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싱가포르의 핵 안보 전문가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비확산과 지역 안보, 해상 부문에서 북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싱가포르 국적자인 이본 유를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전문가로 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17일에 작성해 22일 공개된 안보리 서한에서 대북제재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이 같이 결정했다며, 이본 유를 비확산과 지역 안보, 해상 분야의 전문가로 소개했습니다.
이로써 전문가패널은 미국과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등 7개국 출신 전문가에 더해 싱가포르 국적자가 합류하면서 8인 체제를 갖추게 됐습니다.
싱가포르인이 전문가패널로 활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2013년 남아프리카 국적의 닐 와츠를 해상교통 분야 전문가로 패널에 합류시킨 바 있습니다.
와츠는 지난해 4월 구테흐스 사무총장에 의해 3개월 임기로 재임명된 뒤 7월9일부로 활동이 중단됐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임명된 이본 유는 와츠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본 유는 미 하버드대학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벨퍼센터를 졸업했으며, 벨퍼센터의 핵 관련 연구조직인 ‘MTA 프로젝트’와 ‘미래 외교 프로젝트’ 등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라 구성된 조직으로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2월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비롯한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고발해 왔으며, 2017년부턴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기 시작해 1년에 두 차례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발표됐어야 하는 중간보고서는 러시아가 전문가패널을 압박해 내용을 수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4개월째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해 9월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자신들의 위반 행위에 대한 증거를 감춰달라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중간보고서 공개를 막겠다고 위협했다”며 “이에 대한 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패널이 여기에 동의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보고서의 내용을 문제 삼으며 공개를 막았다가 내용 수정 후 이를 해제했는데, 미국은 수정 전 원본대로 공개돼야 한다며 보고서 공개를 차단한 상태입니다.
전문가패널은 항공 교통 분야 전문가인 영국의 휴 그리피스가 패널의 업무를 총괄하는 조정관을 맡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 출신 전문가인 스테파니 클레인-알브란트는 금융과 경제를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은 외교부 출신의 윤종권 전 군축비확산담당관을 비확산과 조달·무역 분야 전문가로 파견했습니다.
그 밖에 핵 문제를 담당하는 일본 전문가와 미사일 담당 프랑스 전문가, 세관과 수출 분야의 러시아 전문가,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담당하는 중국 전문가 등이 전문가패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