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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전 차관보 “북한 문제 다자 프로세스로 풀어야...선택적 대북 제재 완화 가능”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이 16일 서울에서 열린 '한반도의 새 질서'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이 16일 서울에서 열린 '한반도의 새 질서'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다자간 프로세스를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비핵화 단계별로 선택적인 대북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는 16일, 북한 문제가 미-북 양자가 아니라 다자가 참여하는 외교적 과정을 통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Would like to see more of multilateral process. I would like that because I don’t want North Koreans...”

힐 전 차관보는 이날 서울에서 ‘한반도의 새 질서’를 주제로 열린 국제 토론회에서, 미국이 직접 북한과 대화를 한다든지 한국이 조율자 역할을 하는 것이 불편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중국과 4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는 등 더 나은 해법이나 인센티브를 찾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외교가 좀 더 포괄적으로 다자적인 접근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북한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제의했던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미국이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힐 전 차관보] “I kind of wish the US had spend a little more time seeing what the proposal was...”

미국이 시간을 들여서 영변 핵 시설 폐기 제안을 좀 더 상세히 들여다 봤어야 했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자신이라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등 모든 핵 시설 목록을 작성하고, 폐기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등 매우 구체적으로 대화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영변을 영구 폐쇄하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변은 북한 비핵화의 마지막이 아니라 한 걸음 나가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거대한 한 번의 도약을 해서 문제를 일시 종결하는 것 보다 작은 어려운 걸림돌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하노이에서 모든 제재의 완화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 선택적 제재 조치 완화를 이야기한 것이라며, 선택적 완화는 부분적 합의를 통해 단계별로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은 얼마든지 다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단순히 대북 제재만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데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 등의 사례 등을 참고해 북한이 어떤 이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협상에 나왔는지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북한은 미-한 동맹이 결코 협상카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he US alliance with ROK is the one of the most important alliance...”

미-한 동맹 관계는 전 세계에서 가장 굳건하고 막강하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의 동맹도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한 동맹이라는 겁니다.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대북 제재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경우 유연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인도주의적 원조는 단지 원조에 불과할 뿐이라며, 5살 아이가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는데 이를 면밀히 계산하며 도와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한반도는 국경이 개방되는 순간 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저스 회장] “When that happens, the Korean peninsula is going to be the single most important countries …….”

북한은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잘 교육 받은 값싼 노동력이 있지만 공산주의 때문에 발전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반도가 통일되면 두 개의 한국이 세계적인 국가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동영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영변 시설 폐기를 받았어야 한다는 힐 전 차관보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동영 전 장관] “50~70% 핵 능력을 가진 곳에서 한국 미국 전문가들이 해체하는 과정을 거치면 그 과정 자체가 북한 핵 포기의 구체적 진행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정 전 장관은 최근 워싱턴 미-한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중에 `빅 딜'과 함께 `스몰 딜'도 가능하다는 언급이 있었다며, 그 무게와 진정성이 어떻게 되는진 구체적으로 설명이 안됐지만 굉장히 중요한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또 북한에 대해서는 러시아에 가서 정상회담을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동북아 이해당사자들과 핵 포기와 체제보장을 교환하는 다자간 합의 타결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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