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1994년 개봉한 미국 할리우드 영화 ‘포레스트 검프’. 각종 영화상을 휩쓴 건 물론 세계적으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 가운데 한편입니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이름을 가진 정신지체인의 삶을 통해, 1970~80년대 미국 역사를 서사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 영화엔 ‘댄 중위’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주인공 검프와 함께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큰 부상을 입고 절망에 빠지지만, 결국 재기에 성공하는 인물이죠. 그런데 이 댄 중위를 연기했던 영화배우가 실제로 상인군인들을 돕는 활동가가 됐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상이군인 활동가로 변신한 할리우드 배우 개리 스니스”
늘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브라이언 앤더슨 씨는 미 육군 소속으로 지난 2005년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앤더슨] “2005년 10월 23일이었습니다. 제가 탄 차량이 폭발했던 날이요.”
당시 앤더슨 씨가 운전하던 군용차량이 사제폭발물의 공격을 받았고, 앤더슨 씨는 두 다리와 한쪽 팔을 잃었습니다.
이후 앤더슨 씨는 미국으로 돌아와 월터 리드 육군 병원에서 길고 긴 치료의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의족을 한 채 걷는 법을 배우며 고통스러운 재활 훈련을 하는 동안 많은 유명인이 앤더슨 씨를 찾아왔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앤더슨] “하지만 전 그런 사람들을 크게 반기지 않았습니다. 상이군인을 만나 사진이나 찍고, 자기 자랑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처럼 보였으니까요. 일부러 관심을 안 보였어요.”
이런 앤더슨 씨 앞에 특별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앤더슨] “저는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몰려있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어요. 그리고 그 사람 앞에 꼬꾸라 졌죠. 난 그 사람의 가슴팍을 움켜잡았고 그 사람이 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붙들고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개리 스니스 씨!”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런, 진짜 댄 중위님이군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est Gump)'의 등장인물 댄 중위는 앤더슨 씨처럼 베트남전에서 두 다리를 잃어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거로 나오는데요. 이 댄 중위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개리 스니스 씨입니다. 스니스 씨는 영화가 개봉한 1994년 ‘전미상이군인대회’에 참석했다가 인생의 목표를 갖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개리 스니스] “당시 행사장엔 2천 명이 넘는 상이군인들이 참석했습니다. 제가 무대 위에 오르자 다들 “댄 중위”를 연호했죠. 당시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고요. 그날 이후 상이군인들을 위한 활동가로 나서게 됐습니다.”
스니스 씨는 자신의 이름을 딴 ‘개리 스니스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본인은 직접 군 복무를 하지 않았지만, 베트남 전쟁이 가져다준 교훈을 다음 세대에 전해야겠다는 의무감을 갖게 됐다고 하네요. 그리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장음: 개리 스니스 재단]
재단은 전장에서 부상한 군인들의 자립을 돕는 일명 ‘라이즈(RISE)’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상이군인들을 위한 집을 지어주고 있고요. 전사한 군인 가족을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활동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댄 중위 밴드’를 만들어 세계를 돌아다니며 모금 공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엔 미 중서부의 시카고시에서 스니스 씨의 자서전 ‘감사하는 미국인(Grateful American)’의 출판 행사도 열렸는데요. 스니스 씨는 이 자리에서 왜 자신이 이런 일을 하며 왜 미국인이 군인들에게 감사해야 하는지를 강조했습니다.
[현장음: ‘감사하는 미국인’ 출판기념회 현장]
이런 스니스 씨의 노력에 감명받은 사람들은 상이군인들만이 아닙니다. 최근 동료 유명 연예인들이 스니스 씨의 활동에 감사하며 응원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죠.
[녹취: 개리 스니스 재단 영상]
이라크 참전 군인인 브라이언 앤더슨 씨는 현재 개리 스니스 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재단에서 운영하는 RISE 프로그램을 통해 곧 새 집을 갖게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장애로 인한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집을 갖게 된 앤더슨 씨. 자신을 비롯한 수 많은 참전군인이 스니스 씨의 이런 관심과 지원에 너무나 감사해 한다고 했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앤더슨] “스니스 씨를 보면 본인이 직접 참전 경험이 없는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스니스 씨에게 늘 말합니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우리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있어요. 그리고 각자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죠. 스니스 씨는 제가 함께 복무했던 그 어떤 군인들보다 더 애국자이십니다’.”
지금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시리아에는 많은 군인이 파병돼 있는데요. 개리 스니스 씨를 비롯한 미국 내 많은 개인과 단체는 다양한 활동과 모금을 통해 이들 군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계산대와 점원이 필요 없는 상점, 그랩 앤 고(Grab and Go)”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려면 계산대를 지나야 합니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가 점원이 계산을 해주면 가격을 지불한 후에 가게에서 나올 수 있는데요. 이제 계산원도, 점원도, 긴 줄도 필요 없는 가게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 최대의 인터넷 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무인점포를 낸 이후 여러 신생기업이 무인점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마르 머해니] “무인점포는 계산원도 그리고 현금도 필요 없는 가게입니다. 가게에 들어가서 기능형 손전화, 스마트폰에 앱 기능을 켜고 쇼핑을 시작하고요.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들고 그냥 걸어 나오면 됩니다. 마치 물건을 훔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연히 범죄는 아니죠.”
아마존은 이런 형태의 무인점포 ‘아마존고(Amazon Go)’를 미국 내 3개 도시에서 총 아홉 군데 운영하고 있습니다. 손님이 가게에 들어가 스마트폰 앱을 켜면 가게 천장에 달린 카메라와 센서가 손님이 무엇을 사는지 추적하고요. 손님의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돈을 빼가는 방식이죠. 미국의 신생 기업인 ‘지핀(Zippin)’과 ‘스탠다드코그니션(Standard Cognition)’도 현재 미국과 해외에 이런 무인점포를 개설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녹취: 마이클 서스월] “우리는 무인점포를 따로 여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가게에 무인점포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탠다드코그니션의 마이클 서스월 공동창업자는 이런 기술이 결국 가게 운영에 이익을 줄 거라고 설명하는데요. 손님들이 어떻게 쇼핑하는지, 매대에 상품을 어떤 식으로 진열해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손님들을 추적하면서, 만약 손님이 상품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으면, 곧바로 할인 정보를 전송해 손님이 그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구매 유도도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마이클 서스월] “제 생각엔 한 5년만 있으면 누구나 무인 계산 방식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10년 안에 이런 무인점포가 보편화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가 되면 무인 계산 방식이 없는 가게를 가는 게 어색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런 무인점포는 소비자들의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손님들의 정보가 나쁜 쪽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핀의 공동창업자 크리시나 모투쿠리 씨는 이런 점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크리시나 모투쿠리] “우리는 카메라를 천장 높은 곳에 달아서 소비자들의 정수리만 보고 추적합니다. 위성항법시스템(GPS)이 도로 위의 차들을 추적하는 것과 비슷하죠. 따라서 우리는 소비자들의 얼굴을 보지는 못하고요. 당연히 안면인식 기능을 활용하거나 관련 정보를 취급할 수도 없습니다.”
지핀과 스탠다드코그니션은 현재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각각 작은 규모의 시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아직 일반인에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