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매각을 승인했습니다. 앞선 미 검찰과 오토 웜비어 부모의 매각 결정을 허가함으로써, 이 선박에 대한 웜비어 측의 소유권을 사실상 인정한 것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최종 판결 이전에 매각될 수 있게 됐습니다.
미 뉴욕남부 연방법원의 케빈 캐스텔 판사는 19일 공개한 결정문에서 검찰이 제안한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매각 요청을 허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 뉴욕남부 연방 검찰은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협의를 거쳐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최종 판결 이전에 매각(interlocutory sale)하기로 합의했다며, 재판부의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승인 요청 서류에서 매각이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가치를 최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소유권을 주장한 청구자가 웜비어 부모뿐이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면서, 웜비어 측이 매각에 동의했다는 변호인들의 서명도 첨부했습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웜비어 측은 검찰은 물론 법원으로부터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소유권을 사실상 인정받게 됐습니다.
미 검찰은 대북 제재 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실은 상태로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됐던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압류한 뒤, 올해 5월 몰수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검찰은 30일 간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 청구 공고를 냈고, 마감시한 60일 이전에 웜비어의 부모인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 씨가 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웜비어 부모 외에 청구서를 제출한 개인이나 기관은 없었습니다.
웜비어 씨 부부는 아들의 죽음이 북한 정권 때문이라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약 5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배상금 보전을 위해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겁니다.
검찰은 이번 서류에서 ‘조선송이무역회사’와 ‘송이운송회사’가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이해관계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으로 미국에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두 회사가 소재한 북한 평양의 주소지로 소유권 청구와 관련된 통지문을 보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결과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한 건 웜비어 부모밖에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 측이 답변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이미 패소 판결을 받은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VOA에 “몰수 소송이 제기되면 모든 잠재적 청구자들에게 엄격한 청구 시한이 주어진다”며, “청구 기한이 만료된 현 시점, 북한을 비롯한 그 어떤 누구도 더 이상 청구서를 낼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한을 맞추지 못한 측이 패소하는 건 재판의 기본 원칙”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웜비어 측이 유일한 이해 당사자가 된 상황에서 검찰은 웜비어 측과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처리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됐고, 최종 판단을 재판부로 넘겼다는 설명입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미 연방마샬국(USMS)에 의해 매각되며, 관리 비용 등을 제외하고 남은 비용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연방마샬국에 보관됩니다.
이후 최종 판결과 함께 웜비어 측에 전달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측이 이번 소송에 대응하지 않는 상태에사, 재판부는 결국'궐석 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연방법원은 지난해 웜비어 측에 승소 판결을 내릴 당시에도 '궐석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선박에 남아 있는 가치는 15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 사이로 추정됩니다.
선박업계 관계자는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인도네시아에 억류됐을 당시 선박을 점검한 미국 측 조사원들은 이 선박이 운용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 경우 선박은 약 300만 달러에 거래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고철로 처리됐다면 300만 달러의 금액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현 위치인 미국령 사모아에선 이보다 낮은 150만~200만 달러가 고철 값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