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것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지켰다고 평가했습니다. 회담에 관여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도 이번 회담에서 이룬 '진전'을 부각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른바 '노딜'로 끝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2차 미-북 정상회담.
백악관은 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최우선시했다"고 자평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노이 정상회담을 '긍정' 평가한 일부 미 언론 사설과 평론가들의 발언 등 모두 7건을 소개했습니다.
이 중 '뉴욕포스트'는 '트럼프가 걸어나감으로써 승리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줬기 때문에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위를 걸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식상한 제안을 거절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톰 보설트 전 국토안보보좌관은 'ABC'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목표에서 벗어나려는 북한의 시도는 단호히 거부하면서도 김 위원장과는 성숙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보설트 전 보좌관은 지난해 4월까지 백악관에서 일했던 이른바 '친 트럼프' 인사입니다.
또 보수 성향의 미국 국가이익센터 크리스천 와이튼 선임연구원도 "영변 핵시설 폐쇄와 함께 제재 해제를 요구한 김 위원장의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말하며 강한 협상 면모를 보였다"고 추켜세웠습니다.
백악관은 이들 모두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으며, 때때로 그냥 떠나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을 칭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 정부 핵심 관리들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합의 없이 끝난 이번 회담이 '실패'가 아님을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 "수용할 수 없는 합의"였기 때문에 협상장을 걸어 나와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had to walk. Because every once in a while, you have to walk, because the deal wasn’t a deal that was acceptable to me. I don’t like these deals that politicians make. They make a deal just for the sake of doing it. I don’t want to do that. I want to make a deal that either works, or let’s not make it."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합의를 위한 합의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효과 있는 합의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합의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북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4일 이번 회담에서 '진전과 성과'가 있었다고 거듭 부각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 We made some progress. We didn’t get to where we had hoped to be, and I think there’s a lesson in that. I think there’s a lot more work to do there."
미국이 희망했던 곳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진전을 이뤘으며, 또 교훈도 얻었다는 겁니다.
폼페오 장관은 그러면서 "몇 주 내"에 북한과의 협상이 재개되기를 희망한다는 점도 피력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의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 'CBS' 방송에 출연해 '하노이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표현했습니다.
[볼튼 보좌관] "I consider it a success defined as the president protecting and advancing American national interest."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발전시킨 것으로 정의되는 성공"이라는 겁니다.
볼튼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확고히 하면서도 김정은과 관계를 심화했다면서, 미국의 국익이 보호됐을 때는 전혀 실패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가 '노딜'로 끝난 정상회담을 '미국의 국익을 지킨 결정'으로 홍보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 주류 언론들 사이에서는 '빈손 회담', '트럼프식 외교의 실패'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