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캐나다인 2명이 중국에 붙잡혀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당 국가들 간의 외교 갈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문 쟁점 해소를 위해 브뤼셀로 향했고요. ‘미국의 이해와 우선순위(U.S. interests and priorities)’를 먼저 구현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새 아프리카 정책, 들여다보겠습니다.
진행자) 캐나다 국민 2명이 중국에 붙잡혀 있다고요?
기자) 네. 캐나다 외교관 출신 마이클 코프릭 씨가 중국에 억류돼있고, 또 다른 캐나다 국민이 동시에 붙잡혀있다고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이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중국 당국에 문제를 제기하고, 소재 확인을 위해 노력중”라고 말했는데요. 중국 정부도 캐나다인 2명을 억류중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뭐라고 확인했습니까?
기자) 13일 중국 외교부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 안보를 해친 캐나다 국민 마이클 코프릭과 마이클 스페이버를 12월 10일자로 각각 입건해 조사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코프릭 씨는 베이징시 국가안전국에서, 스페이버 씨는 단둥시 국가안전청에서 조사받고 있다고 루캉 외교부 대변인이 설명했는데요. 두 사람 모두, 범죄 피의자로서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 받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체포 사실을 베이징 주재 캐나다 대사관 측에 통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에서 조사받고 있는 캐나다인 2명, 어떤 사람들인가요?
기자) 공통점이 있는데요. 둘 다 북한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온 사람들입니다. 코프릭 씨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외교관 출신인데요. 베이징 주재 캐나다 대사관과 홍콩 주재 총영사관에서 주로 근무했습니다. 중국어를 아주 잘하는데요. 최근에는 국제분쟁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동북아시아담당 선임 고문으로 일해왔습니다. 중국에서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핵 문제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다른 한 사람, 스페이버 씨는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스페이버 씨는 대북 사업가입니다. 인터넷 사회연결망(SNS) ‘트위터’ 자기 소개란에, 근거지를 ‘북한의 평양’으로 표시했고요. 지난 9일자로 사리원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올려놨습니다. 이 사진이 올라온 다음 날(10일)이 바로, 중국 당국이 스페이버 씨를 입건했다고 설명한 날인데요. 앞서 캐나다 외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스페이버 씨가 중국 당국에서 심문받았다고 알려온 뒤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스페이버 씨가 어떤 대북사업을 했나요?
기자) 미국프로농구(NBA) 인기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 씨의 북한 방문을 주선했습니다. 농구를 좋아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로드먼 씨를 면담하는 곳에서 스페이버 씨가 함께 포착된 사진이 지금 세계 언론의 전파를 타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평양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 세계순회경기대회에도 관여했습니다.
진행자) 체육 교류 사업을 많이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서울과 단둥에 주로 머물면서, 북한 주요 지역을 오간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이 같은 대북 체육· 문화 교류를 관장하는 ‘백두문화교류사(Paektu Cultural Exchange)’가 캐나다에 법인 등록돼있고요. 스페이버 씨는 이곳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같은 시점에 캐나다인 2명을 동시에 억류한 배경이 뭘까요?
기자) ‘화웨이’ 사태에 대한 보복이라고 일부 언론이 추측합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이인자인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1일,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는데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캐나다 대사를 초치해 ‘멍 CFO를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그러고 이틀 만에 캐나다인 2명이 중국에서 억류된 겁니다.
진행자) 멍완저우 ‘화웨이’ CFO는 어떻게 됐나요?
기자) 11일 보석으로 풀려났는데요. 캐나다 사법 당국의 감시를 받는 상태에서,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 재판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사건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캐나다인들이 중국에 억류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화웨이 사태에서 발을 빼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미·중 갈등에 끌려들어 가고 있는 꼴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해설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았군요?
기자) 네. 영국 집권 보수당 의원들이 12일 실시한 당대표 신임투표에서 신임 200표, 불신임 117표로 테레사 메이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수당 대표가 맡는 총리직도 지키게 됐는데요. 메이 총리가 낙마할 가능성을 놓고 급박하게 돌아가던 영국 정국이 안정을 찾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메이 총리의 반응부터 살펴보죠.
기자) “국민이 지지하는 방식으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이루고, 나라를 다시 통합하는 새 임무를 받았다”고 메이 총리는 말했습니다. 신임투표를 둘러싼 혼란을 털고, 정국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영국 주요 언론은 해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민들이 지지하는 방식으로 브렉시트를 이루겠다’는 말을 맨 처음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신임투표를 불러온 원인이 '브렉시트'였기 때문인데요.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EU) 당국이 지난달 잠정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이 제대로 안 됐다면서, 보수당 의원들이 당 대표 신임을 물었던 겁니다.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으로 남는 아일랜드 사이 국경 통제를 철저하게 하지 않고, 북아일랜드 일대를 EU 단일시장에 일부 잔류시키는 ‘백스톱(backstop)’ 조항에 특히 반발이 심했는데요. ‘북아일랜드를 포기하는 것이냐’는 강경 반대파의 비판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이번 불신임 투표는 메이 총리가 EU 측과의 협상을 잘못 이끌고 있다고 일부 의원이 반발하면서 나온 거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내년 3월 29일 시한까지, EU 탈퇴 조건을 확정하는 일이 영국의 정치·사회 최대 현안인데요. 메이 총리는 이 '브렉시트 합의문'을 의회에서 비준 받아야, 관련 일정을 계속 진행할 수 있습니다. 비준이 안되면, 아무런 대책 없이 영국이 EU에서 나가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되면서,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일대에 큰 혼란이 예상되는데요. 일단 신임투표라는 걸림돌을 넘어선 메이 총리는,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의회와 접촉해 ‘백스톱’ 조항에 대해 추가 교섭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브렉시트 합의문을 수정한다는 이야기인가요?
기자)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습니다. EU 당국이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합의문 잠정 타결 이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에, 수정은 불가능할 전망인데요. 메이 총리는 ‘백스톱’ 조항을 일시적으로 적용하는 쪽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는 해법을 EU로부터 약속받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부속 합의’ 등으로 추가할 수 있기를 메이 총리와 영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메이 총리가 원하는 대로, 이번에 EU 측과 교섭이 되면 영국에서 다시 비준을 추진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야당과 보수당 일각에서 여전히 ‘백스톱’ 조항을 아예 인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서요. 부속 합의를 추가하는 정도로 비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진행자) 합의문이 계속 비준되지 않으면, 영국 정치권에서 영향이 이어지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가 기존과 달라지지 않은 ‘브렉시트 합의문’을 들고 돌아올 경우,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후 조기 총선을 치러 의회와 내각을 완전히 새로 구성할 가능성도 현지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데요, 메이 총리는 12일 재신임 투표에 앞서 2022년으로 예정된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지지를 호소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 정부가 새 아프리카 정책을 공개했군요?
기자) 네. 앞으로 미국은 아프리카와의 교류에서 ‘미국의 이해와 우선순위’를 먼저 챙기겠다고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13일 밝혔습니다. 이런 주제로, 워싱턴에 있는 보수 정책연구기관(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 연설했는데요. 미국의 이해만 일방적으로 구현하는 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립(self-reliance)하도록 돕겠다는 뜻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볼튼 보좌관 연설, 자세히 들어보죠.
기자) 미국은 “무분별한(indiscriminate) 원조를 더 이상 아프리카 국가들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고 볼튼 보좌관은 말했습니다. 향후 미국이 아프리카에 자금을 지원할 땐, ‘핵심국가’로 대상을 한정하고, ‘명확한 전략’이 섰을 때만 실행하겠다고 설명했는데요. 그 ‘전략’은 미국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동시에 수혜국의 발전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아프리카 국가들을 무조건 돕는 게 아니라, 미국의 이해가 증진되는 경우에만, 지원하겠다는 이야기군요?
기자) 맞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국정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건데요. 같은 맥락에서 볼튼 보좌관은, 유엔이 아프리카에서 벌이고 있는 평화유지 활동 일부에 대해서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생산적이고, 성공적이지 못한, 그리고 무책임한” 활동은 미국 정부가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유엔의 아프리카 지원이 무책임한 부분이 있다고 비판한 건 왜죠?
기자) 부패한 독재정권을 돕는 경우가 많았다고 볼튼 보좌관은 지적했습니다. 어떤 나라에선 “지원 자금이 독재자의 금고에 쌓이고, 정작 국민들은 인권탄압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구체적으로, 6년째 내전에 접어드는 남수단에 대한 원조 사업들을 미국 정부가 다시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있다고 볼튼 보좌관은 소개했습니다. 또한 다른 주요 국가들의 개별적인 대아프리카 활동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나라들의 대아프리카 활동을 비판했습니까?
기자) 중국과 러시아를 장시간을 할애해 비판했는데요. 이 두 나라가 미국의 영향력을 넘어서려고,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볼튼 보좌관은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여기에 맞서 대아프리카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움직임이 어떤가요?
기자) 중국은 최근 십여 년 동안 ‘일대일로’ 사업 등을 통해 아프리카 주요국가들에 자금과 기술 지원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요. 주로 장기간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줘서,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을 짓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볼튼 보좌관은 이런 사업들이 “막대한 빚과 불투명한 약속을 통해” 아프리카를 “중국 정부의 포로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큰돈을 투입해 도와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의도적인 행보였다는 겁니다.
진행자) 어떤 면이 그렇습니까?
기자)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볼튼 보좌관이 제시했는데요. 중국이 차관을 갚지 못하는 잠비아에서 국영전력회사를 인수하려는 중이고, 지부티에선 핵심항구를 접수할 채비를 갖췄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러시아는 아프리카를 상대로 어떤 지원 활동을 하고 있나요?
기자) 러시아는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에 핵심 무기를 팔고,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볼튼 보좌관은 소개했는데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유엔에서 지지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앞으로 ‘미국의 이해를 우선 챙기겠다’고 했으니까, 비슷한 것 아닌가요?
기자) 미국의 새 아프리카 정책은, 중국· 러시아의 행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볼튼 보좌관은 설명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종속시키는 게 아니라, 자립을 돕는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했는데요. 다시 말해, 미국의 이해를 우선 챙기는 동시에, 아프리카에도 도움이 되는 상호 이익, ‘호혜성’을 볼튼 보좌관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추구하는 ‘호혜성’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기자) 예를 들어, 미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무역협정을 맺을 때,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미국산 제품 수출확대에 유익할지를 우선 보는데요. 동시에 한편으로, 이 협정이 아프리카의 지속적인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볼튼 보좌관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