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이란이 오는 7일부터 핵 합의에서 제한한 우라늄 농축 상한선 3.67%를 지키지 않겠다고 3일 발표했습니다. 이란이 사실상 핵합의 탈퇴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사상 처음으로 여성 집행위원장이 탄생할 전망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요. 관련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이란이 핵 합의에서 제한한 우라늄 농축도 상한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3일 이란 내각회의에 참석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제한한 우라늄 농축 상한선 3.67%에 머무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는 7일부터 이란은 원하는 만큼 농축도를 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지난 2015년, 이란과 국제 사회가 체결한 핵 합의입니다.
진행자) 7일부터라면 며칠 남지 않았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유럽이 마감 시한 몇 시간 전에라도 핵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면 이란은 이런 조처를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이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란은 아라크 중수로도 핵 합의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란 핵 합의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서 우라늄 농축 한도와 중수로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따라서 이란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중수로를 연구용으로 개조했고요. 우라늄 농축 한도도 핵무기 개발에 한참 못 미치는 3.67%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이 이를 모두 파기하겠다고 나오면서 이란이 핵 합의 탈퇴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요. 또 이란 핵 합의가 1년 전 미국이 탈퇴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앞서 이란은 저농축 우라늄 보유량도 한도를 넘겼죠?
기자) 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1일, 이란의 저농축 우라늄(LEU) 보유량이 300kg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관들 역시 확인한 사실인데요. 이란은 핵 합의에 따라, 저농축 우라늄을 300kg까지만 보유할 수 있게 돼 있었지만,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저농축 우라늄 보유량을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저농축 우라늄 보유량에 이어 이제 우라늄 농축 한도까지 올리겠다는 건데, 이 같은 상황이 예고가 됐던 일이라고요?
기자) 네, 이란은 미국이 핵 합의를 탈퇴한 지 1년 만인 지난 5월 8일, 핵 합의에서 정한 3.67% 농도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기겠다고 이미 선언했습니다. 자리프 장관은 1일, 보유량 한도를 초과하겠다고 밝힌 자리에서도 다음 단계는 3.67% 농축 한도에 관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었습니다.
진행자) 이란이 이렇게 핵 합의를 깨겠다고 위협하고 나오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하는 등 핵 합의에서 약속한 사항을 지켜달라는 겁니다. 이란은 유럽 국가들이 인스텍스(INSTEX) 활성화를 위해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않으면, 추가로 핵 합의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인스텍스가 뭡니까?
기자)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V)인데요. 달러화 사용을 피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와 가스 등을 유럽 제품과 물품 교환 방식으로 교역하게 하는 겁니다. 유럽은 올해 초 인스텍스를 출범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란은 인스텍스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을 제외한 핵 합의 당사국들과 이란 간의 정례 회의가 열렸는데요. 이 자리에서 인스텍스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란 측은 하지만 지난 6월 29일부로 인스텍스가 운용되기 시작했지만, 이란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이란의 이런 움직임에 핵 합의 당사국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앞서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밝히자 유럽 정상들은 각각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핵 의무 파기 행위를 중단하고 핵 합의를 이행할 것을 한목소리로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 비축 한도를 초과한 것과 관련해 이란이 불장난하고 있다고 경고했고요. 백악관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밤 인터넷 ‘트위터’에도 글을 올려 “내가 대통령이 되기 전 미국은 핵 협상 대가로 1천500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였고 다른 나라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이란이 우라늄 보유량 한도를 위반하고 있다” 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럽연합(EU) 지도부와 28개 회원국 정상들이 2일 정상회의를 열고 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추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이달 중 유럽의회 인준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으면 오는 11월 1일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에 오르게 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군요?
기자) 네, 하지만 EU 정상회의는 회원국의 사전 협의를 거쳐서 후보를 추천하기 때문에 폰데어라이엔 장관의 집행위원장 취임은 사실상 확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집행위원장 추천을 결정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EU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나라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각각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서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제3의 인물로 메르켈 내각에서 일해온 폰데어라이엔 장관을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제안하고 메르켈 총리가 이를 수용하면서 수일간의 밤샘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폰데어라이엔 장관,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13살에 독일로 갔습니다. 이후 런던 정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독일 하노버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산부인과 의사로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발탁돼 기독민주당에 들어가 정계에 입문한 메르켈 총리의 측근입니다. 영국 BBC 방송은 폰데어라이엔 장관을 보수적인 ‘유럽연합 옹호론자(Europhile)’라고 묘사했습니다.
진행자) EU 집행위원장은 EU 행정부의 수반 격이라고 했는데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당면한 과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현재 EU에 산적한 현안들이 많은데요. 가장 먼저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Brexit) 문제가 놓여 있고요. 이민 문제와 난민 사태 해결, 기후변화 문제, 유럽에 퍼지고 있는 포퓰리즘 등도 직면한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EU에서 여성 수장이 한 명 더 뽑혔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EU 정상회의는 유로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프랑스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내정했습니다. EU 정상들은 유럽의회 선거 이후 EU 지도부 다섯 자리를 새로 선출하는데요. 라가르드 총재도 공식 취임하면 핵심 보직 5곳 가운데 2곳이 여성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한편, EU 정상들은 도날트 투스크 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후임으로는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를,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는 호세프 보렐 전 스페인 외교장관을 각각 내정했습니다.
진행자) 주요 인선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유럽 의회도 이제 본격 출범하게 됐죠?
기자) 네, EU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가 3일 본회의를 열고 의장단을 선출하면서 5년 임기의 제9대 유럽의회를 출범합니다. 전체 정원 751명 가운데 748명으로 일단 출범하게 됐는데요. 이번 회기엔 절반이 넘는 약 60%가 초선 의원이고요. 또 여성 의원의 비율이 40%에 달하는 등 여성의 비중이 커진 것이 이번 회기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진행자) 정상회의 결과에 EU 정상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EU 집행위원장으로 좋은 선택이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역시 능력과 자질을 갖춰 충분히 자격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EU 지도부에 두 여성이 내정된 것은 남녀평등에 있어 EU가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최근 일본이 한국에 핵심 전자 소재의 수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관련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군요?
기자) 네, 아베 총리가 3일,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 무역 관리의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달 말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열린 당대표 토론회에서 역사 인식 문제를 통상정책과 관련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조치를 해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기자) 한·일청구권협정과 위안부합의 등을 말하는 겁니다. 아베 총리는 징용공 문제는 역사 문제가 아니라 국제법상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서로 청구권을 포기했고 이는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에 대해서도 당시 유엔과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인정했는데, 지금 와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이라는 시각이 있었는데 역시나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들리는군요?
기자) 그렇게 해석됩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 최대 스테인리스 철강 업체인 ‘일본제철(신일철주금)’에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직접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한화로 1억 원, 미화로 약 8만6천 달러씩을 4명에게 각각 배상하라고 했는데요. 하지만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이 문제가 모두 일단락됐다며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이후에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가 나온 거죠?
기자) 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1일 한국에 대한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4일부터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화면을 만드는 데 쓰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리지스트’, 또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수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해당 조처를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 양국 간의 신뢰가 크게 손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는 대화를 계속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4일부터라면 수출 규제가 이미 시작된 건데,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수출을 제한하는 겁니까?
기자) 네, 일본은 그동안 3가지 해당 품목의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정책을 한국에 적용해왔는데요. 한국이 우대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러니까 매번 수출할 때마다 따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심사를 받더라도 일본 정부가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 사실상의 금수 조치라고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언론이 전했습니다. 또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베 정부의 조처가 WTO 협정 위반이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여기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가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아베 총리는 언론이 금수 조처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잘못 보도하고 있는 거라며, 금수 조처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우대 조처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판단이라고 밝히며 WTO 위반은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