전체를 장식했죠. 이후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은 역대 영부인들의 주도하에 진행됐습니다.”
올해 멜라니아 여사가 선택한 주제는 바로 ‘미국의 보물’입니다. 멜라니아 여사가 주도하고 있는 ‘Be Best’, ‘최고가 되자’가 새겨진 장식물이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리기도 했고요. 방마다 미국 국기에 등장하는 3가지 색, 빨강, 파랑, 흰색을 주제로 꾸며졌는데요. 영부인 집무실이 있는 ‘이스트윙(East Wing)’으로 향하는 통로에 들어선 빨간색 트리는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흔히 쓰는 초록색 나무가 아닌 아무 장식이 없는 빨간색 트리이다 보니 사람들이 기괴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녹취: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하지만 멜라니아 여사는 이런 논란에 대해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모두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이 보기엔 아주 멋지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백악관의 크리스마스트리가 화제의 중심이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00년대 초,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자리 잡기 전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들인 아치가 옷장 안에 멋지게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숨겨놓았다고 합니다.
[녹취: 매튜 코스텔로] “백악관에서 전해오는 유명한 일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당시 언론은 루스벨트 대통령 가족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할 것인가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기자들이 관심을 갖고 기다리니까 어린 아들인 아치가 직접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 거였죠.”
그런가 하면 멜라니아 여사가 선보인 빨간색을 주제로 한 장식 역시 백악관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빨간색 겨울 열매인 크랜베리 나무가 백악관에 장식되기 시작한 건 197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인데요. 이후 붉은색 장식은 백악관 장식에서 빠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매튜 코스텔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가 빨간색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첫 영부인 초상화에도 빨간 옷을 입고 있고요. 백악관 공식 식기세트도 빨간색이었습니다. 이번에 멜라니아 여사의 빨간색 트리가 화제가 되고 있지만, 백악관에 빨간색 장식이 자리 잡게 한 사람은 낸시 레이건 여사입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는 ‘호두까기 인형’이라는 주제로, 힐러리 클린턴 여사는 ‘산타의 작업실’이라는 주제로 꾸미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멜라니아 여사는 ‘미국의 보물’이라는 주제로 백악관을 꾸몄는데요. 영부인들에 따라 주제는 다 다르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감사와 기쁨을 표현하는 그 마음만큼은 변함없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미국 테네시주의 자랑, 잭 다니엘스 위스키”
잭 다니엘스(Jack Daniel's) 위스키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술입니다. 그런데 이 술이 생산되는 곳은 미국 남부 테네시주의 린치버그(Lynchburg)로 아주 작은 마을이라고 합니다. 과연 어떤 과정을 거치길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세계적인 위스키가 탄생한 걸까요?
[녹취: 제프 아넷 “테네시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를 떠올립니다. 하나는 음악이고요 또 하나가 위스키죠. 그런데요, 음악과 관련해서는 아주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테네시주가 배출한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를 꼽을 수도 있고, 컨트리 음악을 떠올릴 수도 있죠. 하지만 위스키는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잭 다니엘스 위스키죠.”
잭 다이엘스 위스키 양조장의 증류 전문가인 제프 아넷 씨의 이런 설명은 과장이 아닙니다. 전 세계로 수출되는 잭 다니엘스 위스키는 오직 이 양조장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잭 대니얼스 위스키의 창업자 잭 대니얼은 지금의 양조장이 있는 린치버그 골짜기를 약 2천 달러에 사들였다고 합니다. 양조장 관광안내원인 벤 스피어스 씨의 설명을 들어보죠.
[녹취: 벤 스피어스] “잭이 이 골짜기를 살 때 3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선, 이 골짜기 물에는 철분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철분이 있으면 술의 색이나 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철분 성분이 있으면 위스키 제조를 망칠 수도 있죠. 그런데 여기가 석회암 지역이다 보니 철분이 석회암을 통과하면서 자연 정제되는 겁니다. 반면 석회는 칼슘과 마그네슘을 많이 포함하게 되는데요. 이 두 성분은 반대로 위스키 생산에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위스키를 생산할 때 냉각작용을 위해 차가운 물이 필요한데 이 지역 골짜기의 온도가 매우 낮습니다. 1년 내내 13도를 유지하죠.”
이렇게 위스키를 제조하기에 완벽한 환경에서 잭 대니얼스가 탄생했는데요. 위스키이 제조 과정을 보면, 제일 먼저 물에 곡물을 갈아 넣고 잘 섞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곡물의 비율은 옥수수 80%, 보리 12%, 호밀 8%인데요. 여기에 효모를 넣고 발효과정을 마친 후 증류에 들어갑니다.
[녹취: 제프 아넷] “잭 다니엘스 위스키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만듭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효모도 바로 이 지역에서 수확된 것이죠. 위스키 양조에 쓰이는 물 한 방울까지 다 이 지역에서 난 겁니다. 따라서 만약 우리 위스키를 다른 지역에서 제조한다면 같은 잭 다니엘스라고 해도 맛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위스키 제조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숯인데요. 숯 역시 지역에서 나는 단풍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16층으로 쌓은 단풍나무를 1주일에 3번씩 태운다고 하는데요.
[녹취: 벤 스피어스] “숯을 보면 여전히 연기가 나지만 뜨겁지는 않습니다. 이게 바로 ‘활성탄’인데요. 자연적인 여과 장치인 셈입니다.”
위스키를 가득 채운 큰 통은 겹겹이 쌓은 숯과 함께 사흘에서 닷새간 보관되는데 이런 자연 여과 과정은 위스키를 생산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스키를 시음한 후 다시 큰 통에 담는데요. 이때부터는 기다림의 과정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녹취: 벤 스피어스] “바로 숙성과정을 거치는 겁니다. 위스키가 충분히 숙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4년이 지나고 난 후 다시 시음을 합니다. 맛도 좋고, 보기에도 좋고, 향도 좋은지 다 확인한 후 판매를 할지 안 할지 판단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린츠버그에선 세계적인 잭 대니얼스 위스키가 만들어 지지지만, 정작 주민들은 상점에서 위스키를 살 수 없다고 하는데요. 린치버그가 속한 무어카운티는 술을 마시는 건 허용하지만, 상점에서 술을 파는 건 금지하는 일명 ‘드라이 카운티(dry county)’이기 때문입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