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중 외교·통상 현안이었던 ‘화웨이’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건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에선 테레사 메이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았고요, 미국 정부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수출을 엄중 단속하라고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데요. 이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화웨이’의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풀려났군요?
기자) 네. 지난 1일 캐나다에서 체포돼 구금중이던, 중국 최대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의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1일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된 멍 CFO 신병 처리 문제가, 미-중 간에 외교· 통상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었는데요. 일단 구금 상태를 벗어나면서, 사태 해결의 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요?
기자) 네. 멍 CFO 사건에 “필요하다면 개입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필요하다면”의 조건을 두 가지로 설명했는데요. 중국과 앞으로 맺을 “사상 최대의 무역 합의”, 그리고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대통령으로서 직접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멍 CFO 사건과 통상협상을 비롯한 미-중 관계에 조만간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시 만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멍 CFO가 풀려나고, 트럼프 대통령도 입장을 밝혔는데, 중국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중국은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습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는데요. 멍 CFO를 잡아들인 것은 “처음부터 실수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멍 CFO 체포가 실수였다는 걸 캐나다 법원이 인정한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보석’이란, 구속 사유가 있는 범죄 피의자를 일정 금액의 돈을 걸어둔 뒤 석방하는 임시 조치인데요. 혐의 인정 여부와는 상관없습니다. 11일 캐나다 밴쿠버 법원은 보석금 1천만 캐나다 달러(미화 약 750만 달러), 여권 제출, 그리고 전자발찌를 차고 감시받는 등 조건으로 보석을 허용했습니다.
진행자) 멍 CFO가 왜 체포됐던 거죠?
기자)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과 관련 있습니다. 지난주 첫 보석심리 공판에서 캐나다 검찰은, 멍 CFO에게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사기 혐의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화웨이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스카이콤'이라는 유령업체를 내세워 이란 시장에 접근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금융기관을 활용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 같은 활동에 멍 CFO가 최종적인 지휘 책임을 가진 것으로 미국 언론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캐나다에서 붙잡힌 이유는 뭔가요?
기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멍 CFO에 대한 체포영장이 지난 8월 22일 미 뉴욕 동부 지방법원에서 발부된 상태였습니다. 동선을 추적해온 미 사법당국이, 멍 CFO가 캐나다로 이동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지 사법당국에 협조를 요청했고요. 홍콩에서 멕시코로 가던 멍 CFO가 경유지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된 겁니다.
진행자) 보석으로 일단 풀려난 멍 CFO는 앞으로 어떻게 됩니까?
기자) 미국으로 신병 인도 절차가 진행됩니다. 멍 CFO가 미국에 오게 된다면, 금융 사기 등 혐의가 병합돼 30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는데요. 캐나다 법원은 일단 멍 CFO에게 내년 2월 법정에 출석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멍 CFO는 11일 풀려난 직후, 중국어 인터넷 사회연결망 '위챗'에 글을 올렸는데요. 밴쿠버에서 가족들과 만났다면서 "화웨이와 조국(중국)이 자랑스럽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화웨이 광고 전단을 게시했는데요. 전단에는 ‘고난 없이 위대함도 없다’는 문구와 함께, 상처투성이인 무용수의 발이 표현돼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영국의 정치 상황이 매우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데요, 영국 정부를 이끄는 테레사 메이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았군요?
기자) 네.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이 12일, 당 대표인 테레사 메이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했는데요, 보수당 의원 317명 가운데 200명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다수당 대표 자격으로 맡고 있는 총리직도 유지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신임투표는 어떻게 실시되는 겁니까?
기자) 의원 15% 이상이 요구하면 신임투표가 가능한데요, 당 대표 경선 관리기구인 ‘1922위원회’ 의장 그레이엄 브래디 경은 12일 아침 투표 요건이 성립됐다며, 신임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메이 총리가 상당히 강경한 반응을 보였죠?
기자) 네, 불신임투표에 앞서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신임투표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메이 영국 총리 기자회견] “I will contest that vote with everything I’ve got. I have been a member of the Conservative Party for over 40 years. I've served it as an activist, councilor, MP, shadow minister, home secretary and now as Prime Minister. I stood to be leader because I believe in the Conservative vision for a better future.”
기자) 메이 총리는 자신이 보수정치운동가로 시작해, 의원을 거쳐 장관· 총리에 이르기까지 40년 넘게 보수당원으로 지냈다고 강조했는데요. 보수당의 가치가 영국의 미래를 더 낫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수당이 자신의 리더십(지도체제)을 흔들면, 나라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신임투표까지 가게 된 배경을 좀 살펴볼까요?
기자) 지난달 잠정 타결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은 지난 2016년 국민투표 결정에 따라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데요. 내년 3월 EU 회원국 지위를 내려놓는 구체적인 조건들을 영국 정부와 EU당국이 합의했습니다. 영국 내부 비준 절차를 앞두고 있었는데요. 비준 권한을 가진 의회에서 반발이 심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집권당 여론까지 상당 부분 메이 총리에게 등을 돌리게 된 겁니다.
진행자) 메이 정부가 EU 측과 합의한 조건을, 영국 정치권에서 맘에 들어 하지 않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주무 부처인 ‘브렉시트’부 장관이 “양심상 도저히 합의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자리에서 물러났고요. 노동연금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 기관 책임자들의 사임과 반발이 계속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준 표결을 강행했다가 부결이라도 되면, 더 큰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메이 총리는 표결을 계속 연기해왔습니다.
진행자) 반발하는 쪽에서, 합의문의 어떤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죠?
기자) 몇 가지 쟁점이 있는데요, 가장 큰 게 ‘백스톱’ 조항입니다. ‘백스톱(backstop)’은 영어로 파국과 충돌을 막을 ‘안전판’이라는 뜻인데요.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EU회원국으로 남는 아일랜드의 경계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놓고 생긴 타협 조항입니다. 당초, 확실하게 국경을 통제해야 한다는 영국의 입장과, 아일랜드 일대의 역사적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EU의 입장이 맞섰는데요. 결국 국경 관리의 형식은 갖추지만, 통관 검사 등 실질적인 절차는 없는 절충안으로 합의하게 됐습니다. 북아일랜드 일대를 EU 단일 시장에 일부 남기고, 영국을 EU '관세동맹'으로 묶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북아일랜드의 특수성을 인정한 게 왜 문제가 됐죠?
기자) 영국 영토의 완결성을 해치고, EU가 영국에 간섭할 수단을 남겨뒀다는 게 영국 의회 내 강경파의 비판입니다. EU 측과 어정쩡하고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지 말고, 관계를 완전히 끊는 ‘하드 브렉시트’만이 살길이라고 야권과 보수당 일각에서 주장하는데요. ‘백스톱’ 조항을 중단하거나 수정할 시한도 합의안에 명시하지 못한 점도 비난받았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 정부가 마약성 진통제의 하나인 '펜타닐(fentanyl)' 수출을 더 강력히 단속하라고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이달 초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가장 큰 현안은 양국의 무역 갈등이었는데요. 정상들의 의제 가운데 또 하나,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던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이었습니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펜타닐을 규제 약품으로 분류하고 엄중 단속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펜타닐 생산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 주석의 약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만족을 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펜타닐은 대표적인 마약성 진통제의 하나인 모르핀보다 최대 100배나 더 강한 효능을 가지고 있고요. 2mg만 투여해도 대부분의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아주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이런 치명적인 펜타닐의 미국 수출을 불법화하고 규제하겠다는 약속을 하자 앞으로 판도가 바뀔 매우 흥분되는 소식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펜타닐이 많은가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미국과 중국 관계 당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펜타닐류 마약 진통제의 대부분이 중국산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엄청난 양의 펜타닐류 약품이 중국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화학 약품 분야의 단속 규정이 미비하고, 감시 체계가 열악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펜타닐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만도 미국에서 펜타닐로 인한 사망자가 무려 7만7천 명이 넘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중국 정부가 이 끔찍한 마약을 밀매, 배급하는 사람들에 대해 사형제도를 동원해 단속한다면 결과는 놀라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성 진통제 문제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군요.
기자) 네, 마약성 진통제 남용은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두통거리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와 관련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까지 했습니다. 또 지난 3월에는 마약성 진통제 대책을 발표하고, 불법 생산 ·판매하는 사람은 사형 등 엄벌에 처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규제 약속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 오바마 행정부 때도 펜타닐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약속했었는데요. 하지만 추가 조치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일례로 약품 위반 여부를 하나하나 검사하는 바람에 오히려 제조사들이 더 빠르게 새로운 마약성 진통제를 생산할 여지를 주고 있다는 겁니다. 또 비록 약 40개의 펜타닐류 제품을 불법으로 신규 금지했어도 근본적으로 미국에서 암거래를 막지 못하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미중 정상회담 후에는 중국 정부가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놨습니까?
기자) 아직 펜타닐 불법 수출을 막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조치라든가, 이를 효과적으로 감시, 감독할 수 있는 개선책을 내놓은 것은 없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펜타닐 수출 규제 강화가 중국의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 정부는 불법마약거래를 단속하는데 미국과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펜타닐을 포함한 불법 약물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 판매한 혐의로 21명이 체포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