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대통령을 경호한다고 하면 어디선가 날아오는 총알을 온몸으로 막는 것처럼,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을 떠올리게 되죠. 하지만, 평소에 대통령이 어디를 가든 안전하게 모시는 것 역시 경호의 주된 임무인데요. 미국 대통령의 경호업무를 책임지는 비밀경호국의 요원들은 대통령의 안전한 이동을 돕기 위해 대통령 차량 운전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대통령을 태운 차를 몰기 위해 어떤 훈련을 거치는지, 메릴랜드 주 로럴의 경호 운전 훈련센터를 찾아가 보죠.
“첫 번째 이야기, 미국 대통령의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
스스로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기서 훈련받는 요원들을 보면 생각을 달리하게 될 겁니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흔히들 생각하는 ‘방어 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운 기술을 구사하는데요. 대통령이 탄 차량을 운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경호 운전’이라고 합니다.
[녹취: 토마스 뮤라크]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위험지대에서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안전한 곳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미 비밀경호국의 훈련 부책임자인 토마스 뮤라크 요원의 설명을 들으셨는데요. 수천 명에 달하는 비밀보호국 요원들은 닷새간 550m 트랙을 달리는 이 특수 운전 교육을 받고 반드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훈련을 통과했다고 해서 일명 ‘비스트(Beast)’, 또는 ‘캐딜락원(Cadillac One)’으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 차량을 다 운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무려 9천kg이 나가는 장갑차 수준인 캐딜락원의 운전대를 잡기 위해선 심화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하네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대통령이 탄 리무진 차량을 호위하는 오토바이를 운전하기 위해서도 특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비밀경호국 요원 로이드 라마스 씨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노구치: 로이드 라마스] “대통령 경호용 오토바이는 무게가 상당합니다. 400kg 정도 나가죠. 그런 무게를 바퀴 2개로 움직여야 하니까 사실 운전이 쉽지 않습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늘 신경을 바짝 세우고 운전해야 하죠.”
오토바이만이 아닙니다. 자전거나, 산악용 사륜오토바이, 또 골프장에서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자그마한 차량도 운전하는 법을 다 배워야 한다고 하고요. 대통령 전용 버스인 ‘그라운드포스원(Ground Force One)을 모는 법도 훈련에 포함됩니다.
특히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방문하게 되는 나라가 다양한데요. 나라마다 도로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이런 다른 도로 형태를 익히는 훈련도 하게 된다고 하네요.
비밀경호국 요원들을 위한 정식 운전 훈련이 시작된 건 1970년 이후인데요. 차량과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이에 따르는 훈련이 필요하게 됐다는 게 뮤라크 부책임자의 설명입니다.
[녹취: 토마스 뮤라크] “과거엔 일명 ‘한계 제동’ 훈련이라는 걸 했습니다. 예를 들어 차량에 잠김 방지 브레이크 장치가 없는 경우, 차가 미끄러질락 말락하는 수준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운전하는 기술이죠.”
그런가 하면 자동차 안정 유지법도 이제는 훈련 항목에서 빠졌는데요. 요즘 자동차들은 과거보다 안정성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도로에서 직접 운전을 하며 익히기도 하지만, 교실에서 강의를 듣기도 합니다.
[현장음: 경호 운전 수업 시간]
그리고 대통령 취임식과 같은 행사의 경우 가상 훈련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행사는 차량이 평소보다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위험 노출 수준이 훨씬 더 높다고 하네요.
[현장음: 가상 행사 훈련]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대통령뿐 아니라 부통령, 이들의 가족들 그리고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 외국 정상, 그리고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유력 대선 후보들도 경호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사람들을 태우는 만큼, 비밀경호국은 특별히 엄선한 요원들에게 운전대를 맡기는데요.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이렇게 까다로운 훈련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 만개한 양귀비꽃들”
올봄 미 서부캘리포니아주에 양귀비꽃이 만개했습니다.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던 이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남부 지역 곳곳이 주황색 양귀비꽃으로 뒤덮인 건데요. 이전에 보지 못한, 양귀비꽃이 이루는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다 보니 일부 지역에선 극심한 교통난을 겪을 정도라고 합니다.
[현장음: 레이크 엘시노어]
캘리포니아 남부의 작은 마을 레이크 엘시노어,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언덕을 주황색 양귀비꽃이 화려하게 수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언덕 아래로 내려오면 수천 대의 차량이 뒤엉켜 무척 혼잡스러운데요. 레이크 엘시노어의 스티브 매노스 시장은 지역이 갑자기 유명 관광지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스티브 매노스] “캘리포니아 지역이 오랜 기간 가뭄을 겪으면서 토종이 아닌 외래종 풀들이 모두 말라 죽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역 토종 야생화들이 자랄 기회가 생긴 거죠. 거기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왔거든요? 100년 만의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가뭄에 뒤이어 찾아온 많은 비가 양귀비꽃들이 만개하는 최적의 환경을 만든 겁니다.”
조용했던 작은 도시 레이크 엘시노어는 요즘 주말이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인데요. 평일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
20년 동안 이 동네 살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건 처음이라는 지역주민들부터, 이렇게 관광객이 많으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환영하는 지역주민도 있는데요.
이 주민의 말처럼 많은 관광객으로 예상 밖의 수익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차를 댈 데가 없어 아무 데나 불법 주차한 차량에 매기는 범칙금이 55달러에 달하는데 워낙 불법 주차가 많다 보니 여기서 벌어들이는 돈이 적지 않다고 하네요.
하지만 매노스 시장은 이렇게 많은 사람으로 붐비면서 문제도 많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녹취: 스티브 매노스] “한번은 어떤 운전자가 우리 시의 직원을 차로 치는 일도 있었고요. 뱀에 물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주차공간을 두고 싸움이 붙은 경우도 있었죠. 고속도로변에 수십 대씩 불법 주차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빨리 양귀비꽃이 져서 사람들이 더 이상 오지 않기를 바라는 지역주민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양귀비꽃은 이제 곧 레이크 엘시노어에서 떠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제 곧 북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랭캐스터 지역에서 양귀비가 개화하면서 장관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랭캐스터 지역 주민들 역시 양귀비꽃과 함께 찾아올 많은 관광객을 맞이 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라고 합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