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이란이 '이란 핵 합의'에서 설정한 우라늄 비축 상한선을 10일 안에 넘길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군사적 선택사항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새로운 긴장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 속에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사가 미국의 거래 제한 명단에 오르면서 수익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이란이 이란 핵 합의의 일부 사항을 깨겠다고 선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이 앞으로 열흘 안에 이란 핵 합의에서 정해놓은 우라늄 비축 상한선을 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원자력청 대변인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과 세계 주요 국가들이 지난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른바 '이란 핵 합의'를 체결하면서 설정한 우라늄 비축 상한선을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이란 핵 합의에서 설정된 우라늄 비축 상한선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이란 핵 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오는 2030년까지 농축 우라늄을 300㎏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이란 핵 합의는 또 우라늄 농축의 수준도 제한하고 있는데요. 카말반디 대변인은 필요에 따라 우라늄 농축 수준도 더 올릴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이란은 핵 합의에 따라 우라늄 농축 비율이 3.67%로 설정돼 있는데요. 이는 이란의 전력 수요 등 평화적 목적에 충분한 수준입니다.
진행자) 우라늄 농축 정도는 핵 무기 개발에 결정적인 부분 아닙니까? 농축 정도를 얼마나 더 올리겠다는 건가요?
기자) 카말반디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부 부셰르항에 있는 핵발전소는 5%의 농축 우라늄이 필요하고, 테헤란의 연구로 가동을 위해서는 20%의 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통 핵무기 개발을 위해서는 90% 정도의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란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핵 무기를 개발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은 이란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란 정부가 특히 유럽 국가들을 비난하고 나섰네요.
기자) 네, 베루즈 카말반디 대변인은 유럽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 이사국과 독일은 지난 2015년 이란과 핵 합의를 체결하면서 이란은 핵 개발 중단을 약속하고, 서방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격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면서 이란은 나머지 핵 합의 당사국들에게 핵 합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해왔습니다. 이란은 7월 7일까지 유럽이 더 좋은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추가 조처를 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으로 지금 미국과 이란 긴장이 더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발표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이 공격 받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미국은 이란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16일, 미국 언론과 잇달아 인터뷰를 갖고 현 중동 정세를 설명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이란에 맞서 군사적 선택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면서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이란을 대상으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해 군사행동을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군사적 선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의회의 승인 없이도 군사행동이 가능한가요?
기자) 네, 의회 승인 없이 이란을 공격할 권한이 있는지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폼페오 장관은 "우리는 미국의 시설물을 보호할 권한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을 공격하더라도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이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요청했군요.
기자) 네, 폼페오 장관은 주말 동안 전 세계 여러 동료들에게 전화했고, 또 다른 동료들에게도 계속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동맹국들이 이번 위협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을 거명했는데요. 미국은 걸프 지역에서 생산하는 원유에 거의 의존하지 않지만 중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80%를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폼페오 장관은 또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도 이 지역 항해의 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이란의 터무니 없는 행동을 봤기 때문에 그들도 우리의 행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죠?
기자) 네, 이란은 미국이 근거 없는 음해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 중앙정보국 (CIA)국장 출신인 폼페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미국은 많은 자료와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으며, 미 정보기관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유조선 공격의 배후라는 점을 파악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제 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영국은 이번 공격의 책임이 이란에 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면서 미국과 행보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동 국가들과 유럽연합(EU)은 양측 모두에 최대한 자제하고 대화를 촉구하고 있고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독립적인 기관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건 발생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란을 방문 중이었던 일본은 미국에 보다 확실한 증거를 요청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홍콩 행정당국이 시민들의 대규모 반대시위에 결국 한 걸음 물러섰군요.
기자) 네, 홍콩 정부가 논란많은 '범죄인 인도 법안' 일명 '송환법'의 추진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홍콩 시민들은 16일 오후, '범죄인 인도 법안' 연기가 아니라 완전 철폐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며 또다시 대규모 가두시위에 나섰습니다.
진행자) 시위 규모가 전보다 더 컸다고요.
기자) 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시위에 참여한 인원이 거의 2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주최 측 주장대로라면 지난 9일 집회 때 주최 측이 추산한 100만 명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는 홍콩에서 벌어진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가 됩니다.
진행자) 영상을 보니까 홍콩 거리가 온통 검은 색 물결을 이루었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검은색 옷을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는 홍콩의 민주주의와, 홍콩과 중국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1국가 2체제' 즉 ‘일국양제’가 죽었음을 상징하는 검은색 상복을 입고 동참해달라는 주최 측의 요청에 따른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시위대의 요구는 법안을 완전히 철회하라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위가 있기 전날(15일) 저녁,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법안 철회에 대해서는, 법의 허점을 메울 필요가 있다며 철회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홍콩 시민들은 다시 또 거리로 나와, 법안 완전 철회 뿐만 아니라 람 장관의 사퇴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인 겁니다. 17일 현재 시위대는 점거했던 주요 도로에서 물러나 정부 청사 인근 공원과 인도에 임시 천막 등을 치고 계속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요. 당국이 완전 철회를 선언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현재 람 장관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람 장관은 시위 규모가 점점 커지자, 이날(16일) 저녁 늦게 "정부 업무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사과 성명을 내놨습니다. 법안 반대 운동이 시작되고 나서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처럼 시민들에게 직접 사과 메시지를 전한 것은 처음인데요. 하지만 법안 철회와 사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중국은 여전히 람 장관을 지지한다는 입장입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에 관한 질문을 받고 "중국 중앙정부는 행정장관과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법에 따른 통치를 계속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람 장관 교체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지금 홍콩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죠?
기자) 네, 마이크 폼페오 장관은 1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콩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홍콩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에 대해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근거없는 편견으로 중국 내정을 비난하거나 간섭하는 일을 반대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사의 수익이 앞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회사 내부에서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런정페이 화웨이사 회장이 향후 2년간 회사 수익이 애초 예상보다 300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7일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한 런 회장은 이 같은 전망을 밝히면서, 화웨이사가 심각하게 손상된 비행기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런 회장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말한 배경이 있겠죠?
기자) 네, 미국 정부의 압박 조처 때문이라고 런 회장은 설명했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화웨이의 장비가 중국 정부의 간첩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며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했는데요. 런 회장은 화웨이를 타격하려는 미국 정부의 결심이 이렇게 크고 굳건한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런 회장은 이런 조처가 화웨이의 전진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화웨이의 매출이 어느 정도 되나요?
기자) 지난해 화웨이의 매출은 약 1천50억 달러로 전년보다 20%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런 회장은 올해와 내년 매출이 1천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앞서 지난 2월, 화웨이는 올해 목표액을 1천250억 달러로 잡았었는데요. 하지만 미국의 거래 제한 조처로 매출 상승세가 올해부터 꺾일 것으로 런 회장은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감소세가 확인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런 회장은 손전화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국내 시장에선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런 회장은 회사가 위기 상황에 있지만, 연구 개발 노력을 중단하는 일을 없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나온 건데, 화웨이와 거래를 하던 미국 기업들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화웨이 사가 거래 제한 기업으로 분류되면서 미국의 부품, 기술 공급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인텔과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 정보기술(IT)기업들의 주요 고객이었는데 정부의 조처로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컴퓨터 중앙연산장치인 ‘칩’ 생산업체인 브로드컴은 지난주 올해 예상 수익을 애초 245억 달러에서 20억 달러 낮췄다고 발표했는데요. 화웨이 사와의 거래가 중단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화웨이도 타격을 입고 있지만, 미국 회사들도 피해를 보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런 회장도 이날(17일) 토론회에서 미국 정부와의 무역 분쟁에 승자는 없다며 미국과 중국 쌍방이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화웨이의 경우 미국에 이어 영국과 일본 등 여러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거래를 중단하면서 안정적인 제품 생산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조처를 따르는 이유는 화웨이 장비의 보안성을 다들 우려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런 회장은 이런 의혹을 의식한 듯 화웨이사의 장비에 도청과 정보 유출을 가능하게 하는 ‘백도어(backdoor)’ 장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나라든 원한다면 보안 협정을 맺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요. 또 앞으로 인터넷 보안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화웨이는 어떻게든 해외 기업들과 사업 관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거군요?
기자) 네, 런 회장은 현재 미국과의 갈등 상황이 기업인이 아닌 일부 정치인들의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화웨이와 미국 기업들과의 관계가 좋다는 점을 언급했고요. 또 미국으로 인해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국은 세계 최대 강국으로 화웨이가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화웨이 사를 제재하고 또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대해 미국 안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중국과의 공정한 무역과 보안을 위해 필요한 조처라는 반응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인 데 대해 미국 기업들과 무역 단체 등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무역대표부는 17일부터 1주일 동안 관련 사안에 대한 공청회를 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