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Brex)’ 합의안을 이끌어 내지 못하며 사퇴 압박을 받았던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다음 달 총리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법무부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 씨에 대해 추가로 기소하면서 어산지 씨에 대한 혐의가 총 18개로 늘어났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이 백신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메이 총리가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 선 메이 총리는 국가를 위해 새로운 총리가 나서야 하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다음 달 7일 보수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두 번째 여성 총리라는 인생의 영광이었던 자리에서 곧 물러나겠다고 밝힌 메이 총리는 하원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을 지지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지만,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브렉시트 합의안을 이끌어 내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메이 총리는 또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며, 보수당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자체 개편을 이뤄내고 브렉시트도 이뤄낼 것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후임자가 의회 내 합의를 이뤄낼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메이 총리가 총리직에 오른 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 결과가 난 이후였죠?
기자) 맞습니다. 메이 총리는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뒤를 이어 보수당 당 대표 겸 총리직에 올랐습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했지만, 취임 후 브렉시트는 국민의 뜻이라며 이를 존중하고 EU 탈퇴를 성사시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퇴하게 된 겁니다.
진행자) 영국 언론에서는 메이 총리의 사퇴할 거라는 관측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영국 언론은 메이 총리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메이 총리가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과 만난 뒤 사임 의사를 공표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고 보수당 의원들의 불신임 추진 등으로 메이 총리의 정치적 운명이 거의 다했다고 전했는데요. 결국 24일, 브래디 의장과 만난 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겁니다. 다수당 지도자가 총리를 맡는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에서, 여당 대표직 사임은 곧 총리 사퇴를 의미합니다.
진행자) 메이 총리가 그동안 사퇴 압박을 받아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메이 총리는 EU와 브렉시트 협상에 나서 지난해 11월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합의안은 영국 하원에서 세 차례 부결됐고요. 이 과정에서 브렉시트도 원래 3월 29일에서 10월 말로 연기됐습니다.
진행자) 메이 총리는 다음 달인 6월 초에 EU 탈퇴 협정 법안을 또다시 상정할 계획 아니었나요?
기자) 맞습니다. 메이 영국 총리가 21일, 또 다른 브렉시트 합의안, 정식 명칭 '탈퇴 협정 법안(WAB)’의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메이 총리의 네 번째 합의안으로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는데요. 메이 총리는 그동안 제2의 국민투표는 절대 불가라는 태도를 고수해왔지만, 이 합의안에선 제2 국민투표 실시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크게 반발하면서 메이 총리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결국 메이 총리가 사퇴에 이르게 됐는데 그럼 바로 총리직을 그만두는 겁니까? 다음 달 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도 예정돼 있는데요?
기자) 바로 그만두는 건 아닙니다. 후임자가 선임되기까지 총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인데요.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메이 총리가 사퇴를 발표하더라도 당장 직무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영국 정부 책임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1990년 물러난 뒤 26년 만의 여성 지도자로 기대를 모았던 메이 총리, 결국 물러나게 됐는데요. 후임자는 누가 될까요?
기자)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데요. 에스더 맥베이 전 고용연금부 장관도 앞서 도전 의사를 밝혔고요. 그 밖에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 장관, 앤드리아 레드섬 전 환경부 장관 등의 출마도 예상됩니다. 보수당 신임 당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은 6월 10일 주에 시작될 예정인데요. 존슨 전 장관 등 현재 유력시되는 사람들이 모두 EU와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주장하는 강경노선을 보이기 때문에 브렉시트를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메이 총리 사임 발표에 유럽 각국 정상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우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메이 총리 후임과 협력하겠다면서도 브렉시트 합의 내용에는 그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지금까지의 원칙들이 계속 적용돼야 한다며 브렉시트 계획을 빨리 구체화하라고 영국에 촉구했고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의 EU 탈퇴를 위해 독일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일랜드의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는 브렉시트가 새로운 협상 단계로 나아간다면 이는 아일랜드에 매우 위험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도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일본 방문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자신은 메이 총리를 아주 좋아한다며, 안 됐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메이 총리가 영국의 이익을 위해 내린 선택이라며 2주 후에 영국에서 직접 메이 총리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 씨가 추가로 기소됐군요?
기자) 네, 미국 법무부가 23일 어산지 씨에게 ‘간첩법(Espionage Act)’을 위반한 혐의로 17건을 추가해 기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컴퓨터 해킹을 통해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한 것을 포함해 어산지 씨에게 제기된 혐의는 총 18개로 늘어났습니다.
진행자) 법무부가 간첩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법무부는 어산지 씨가 지난 2010년 당시 미 육군 정보분석 요원이었던 첼시 매닝 씨와 공모해 미국 역사상 가장 광대한 분량의 기밀 자료를 빼내 이를 위키리크스에 공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기밀자료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함된 겁니까?
기자) 어산지 씨가 공개한 기밀 자료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그리고 관타나모 수용소에 관한 매우 민감한 미국 정부의 보고서가 포함됐습니다. 특히 언론인과 반체제 인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정보원들, 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 미국 외교관들에 대한 정보도 포함돼 있었는데요. 법무부는 어산지 씨가 해당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에 해를 주고 미국의 안보를 해쳤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법무부 기소 발표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처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산지 씨 변호인인 배리 폴락 씨는 미 법무부의 기소가 미국 정부의 조처들을 공공에 알리기 위한 언론인들의 노력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언론 단체 쪽 분위기도 살펴볼까요?
기자) 미 법무부의 기소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언론의 자유를 위한 기자 협회’ 측은 이번 사례를 언론 자유를 위한 "끔찍한 위협"이라고 표현했고요. ‘미국 시민자유연맹’은 신뢰할 만한 정보를 공개한 이유로 기소된 역사상 첫 번째 사례가 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보통 간첩법은 기밀을 유출한 공무원에게 적용이 되는데 기밀을 공개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진행자) 법무부는 이런 주장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법무부는 어산지 씨의 행동이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존 디머스 법무차관은 우선 어산지 씨가 언론인이 아니라고 밝혔고요. 또 언론인이든 그 누구든 기밀 정보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들의 이름을 고의로 공개해 엄청난 위험에 처하게 한 것은 책임 있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어산지 씨가 영국에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어산지 씨는 지난 2011년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며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머물러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에콰도르 대사관이 어산지 씨에 대한 보호 조처를 철회하면서 영국 경찰이 어산지 씨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가 영국에서 현재 복역 중이죠?
기자) 네, 영국 법원은 어산지 씨가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이후 당국의 소환에 불응하는 등 영국의 사법체계를 위반했다며 어산지 씨에 대해 징역 50주를 선고했습니다. 한편, 스웨덴 검찰도 성폭행 혐의로 어산지 씨에 대한 영장을 신청하고 영국 측에 송환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어산지 씨가 미국에서 재판은 언제 받게 될까요?
기자) 사실 어산지 씨에 대한 미국 송환 심리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법무부는 지난달 11일 어산지 씨가 체포된 직후 기소 사실을 발표했고요. 지난 2일, 어산지 씨에 대한 미국 송환 심리가 영국 법원에서 영상으로 진행되기도 했는데요. 영국 법원이 어산지 씨를 미국으로 인도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성의 한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한 후 9달도 채 안 돼 약 30개 성과 자치구로 퍼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중국을 넘어 베트남과 몽골, 캄보디아, 홍콩 등 아시아 국가로 급속도로 퍼지면서 각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중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개발에 나섰다고요?
기자) 네, 백신 개발이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인민방송(CNR)은 24일, 하얼빈수의학연구소가 자체적으로 2가지 후보 백신을 개발했고, 실험실 연구를 거친 결과, 면역 효과가 있고 안정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중국농업과학원은 다음 단계로 임상시험과 백신 생산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직 백신이 없나 보군요?
기자) 네, 백신도 없고요. 치료도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지자 긴급히 대책반을 만들어서 관련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연구진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유전자 연구를 통해 면역억제력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면역 효과가 큰 백신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줄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은 매년 7억 마리 가까운 돼지를 출하하는데요. 세계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올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이상 줄었습니다. 중국 북부 산둥 지역에선 돼지 사육이 지난해 여름과 비교해 40% 이상 줄었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올해 말이 되면 중국이 심각한 돼지고기 부족 사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인상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돼지고기 수요도 엄청나다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을 생산도 하지만, 소비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생산이 줄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고 있는 건데요. 중국 당국은 양돈 농가에 돼지고기 출하를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양돈 농가들은 백신이 나오기 전까진 너무 위험하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아프리카돼지열병, 어떤 병인가요?
기자) 주로 야생 멧돼지와 음식물 쓰레기, 배설물을 매개로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입니다.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데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생한 후 1960년대 서유럽으로 퍼진 뒤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는 박멸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아시아 국가들에서 다시 확산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의 상황도 심각한데요. 베트남에선 지난 2월 초 남부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이후 현재 약 30개 지역으로 퍼졌습니다. 베트남 방역 당국은 돼지 120만 마리 이상을 도살했습니다.
진행자) 한반도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국에선 발병 소식은 없는데요. 관련 당국이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만, 국산 돼지고기 수요가 늘면서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이 전달보다 13% 이상 올랐습니다. 한편, 북한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입됐다는 일부 주장이 나왔는데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달 초, 관련 정황에 대해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