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 위협이 미 본토에 미치는 영향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동맹국과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지적했습니다. 그런 점을 노리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일본 등의 핵무장론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15일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 간담회에 참석한 미국의 전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등 군사 위협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미온적 반응을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에릭 에델만 전 차관] “The explanation of the administration's, in my view, much too sanguine response to these missile firings. We've seen this pattern. I think in the past, we've done a better job than we've done so making clear that there's an ally interest here that we are equally concerned about.”
에릭 에델만 전 국방부 차관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식을 평가해달라는 VOA의 질문에, 전에도 이런 식의 반응을 본 적이 있고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조치로 보이지만 미 행정부의 표현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과거 미 행정부는 이런 경우에 보다 잘 대처했었다며, 당시엔 동맹의 이해관계도 동등하게 다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델만 전 차관은 또 이 같은 전략에는 쌍방향 대응이 중요하다며, 상대방을 분열시켜 물리치겠다는 북한의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 전략에 한국 정부가 놀아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에릭 에델만 전 차관] “I would make one other observation. I think this is also in a two way street. And I think it's the incumbent of the government in Seoul to also not play into the hands of North Korea as they try to pursue this strategy of divide and conquer”
프랭크 로즈 전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도 같은 질문에, 동맹국들과의 결속 이야말로 최우선 외교정책 목표가 돼야하는데 솔직히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로즈 전 차관보] “They will do anything to try to drive with wedges. The Russians and the Chinese and the North Koreans are very good at it. Ensuring the cohesion of our alliances needs to be one of our number one foreign policy goals. But to be blunt with you, I am very concerned about that”
아울러 북한, 중국, 러시아는 미국과 동맹국들 간 틈새를 벌리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라며, “이들 나라들은 그런 행동에 매우 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로즈 전 차관보는 이날 간담회 발언을 통해서도 미국이 본토 방어와 동맹 보호 의무를 별개로 간주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프랭크 로즈 전 차관보] “The security of the United States homeland is intricately linked to the security of our allies. Therefore maintaining the cohesion and effectiveness of our alliances must remain the United States most important foreign policy objective. Unfortunately, the future cohesion of our alliances is something that I'm very concerned about”
미국 본토와 동맹국의 안전은 밀접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동맹의 결속과 효율성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로즈 전 차관보는 이런 이유로 미래의 미국과 동맹국 간 연대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에델만 전 차관은 미국은 전 세계에서의 패권을 강화하고 확대해주는 동맹 체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자산을 갖지 못한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은 미국의 확장 억지력의 신뢰성에 흠집을 냄으로써 열세를 만회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에릭 에델만 전 국방부 차관] “We have a system of alliances, that magnifies, multiplies US power around the world, and they do not. And they, they are trying to level the playing field by attacking the credibility of our extended deterrent”
특히 미국은 러시아 핵 역량 제어 등에 집중한 채 북한과 파키스탄과 같은 나라로의 핵 확산을 등한시함으로써, 동맹국들이 미국의 핵우산이 아닌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고려하게 만드는 ‘비정상적인 유인책’을 제공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에릭 에델만 전 국방부 차관] “We may have created perverse incentives for others to start thinking about developing their own nuclear capabilities. This has been probably most visible in Japan. In the Republic of Korea, about the potential of developing its own nuclear deterrence, and even most recently in Germany.”
에델만 전 차관은 그 중에서도 일본의 핵 보유 논의가 가장 두드러지고, 가장 최근에는 한국과 독일에서도 자체 핵 억지력 개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토머스 만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이날 VOA에, 북한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전략무기와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같은 재래식 무기 체계 간의 경계를 허물어 모호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토머스 만켄 전 부차관보] “That's the judgment of range, not of impact, right and certainly for our allies very short range weapons can have a strategic impact. And so, you know, they're clearly our range asymmetries that need to be taken into account as we look at the shifting nuclear balance”
이를 통해 미 본토와 동맹국을 모두 공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만켄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핵탄두를 양쪽 무기 체계에 모두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면서, 미국이 북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원점 선제 타격을 가할 경우 잠재적 목표물을 최대한 분산시켜 완전한 핵 제거가 불가능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