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세계 200여 개국 대표들이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한 세부 이행지침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파리 기후변화협정 체결 3년여 만에 후속 조치에 한 걸음 다가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자말 카쇼기 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규탄하는 미국 상원 결의안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통합교회를 세우기로 한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 후속 조치가 마련됐다고요.
기자) 네, 지난 12월 3일부터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전 세계 200여 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4)가 열렸는데요. 약 2주간의 난항 끝에 지난 주말, 파리 기후변화협정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각국 대표들은 16일,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한 세부 '이행지침(rulebook)'을 채택했습니다.
진행자) 당초 이번 기후변화 회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는데요, 그래도 합의가 도출됐군요.
기자) 네, 이번 당사국 총회는 지난 2015년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파리 기후변화협정의 이행지침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렸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협상이 쉽지는 않았다는 전언입니다. 이번 당사국 총회 일정이 원래는 3일부터 14일까지였는데요. 예정됐던 종료일을 하루 넘겨 현지 시각으로 15일 밤 자정 가까이, 간신히 이행지침을 채택하는데 성공했을 만큼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습니다.
진행자) 이행지침이 마련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관측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미하우 쿠르티카 전 폴란드 에너지 부장관은 회의를 개최하기 전, 파리협정 당시와 지금은 지정학적으로 많이 달라졌다면서, 이번 당사국 총회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려면 기적이 필요하다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는데요. 쿠르티카 총회 의장은 이행지침이 극적으로 마련되자, 단상에 올라가 춤까지 추며 기쁨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힘든 협상이었다며,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파리협정이 체결된 지 3년여 만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5년 12월에 채택됐는데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대비, 섭씨 1.5도에서 2도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탄소 배출 감축량 선정 방식과 개도국에 대한 경제 지원 등 상세 규정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는데요. 지난 2016년 회의에서 올해까지는 구체적인 이행지침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진행자) 이행지침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까?
기자) 파리기후변화협정은 5년마다 회원국이 자체적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시할 의무만 있었는데요. 앞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등 당사국은 모두 동일한 기준과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 이행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하기로 했습니다. 선진국들은 또,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된 기술을 개도국에 이전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평가하기로 했고요. 또 선진국들이 개도국에 재정적 지원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도 보고에 담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선진국들이 개도국에 왜 재정적 지원을 하는 건가요?
기자)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과 해안, 도서 지역 취약국들은 지구온난화와 오염의 책임 정도가 훨씬 작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더 많은 재정 부담을 져야 한다는 건데요. 이와 관련, 지난 2009년 선진국들은 오는 2020년까지 취약한 나라들의 기후 관련 사업을 위한 '녹색기후기금(GCF)'을 연간 1천억 달러씩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700억 달러밖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에서 또 어떤 것들이 다뤄졌습니까?
기자) 네, 지난 10월 한국 인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마련된 '1.5도 특별보고서' 채택 여부도 관심이 쏠렸는데요. 하지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쿠웨이트 등이 반대하면서 채택에 실패했습니다. IPCC의 특별보고서는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제적으로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죠?
기자)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는데요. 하지만 탈퇴 선언 후 3년까지는 공식 탈퇴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은 2020년 11월까지는 당사국의 지위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번 회의에도 참가했고요. 이행 지침 채택에도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고위 관료 없이 실무급 관계자 중심으로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총회에서는 또 공정성이 특히 강조됐다고요.
기자) 네, 이번 24차 총회 개최국인 폴란드는 선언문에 '공정한 전환'을 반영했는데요. 공정한 전환이란 저탄소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취약계층을 사회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존 감축 목표를 강화하는 방안이나 개도국에 대한 구체적인 재정 지원 방안 등 명확한 규정이 없고, 민감한 사안은 다음 회의에 다루기로 하면서, 이번 총회 합의로 인한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음, 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어디서 열리게 되나요?
기자) 내년에 브라질에서 열릴 예정인데요. 하지만 브라질 외교부는 총회를 앞두고 지난 28일, 재정 문제와 정권 교체 등의 이유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브라질 개최를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자이루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인은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철회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미국 상원을 비판하고 나섰다고요.
기자) 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규탄하는 미국 상원 결의안을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동 우방국인 사우디 정부가 미국 정계를 비판하고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진행자) 미국 상원이 어떤 결의안을 내놨습니까?
기자) 네, 미국 상원이 지난 13일 사우디 관련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는데요. 결의안에는 빈살만 왕세자를 규탄하며 카쇼기 씨 사건과 관련 있는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상원은 이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상원은 또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면 내전에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이날, 56대 41로 채택했습니다.
진행자) 상원 결의안이 나온 지 며칠 만에 사우디 정부가 이에 대한 반박하는 발표를 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우디 외교부는 17일 장문의 성명에서, 사우디는 내정에 대한 어떤 방식의 간섭도 거부하며, 사우디 지도력을 무시하는 비난이나 주권을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명백히 거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명은 또 카쇼기 암살과 관련해 빈살만 왕세자를 비난하는 것은 "근거 없는 의혹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을까요.
기자)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성명에서 미국 상원의 결의안에 반발하면서도, 미국 상원은 우방국의 존경스러운 입법기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성명은 그러면서 미국과의 중요한 전략적 관계를 재확인했는데요. 하지만,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사우디를 국내정치 논쟁에 끌어들이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상원의 결의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과는 좀 다르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줄곧 빈살만 왕세자 비판을 꺼리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특히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등 경제적 이유를 들면서, 미국은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언론들은 상원 결의안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상원의 뜻을 전달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독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지난 주말, 키예프에 있는 성소피아성당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통합 교회 창설을 선언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크게 3개의 분파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이를 통합해 하나의 새로운 정교회를 창설하기로 한 겁니다. 약 200여 명의 주교와 사제, 교회 관계자들은 또 이날 투표를 통해 새 통합 교회의 수장도 선출했습니다.
진행자) 새 수장에는 누가 선출됐습니까?
기자) 키예프 총 대주교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예피파니 수도대주교가 선출됐습니다. 올해 39살의 예피파니 대주교는 통합 교회의 초대 수장으로 선출된 후 우크라이나 주교들의 단합과 지지를 호소했는데요. 특히 러시아 정교회를 위해 일한 우크라이나 주교들도 형제의 사랑으로 받아들인다며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포로셴코 대통령은 참관인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는데요. "통합 교회 창설은 향후 러시아의 침략에 맞설 중대한 안전조치다" "우크라이나는 더이상 러시아의 독배를 마시지 않을 것"이라며 새 교회 탄생을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또 예피파니 수도대주교가 수장으로 선출된 후, 성당 밖에 있던 수천 명의 신자들에게 직접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러시아 정교회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기자) 기독교의 한 분파인 정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의 하나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정교회 신자가 3억 명 정도 되는데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교회에서 떨어져 나가면 러시아 정교회 신자 약 1억5천만 명 중 30~40%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구소련 붕괴 후, 줄곧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독립을 추진해왔는데요.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독립은 전 세계 정교도 신자들의 수호자로 보여지길 원하는 러시아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가 매우 불편한 상황이죠?
기자) 네, 양국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함 등 선박 3척과 20여 명의 수병을 나포하면서 양국의 긴장은 극한으로 치달았는데요. 우크라이나 정부는 다음날, 러시아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30일간의 계엄령을 선포하고 비상사태에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곧 계엄령을 해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계엄령은 오는 26일로 종료되는데요. 포로셴코 대통령은 16일,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계엄령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었는데요. 포로셴코 대통령은 계엄령이 해제되면 곧 대통령 선거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