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의회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으로 공식 선출하면서 첫 여성 EU 행정 수반이 탄생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유혈 탄압에 관여한 미얀마 군부에 첫 번째 제재를 가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7년을 끌어온 미국과 중국과의 분쟁에서 중국에 사실상의 승소 판별을 내렸다는 소식, 차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유럽의회가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선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본회의장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에 대한 인준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유럽의회 총 의석 751석 가운데 찬성 383표를 얻어 인준 투표를 통과했는데요. 인준을 받는 데 필요한 최소 표는 374표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바로 집행위원장에 취임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오는 11월 1일 장클로드 융커 현 위원장의 뒤를 이어 공식 EU 행정부 수반으로 취임하고요. 이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내정된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와 함께 앞으로 5년간 ‘EU 정상’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진행자) 폰데어라이엔 차기 집행위원장, 어떤 각오를 밝혔습니까?
기자)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앞에 놓인 과제들에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된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 나의 일이 시작됐다”라고 말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자신을 지지해준 유럽의회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하나 되고 강한 EU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폰데어라이엔 차기 집행위원장은 후보로 낙점될 당시부터 화제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인준 투표를 통과하면 EU 사상 처음으로 첫 여성 집행위원장이 탄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지난 2일 EU 회원국 정상의 회의체인 EU 정상회의에서 지지를 받아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가 됐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집행위원장 후보로 손꼽힌 인물은 아니었고요. 또 사실 인준 투표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진행자) 왜 그랬던 겁니까?
기자) 유럽의회는 그동안 유럽의회 내 각 정치 그룹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를 뽑아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각 정치 단체가 선출한 후보들 가운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후보 명단에도 없었던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이 후보로 추천됐는데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강력하게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회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유럽의회 제1당인 유럽국민당(EPP) 소속인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EPP로부터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제2당인 사회당(S&D)과 진보 성향의 ‘리뉴유럽’등에 소속된 의원들을 설득해야만 필요한 374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진행자) 후보 선출 후 인준 투표까지는 약 2주밖에 없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그리고 16일 열린 비밀투표에서 가결 정족수를 9표 넘기면서 간신히 통과된 겁니다. 이에 따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지지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집행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현 융커 위원장은 찬성 422표를 얻어 당선됐었습니다.
진행자) 폰데어라이엔 장관이 우여곡절 끝에 집행위원장에 당선이 됐는데, 이제 차기 내각도 구성해야겠죠?
기자) 네, 폰데어라이엔 차기 집행위원장은 각 회원국 정상으로부터 1명씩 집행위원 후보를 추천받아 집행위원단을 구성하게 되는데요. 집행 위원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한 뒤, 집행위원단 인준 투표를 진행하게 됩니다.
진행자) 사상 첫 여성 EU 행정부 수반이 된 폰데어라이엔 차기 집행위원장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올해 60살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13살에 독일로 갔습니다. 이후 런던 정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독일 하노버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산부인과 의사와 의대 교수로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기독민주당 소속으로 지방의회에 진출했고요. 200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발탁돼 가족여성청년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에 이어 2003년에는 독일에서 첫 여성 국방부 장관에 올랐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보수 성향으로 유럽 통합파이고요. 메르켈 총리의 측근이기도 합니다. 또한, 7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독일의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진행자)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에 놓인 과제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무엇보다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문제가 있고요. 미국과의 무역 분쟁, 기후변화, 이탈리아 난민 사태 등 여러 현안이 있습니다. 특히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취임하기 하루 전인 10월 31일 영국이 EU를 탈퇴할 예정인데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앞서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영국이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것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인준 투표에 앞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보다 사회적이고 경쟁력 있는 유럽, 잠재된 가능성을 모두 활용하는 유럽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에 제재를 가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가 16일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유혈 탄압에 관여한 미얀마 군부를 제재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16일 성명을 내고 이 같은 제재 사실을 알리면서, 미국은 미얀마 최고 군부에 공개적으로 조처를 한 첫 번째 정부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제재를 결정한 이유, 어떻게 설명했습니까?
기자) 폼페오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버마 정부가 인권 침해와 학대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미얀마군이 미얀마 전역에서 인권 침해와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데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미얀마 정부가 군부 통치를 끝내고 2010년 민정으로 이양된 뒤에도 공식적으로는 군사 정부 이전 국호인 버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들은 누굽니까?
기자)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과 소 윈 부사령관, 측근인 탄 오 준장, 아웅 아웅 준장이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본인과 가족들까지 미국 입국 금지 등 제재를 받게 됩니다.
진행자)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제재를 받게 된 건가요?
기자) 폼페오 장관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017년 발생한 이른바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 사태 때 ‘인딘’ 마을에서 학살에 가담해 유죄 판결을 받은 군인들을 석방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이는 미얀마 지도부와 군의 책임감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는 아주 나쁜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군인들이 얼마나 빨리 석방된 겁니까?
기자) 흘라잉 최고 사령관이 이들 군인을 불과 몇 개월 만에 석방했다고 합니다. 반면 인딘 지역에서 학살 사건을 보도한 기자들은 500일 넘게 구금돼 있었다고 폼페오 장관은 지적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이 언급한 기자들은 로이터 통신 소속 기자 2명으로 인딘 학살 사건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16개월 이상 구금돼 있다가 지난 5월 6일에 석방됐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이 어디에서 이런 발표를 한 건가요?
기자) 미국 국무부가 주최한 종교의 자유에 관한 장관급 국제회의에서 나왔는데요. 회의 첫날인 16일 폼페오 장관이 이 같은 사실을 밝혔고요. 이날 회의에는 미얀마 대표단도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진행자) 미얀마의 로힝야족 학살 사태는 국제적인 문제로 떠올랐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미얀마군은 지난 2017년 8월 로힝야족 반군이 경찰초소 등을 공격하자 대대적인 진압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과 성폭행, 방화 등 반인륜적 범죄가 난무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로힝야족 73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등에 피신했습니다. 유엔 조사단은 이 사태를 집단학살의 의도를 가진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테러분자’들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7년을 끌어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 대한 판결을 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WTO 상소 기구는 16일, 미국이 앞서 중국에 상계 관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WTO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규정에 어긋나는 특정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중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판정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WTO가 중국 측의 손을 들어준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참고로 이번 판결은 ‘미-중 무역전쟁’이 불거지기 이전인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중국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입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소송입니까?
기자) 지난 2012년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태양광과 풍차, 알루미늄 압출기, 종이 등 22가지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반보조금 상계관세를 부과해 73억 달러 상당 피해를 봤다며 중국 정부가 WTO에 제소한 소송입니다.
진행자) 상계관세가 뭡니까?
기자) 상계관세란 부당한 정부 보조금을 받아 불공정 경쟁을 하는 개별 수입품에 부과하는 징벌적 관세를 말하는데요. 정부의 보조로 싼값에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매겨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겁니다. 미 상무부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와 함께 각종 수입상품의 보조금 수혜 여부와 규모를 판정해 상계관세를 부과합니다.
진행자) 미국은 어떤 근거로 중국산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했던 건가요?
기자) 미국 상무부는 2007년~2012년까지 17번의 조사 끝에 당시 중국 정부가 국영기업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국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던 태양광 제품 등에 상계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진행자) WTO는 보조금 지급이나 상계관세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WTO는 연구개발 보조금 같은 것 외에 불법적인 정부 보조금이 기업에 지원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불법 보조금으로 인해 같은 상품을 만드는 수입국 기업이 피해를 봤다는 게 입증될 경우 상계관세 부과를 인정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WTO는 왜 미국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본 걸까요?
기자) WTO 상소 기구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의 수출품 가격이 왜곡됐다고 봤지만, 보조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정한 가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WTO의 이런 판결에 미국은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WTO 판결은 중국이 국영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자국 경제를 왜곡한다는 것을 미국이 증명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판결은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포함한 여러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한 결론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중국이 보조금을 지급해 왜곡된 것으로 보이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겁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또 상소 기구가 WTO 규범을 약화한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에 피해를 주고 세계 경제를 왜곡하는 중국 정부의 관행에 맞서려는 미국의 노력을 저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중국 상무부는 17일 공식 홈페이지 올린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무역구제 조처를 남용하고 국제 통상 환경의 공정성을 훼손했음을 증명해 보이는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상무부는 또 미국이 최근 수년간 중국 상품에 반보조금 조처를 남용해 중국 상품의 정상적인 미국 수출에 큰 피해를 줬다며, 미국은 즉각 중국 상품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바로잡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WTO가 가능하다고 밝힌 보복 조처를 시행할지 여부도 밝혔습니까?
기자) 거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언론은 중국이 제재를 하려면 무역 손해 규모를 산정하는 문제로 다시 또 미국과 법적인 분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행정부가 WTO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세계 무역 질서를 세우고 불공정한 무역관행 등을 바로잡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WTO 상소 기구 위원들의 신규 임명도 막고 있는데요. 보통 상소 기구 위원은 7명으로 소송을 처리하려면 최소한 3명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계속 새 위원 임명을 막을 경우, 오는 12월 11일부터는 위원이 단 1명만 남아 상소 기구의 기능이 마비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로 인해 미국이 큰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WTO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요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은 어떻습니까? 진전이 좀 있었나요?
기자) 별다른 진전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각료 회의에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사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이를 지키는지 보자고 말했는데요. 필요하다면 3천250억 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