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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북한, 미-한 공조 균열 시도...‘균형적 중재자’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났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의 대남 비난에 대해, ‘미-한 공조’의 균열을 꾀하고 ‘민족 공조’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로 풀이했습니다. 반면, 미-북 사이에서 균형있는 중재 역할에 나서달라는 압박이라는 진단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정상 회동을 통해 대화의 문을 열었지만, 양측이 합의한 실무 협상은 아직 재개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북한은 연일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15일 VOA에, 이는 북한의 전형적인 ‘시간끌기용’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실무 협상을 앞두고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비난 여론이 이는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계산이 깔렸다는 겁니다.

양국 모두 북한이 합의했다고 밝힌 실무 협상을 성사시키기 원하는 만큼, 북한은 이를 통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게 신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녹취:신범철 센터장] “북한은 협상을 할 때 시간을 끌어요. 이번만 그런 것이 아니라 늘 그래왔던 거에요. 시간을 지연하면서 각종 방법을 쓰면서 상대방을 초조하게 만드는 거죠. 그래서 보다 유리한 협상력을 가지려고 하는 거에요.”

따라서 북한이 미국과의 핵 협상에 진지하다는 것을 나타내려면, 이전과 다른 협상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2, 3주 내로 하기로 했으면 응해야 하는 거죠. 그게 신의성실의 원칙, good faith라고 하는 것에 부합하는 건데, 북한은 그런 협상 절차와 관련해서도 시간을 지연하면서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한 협상을 이끌려고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거죠.”

하지만 북한이 단순히 몸값을 올리기 위한 ‘시간끌기용’, 혹은 한국 정부에 ‘몽니 부리기’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있습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의 김동엽 교수는 한국에 미-북 사이에서의 보다 균형 있는 중재자 역할을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지난 하노이 이전으로 보면 상당 부분 (한국 정부가) 미국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그러니까 한 쪽, 미국의 메시지만 전달하는 일방적 메신저 역할 이상의 것을 안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오히려 그럴 바에는 우리가 남쪽이랑 뭔가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미국을 설득하는 데 있어 남쪽이 해 줄 것이 아니라면 미국이랑 바로 하면 되지, 남쪽이 껴서 왜 복잡하게 하느냐”

또한 이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매진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남북관계 이행이라든가,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인가를 해달라는 것이 역설적으로 나타났다고 봐야겠죠.”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조성렬 연구원은 북한의 대남 메시지를 보면 남-북-미 3자 구도가 아닌, 남북, 미-북 ‘투 트랙’ 전략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별도로 진행하려 한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윤민덕 전 국립외교원장은 실무 협상과는 별개로 한국에 남북정상회담을 원하면 그에 따른 상응 조치를 하라는 요구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윤민덕 전 원장] “한국에 줘야할 것이 결국 정상회담인데,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에 와야 하는 상황이죠. (그것이) 북한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카드입니다. 쌀 몇만t 수준으로는 안되고 굉장히 큰 것을 얻어야 하니까, 한국을 속타게 하면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겠죠.”

아울러 윤 전 원장은 실무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미-한 공조에 균열을 만들면서, 한국에 한반도 문제는 우리민족끼리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민덕 전 원장] “더 큰 맥락 속에서 쉽게 얘기하면 한-미 공조를 깨고 민족 공조로 가자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본에 대한 북한의 비난도 이와 일맥상통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늘 강조하는 게 우리민족끼리 잖아요. 민족 공조해서 외세를 쳐부수자는 게 북한의 논리인데, 선전선동하기에 딱 좋은 주제가 나온 거죠.”

앞서 북한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에서 일본의 관련 조치를 비판하면서 일본과 과거는 물론 현재에 대해서도 철저히 결산해야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한편 김동엽 교수는 실무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구체적 상응 조치를 먼저 제시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저 경제적으로 밝고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하겠다는 제안은 북한에게는 모호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실무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뭔가 뚜렷한 모습이 보여야만 협상에 나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북한이 셈법을 바꿔오라는 게 미국에 뭔가 양보를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너희들이 지금 실무 협상을 하자고 하고 동결 얘기도 나오고 한다면 도대체 미국이 가지고 나올 것이 뭔지를 알려 달라는 거거든요.”

조성렬 연구원은 갑자기 실무 협상 재개가 합의된 만큼, 북한의 내부적 조율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연구원] “갑작스럽게 열린 북-미 판문점 접촉 후 외무성이 실무 협상을 끌어가겠다는 결정은 났지만,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 등 구체적 사안 등이 결정되지 않아 내부적 조율이 이뤄져 지연되고 있는 것 같고요.”

조성렬 연구원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일주일 내 고위급 회담을 열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한 달이 걸렸다며, 실무 협상이 조금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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