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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물과 생필품 마저 외부 지원 의존…“자생력 키우는 지원 방식 돼야”


지난 2011년 10월 북한 해주에서 진행된 수도 보수 공사에 주민과 학생들이 동원됐다. (자료사진)
지난 2011년 10월 북한 해주에서 진행된 수도 보수 공사에 주민과 학생들이 동원됐다. (자료사진)

최근 북한 반입이 허가된 대북 인도지원 물품에 가장 기본적인 생필품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왜곡된 북한 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물자 전달보다는 북한의 자생력을 키우는 지원 방식을 선호하지만, 인도주의 지원단체는 당장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허가한 인도주의 단체들의 지원 물품 목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물 공급’ 관련 품목들입니다.

지난 21일 목록이 공개된 유니세프(국제아동기금)의 경우 총 50개 품목 52만860달러어치의 물품에 대한 대북 반입 허가 판정이 내려졌는데, 이중 절반을 훌쩍 넘긴 36개 품목이 물 공급과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9만6천349달러의 태양열 양수기를 비롯해 수도꼭지 2만3천350개, 파이프 자재를 비롯해 수도 시설 공사에 필요한 삽 등 장비도 포함돼 있습니다.

유니세프는 고성군 1만9천여 명의 주민들과 정주시의 1만2천여 명, 명간군 1만6천여 명, 삼지연군 1만3천여 명에게 안전한 물이 공급될 것이라고 대북제재위원회에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대북지원단체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도 23일 공개된 승인 품목 목록을 통해 ‘물 공급’과 관련해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구체적으로는 4갤론짜리 물통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수질정화 장치 등 4천 개가 북한에 반입되며, CFK가 돕고 있는 34개 의료시설 중 18개 시설에서 추후 상수도 수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18개 시설 중에는 황해북도와 개성 등 지방에 위치한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북한의 수도인 평양에 있는 의료시설 3개도 포함됐습니다.

‘안전한 물 공급’은 국가가 맡아야 할 기본적인 사업이지만, 북한은 이런 기초적인 주민 생활에 필요한 시설마저 외부 지원에 의존하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겁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목록에는 온실을 만들기 위한 자재와 트랙터, 구급차는 물론 손톱깎이와 작은 나사못까지도 포함돼 있습니다.

또 북한에 두유를 공급하는 캐나다의 ‘퍼스트 스텝스’는 두유를 담을 스테인리스 캔 300개를 북한으로 반입하겠다고 허가를 받았는데, 그야말로 식생활에 흔히 쓰이는 특수 ‘용기’마저 조달 받아야 하는 열악한 실정을 노출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이자 미 국무부 대북지원 감시단 등으로 활동했던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My questions often to these...”

브라운 교수는 종종 대북지원 단체들에게 ‘왜 북한은 자체적으로 깨끗한 물을 주민들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의사와 간호사를 자체적으로 조달하지 못하느냐’고 반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핵과 같은 일부 질병은 외부의 도움으로 필수 약품을 얻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깨끗한 물과 관련된 문제는 북한 스스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경제 시스템은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지하수를 비롯한 깨끗한 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사업 등으로 연결시켜 대중에게 공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You know that you can help...”

브라운 교수는 따라서 북한 주민들을 돕고 싶다면 북한의 경제 시스템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도 지난해 9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취약한 북한 내 계층에게 지원이 돌아가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North Korea diverted, not to the basic needs...”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주민을 위해 사용하는 대신 핵무기 개발과 사치품 구입에 전용하며, 공정한 분배와 엄격한 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인도적 대북 지원은 오히려 북한 정권과 핵심 계층의 잇속만 채운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북 인도주의 단체 관계자는 28일 VOA에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며 대북지원 활동이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 정부가 주민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동시에 현 시점에서 북한은 안 하거나, 못 해서 안 하는 것들을 포함해 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대북 지원단체들이 그런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이 북한 정권의 노력을 저해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결핵을 포함한 질병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 또한 건강 문제에 해당한다며, 많은 북한 주민들은 오염된 물로 인해 소화불량과 설사와 같은 병에 걸린다는 걸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이런 (수질)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거나,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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