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긴 목을 자랑하는 기린과 타조, 낙타와 원숭이까지…아프리카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들이 제집처럼 여기고 생활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미 남부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 있는 한 동물 농장인데요. 이곳엔 멸종 위기종을 포함해 500여 마리의 동물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농장은 정부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농장인데요.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온 동물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샌안토니오로 가서 확인해보죠.
“첫 번째 이야기, 멸종위기 동물들이 뛰노는 샌안토니오 동물 농장”
야생동물들이 평화롭게 다니는 이곳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의 동물들이 다 있다는 ‘내츄럴 브릿지(Natural Bridge)’, ‘자연의 다리 야생동물 농장’입니다. 이 농장의 사업부장인 티파니 소칭 씨는 여러 동물의 엄마를 자처하며 친자식처럼 동물을 돌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특별히 애정이 가는 동물은 바로 기린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티파니 소칭] “여기 있는 ‘버디’라는 이름의 기린은 새끼 때부터 제가 키웠어요. 버디도 저를 엄마로 생각하죠. 제 얼굴의 주근깨도 아마 자기 몸에 있는 점박이 무늬일 거로 생각할 거예요.”
소칭 씨 손에 들린 당근을 맛있게 받아먹는 버디. 쌍둥이 형제인 ‘와스와’와 함께 고향을 떠나 이곳 미국에서 자랐습니다. 이들 기린은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동아프리카 반도에 사는 ‘그물 무늬 기린’으로 현재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버디와 와스와 형제는 전 세계 동물원에서 태어난 9쌍의 쌍둥이 중 한 쌍인데요. 버디와 와스와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커지면서 소칭 씨는 ‘기린보존재단’을 설립했습니다.
[녹취: 티파니 소칭] “전문가들은 그물 무늬 기린 개체 수가 앞으로 15년 안에 8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재단은 전문가들과 함께 그물 무늬 기린을 멸종위기종 명단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소칭 씨는 동물을 돌보는 일 외에 방문객들을 위한 활동도 주관하고 있습니다. 매달 열리는 동물과의 교감 활동을 포함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야생 동물 교육도 한다고 하네요.
소칭 씨의 동물에 대한 사랑은 대대로 이어져 오는 가족의 전통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티파니 소칭] “저희 남편은 이 농장을 운영하는 소칭 가문의 5대손입니다. 집안 대대로 이 농장에서 태어나 자라며 농장 일을 해오고 있죠. 저희 자녀들도 여기서 자랐어요. 그리고 역시 대를 이어 농장을 지킬 예정인데요. 사실 저희 장남이 최근 아들을 낳았거든요. 그러니까 7대를 이어오는 가족 농장인 셈입니다.”
소칭 씨 가족은 일반인들에게 농장을 개방하는데요. 방문객들은 북아프리카 산 큰 영양과 들소, 야생 양, 낙타 등 500마리 이상의 동물들을 직접 보고 관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일부 동물의 경우 그저 눈으로 보는데 그치지 않고, 먹이를 주거나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고 하네요. 동물들은 사람들의 그런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다는데요. 이곳의 동물들은 사람이나 자동차를 생활 환경의 일부로 여긴다고 합니다.
[녹취: 티파니 소칭] “대부분의 동물이 우리 농장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좀 커서 데려온 녀석들도 금세 여기서 태어난 동물들처럼 사람들을 거부하지 않죠. 우리 동물들은 인간이 자신들을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야생에서는 멸종된 동물들도 이 농장에선 잘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티파니 소칭] “저기 뿔이 길게 난 영양이 보이죠? ‘흰 오릭스’라고 하는 건데요. 야생에선 멸종돼 찾아볼 수 없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우리 농장엔 60마리 넘게 있어요. 멸종 동물을 번식시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성공한 셈이죠. 보세요. 저렇게 새끼들도 많잖아요?”
이렇게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들까지 평화롭게 거니는 ‘자연의 다리 야생동물 농장’은 복잡한 샌안토니오 시내에서 차로 단 몇 분 거리에 있다고 하는데요. 도시의 빌딩 숲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이 농장은 자연이 주는 여유와 평화로움 그리고 자연의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장애인 재활을 돕는 미술 프로그램 ‘아트 인에이블스’(Art Enables)”
장애인들 중에는 재능이 있어도 그 재능을 계발하거나, 재능을 활용한 직업을 갖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워싱턴 D.C.의 민간단체, ‘아트 인에이블스’(Art Enables)’는 미술에 재능을 가진 장애인들을 위해 미술 교육은 물론이고, 작품 판매를 통한 수익으로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고 합니다.
미나 마무디 씨는 매주 아들을 데리고 ‘아트 인에이블스’ 작업실을 찾습니다. 아들 패이먼 재지니 씨는 몇 년 전 큰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다고 하네요.
[녹취: 미나 마무디] “우리 아들은 13살 때 큰 교통사고로 외상성 뇌 손상을 입었습니다.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게 됐죠.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됐지만, 평소에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어요. 아들은 왼쪽 손은 움직일 수 있으니까 뭐라도 배우면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어머니의 이런 노력으로 패이먼 씨는 ‘아트 인에이블스’를 만나 현재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설립된 ‘아트 인에이블스’는 장애를 가진 성인들이 전문 화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 단체인데요. 18살 이상으로, 발달 지체나 인지 장애, 정신질환을 가진 장애인들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트 인에이블스’의 토니 브런스윅 대표의 설명입니다.
[녹취: 토니 브런스윅] "우리 단체는 장애인들이 미술적인 재능을 계발하고 직업적 화가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돕고 있습니다. 우리 프로그램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요. 우선 ‘스튜디오 아트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전문적인 작업 공간을 제공합니다. 장애인들이 직접 그리고, 만들고, 실험하며 예술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죠. 또한 우리는 갤러리 즉 미술관을 갖고 있어서 장애 화가들을 위한 전시회를 열어 주고요. 마지막으로 전시를 통해 화가들의 작품이 팔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아트 인에이블스’ 회원들 중에는 실력을 인정받는 경우도 많은데요. 한 장에 수백 달러에 팔리는 그림도 있다고 하네요.
미나 마무디 씨는 무엇보다 아들이 그림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며 행복해했습니다.
[녹취: 미나 마무디] “우리 아들 패이먼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건 “나의 아름다운 마음을 보세요”라는 작품인데요. 자신의 내면이 얼마나 아름답고 선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죠.”
브런스윅 대표는 장애 화가들이 ‘아트 인에이블스’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영감을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토니 브런스윅] “여기 걸려있는 이 작품은 오랫동안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버네사 먼로’ 씨 작품입니다. 버네사 씨는 그림을 그리면서 작품을 통해 세계 여행을 한다고 말하곤 하거든요. 실제로 작품을 보면 아시아나 중동 등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이미지와 전통, 형식이 녹아 있습니다. 버네사 씨의 작품은 그런 면에서 아주 심오하고 아름다워요.”
이렇게 작품성을 인정받는 화가들은 그림 판매를 통해 경제적 자립에도 도움받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미국 정부의 통계를 보면 미국 내 장애인의 취업률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아트 인에이블스’은 이렇게 직업을 찾는데 제약이 많은 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와 미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