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어제(2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의 대미 친서외교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신속하게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실천에 옮길지 여부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벽두에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네요?
기자)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적어도 6차례 친서를 보냈습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친서를 보낸 셈인데요, 대부분 미-북 협상이 고비를 맞은 시점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번 친서가 특별히 주목되는 건, 그 이전에는 거의 매달, 그리고 9월에는 두 차례나 보냈지만, 이번에는 석 달 만에 보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친서에 이전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이군요?
기자) 네. 친서를 보낸 시점이 중요합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지난 10월 초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석 달 간 중단된 상태입니다. 북한은 이 기간 협상 책임자인 폼페오 장관을 비롯한 국무부와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따라서, 실무 차원을 뛰어 넘는, 정상 간 `톱 다운’식 담판에 대한 바람을 좀더 강하게 드러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요?
기자) 어제 열린 각료회의에서 친서를 꺼내 들어 보였지만, `훌륭한 편지’라는 말 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볼 때,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새로운 제안을 했을까요?
기자) 신년사에는 없었지만, 친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만한 제안을 담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안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한 신뢰와 비핵화 약속의 이행, 그리고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임을 내비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신년사에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이런 점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회담을 준비하겠다는 말은 다소 구체성이 떨어집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올 1월이나 2월 중 2차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게다가, 회담 장소가 세 곳으로 압축됐다고 밝힐 정도로 구체적이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이 `매우 조만간’ 열릴 것이라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회담 시기에 관한 이번 언급은 오히려 애매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들어 김정은 위원장과의 추가 정상회담 의사를 거듭 확인한 건 의미가 크지 않은가요?
기자) 물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된 이후 트위터 글에 이어, 다시 각료회의 발언을 통해 거듭 정상회담 의지를 확인한 겁니다. 미국 내 일각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정상 간 `톱 다운’식 담판을 통한 문제 해결을 계속 시도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거듭 표명하고, 비핵화 조치의 진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도 주목됩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이달, 또는 늦어도 2월에는 열릴 수 있을까요?
기자) 그러기 위해서는 양측이 지금부터 의제와 장소, 시기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시작해야 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미-북 양측이 현재 실무접촉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멀지 않은 장래’에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서두를 것 없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회담의 성과를 위한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이렇게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1월이나 2월 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