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4개의 인도주의 지원단체의 대북 물품 반입을 허가하고, 일부 품목을 공개했습니다. 구급차 9대와 수도시설 관련 장비 등이 대거 북한으로 반입될 예정인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된 대북지원 단체들의 지원 물품 총액은 600만 달러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재 면제를 승인 받은 4개 단체는 ‘유니세프(국제아동기금)’와 ‘유진벨재단’,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 ‘퍼스트 스텝스(First Steps Health Society)’입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21일 웹사이트를 통해 이들 4개 단체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면제 승인 사실을 확인하고, 이중 유니세프와 유진벨재단에 보낸 승인 서한과 물품 목록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각각 245만 달러와 300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승인 받았던 유니세프와 유진벨재단에는 2~3개월 만에 두 번째 허가가 내려졌고, CFK와 퍼스트 스텝스는 이번에 처음으로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유니세프는 50개 품목 52만860 달러어치의 물품에 대한 대북 반입 허가 판정이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각 물품을 표시한 항목에는 ‘승인(Approved)’이라는 문구와 함께 금액과 거래에 관여한 회사명, 출도착 항구 정보 등이 명시됐습니다. 또 해당 물품의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사용 목적 등도 상세하게 담겼습니다.
가장 고가의 물품은 9대의 구급차량으로 확인됐습니다.
러시아 가즈사가 만든 밴 형태의 구급차는 총 구매 가격이 전체 승인액수의 절반에 가까운 20만5천740달러였습니다.
유니세프는 해당 구급차들이 응급 산부인과와 비 산부인과 환자들을 지역에서 군(시) 혹은 도 단위 병원으로 이송할 때 사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유니세프 국제 직원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감시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고가의 장비는 9만6천349달러의 태양열 양수기(Solar water pump)로, 정주시의 1만2천 주민들에게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유니세프 측은 명시했습니다.
그 외에도 4만1천417달러에 달하는 수도꼭지 2만3천350개 등 모두 35개의 수도와 관련된 품목이 포함됐는데, 이들 역시 강원도 고성군과 함경북도의 명간군, 량강도 삼지연군의 물 공급을 위해 사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고성군의 10개 탁아소와 4개 학교, 4개 병원에 사용돼 모두 1만9천848명에게 안전한 물이 공급되며, 명간군은 8개 탁아소와 6개 학교, 2개 병원 총 1만6천52명, 삼지연군에도 5개 탁아소와 3개 학교, 2개 병원 총 1만3천384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고 유니세프 측은 밝혔습니다.
35개 수도와 관련된 품목의 총 합계는 11만7천978달러로 전체의 22%를 차지했습니다.
그 밖에 병원용 노트북 컴퓨터 17대와 텔레비전 40대를 승인 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며, 211개의 철재 지붕자재와 6개의 태양열 발전시스템 등이 결핵 환자용 병원에 설치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명시됐습니다.
이날 목록에 이름을 올린 품목들 중 구급차를 제외한 모든 물품들이 중국산이었으며, 중국 단둥 항을 출발해 북한 신의주로 반입될 것이라고 유니세프 측은 밝혔습니다.
유진벨재단은 단 3개 품목만을 허가 받았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유진벨재단의 허가 품목 목록에는 마이크와 스피커로 구성된 총 2개 세트가 각각 1개 품목으로 기재됐고, 12개 들이 볼펜 2상자가 또 다른 품목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니세프와 달리 유진벨재단의 목록에는 구체적인 물품에 대한 정보와 수량, 원산지 정보만이 담겼을 뿐 금액과 제조사, 판매처 등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들 3개 품목의 성격으로 볼 때 고가는 아닐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북제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유엔주재 독일 대표부의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대사는 유니세프와 유진벨재단에 각각 보낸 서한에서 이번 결정이 대북제재 결의 2270호와 2397호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위원회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부과된 대북제재가 북한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위원회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관련 기관들이 위원회가 승인한 면제 시한을 준수하고, 각국의 법과 규정, 금융과 상업 거래에 대한 면허 요건, 그리고 관련 국가의 운송과 세관 절차를 철저히 지킬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승인 사실이 공개된 또 다른 단체인 'CFK'는 서한과 목록이 공개되지 않은 대신 “북한 내 결핵과 간염, 소아 환자 등 취약한 인구에 대한 인도주의 프로젝트를 위한 물품이 북한으로 운송될 예정”이라는 간단한 설명이 대북제재위원회 웹사이트에 게시됐습니다.
또 캐나다 구호단체인 ‘퍼스트 스텝스’에도 “아동 영양실조를 막기 위한 대북 지원과 구호 활동의 일환으로 두유를 담을 수 있는 20리터짜리 스테인리스 캔 300개가 운송될 것”이라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이번에 4개 단체의 인도주의 품목 승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금까지 대북제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웹사이트에 게시한 승인 건수는 6개로 늘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역으로만 놓고 볼 때 북한에 허가된 면제 물품의 총액은 약 598만 달러에 이릅니다.
그러나 실제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 조치는 이보다 많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해 말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허가한 제재 면제 조치가 모두 17건으로, 이중 15건이 인도주의와 관련한 규정이 적용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지난해 승인 사실이 공개된 유니세프와 유진벨재단 외에 추가로 최소 13건의 인도주의 관련 제재 면제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해 8월6일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대북지원 단체들이 충족시켜야 할 10가지 조건들을 명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단체들은 인도적 지원의 성격이 북한 주민들의 이익을 위한다는 점과 수혜자와 이 수혜자를 결정하게 된 기준에 대한 설명 등 이전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을 신청서에 담아야 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