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결핵치료약이 내년 6월이면 바닥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유엔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이(Stop-TB Partnership) 밝혔습니다. 지난달 초 방북했던 이 단체의 루치카 디띠우 사무국장은 국제기구들이 대북 결핵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디띠우 국장을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디띠우 사무국장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이 북한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디띠우 사무국장) 사업단은 북한을 15년 동안 지원해 왔습니다.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 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자금을 배정 받아 북한의 결핵약과 진단시약 구입을 지원했습니다. 따라서 실무 관계자들과 독립 자문단이 북한 내 약품과 물품 사용 현황을 감독하기 위해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무국장의 방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는 북한에 직접 가서 진단과 치료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북한은 ‘결핵 고부담 국가’(high-burden country)인데, 유엔이 설정한 2022년 결핵 퇴치 목표를 북한 당국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기자) 7월 초에 방문하셨죠?
디띠우 사무국장) 7월 8일에서 12일까지 방북 기간 중 모란봉 구역을 비롯한 평양과 평안북도 구장군을 방문했습니다. 이들 지역의 결핵 치료시설과 보건소, 어린이 시설 등을 방문하고 북한 보건성과 외무성 당국자들을 만났습니다. 또 평양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과 세계보건기구, 유엔아동기금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내년에는 결핵치료약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북한 의료인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었습니까?
디띠우 사무국장) 세계기금의 후원으로 했던 활동들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계속해서 결핵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습니다. 국제 제재와 국제 지원금 감소로 ‘진엑스퍼트’와 같은 결핵 진단장비 등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북한에서 결핵약의 관리와 처방은 잘 되고 있었습니다. 각 환자를 위한 결핵약이 개별적으로 보관돼 있었습니다. 북한 의료진의 결핵 치료에 대한 이해 수준이 인상 깊었고, 방북 기간 다제내성 결핵 관련 최신 치료법에 대한 토론도 했습니다. 아직은 북한에서 극적인 상황은 없지만, 세계기금이 지원을 재개할지 등에 대한 질문을 하곤 합니다.
기자) 언제쯤 결핵치료약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됩니까?
디띠우 사무국장) 우선 결핵약은 여러 다른 종류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결핵약은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이 세계보건기구 WHO와 공동으로 확보해 얼마 전에 북한에 전달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결핵약은 내년에도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세계보건기구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OCHA로부터 특별자금을 받아 다제내성 결핵을 위한 치료약도 확보했고, 곧 북한에 도착합니다. 동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결핵약은 ‘1차 약제’입니다. 일반적으로 결핵에 걸렸을 때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항 결핵제로, 많은 양이 필요하죠. 내년 6월, 늦어도 7월에는 성인용 ‘1차 약제’가 동날 것입니다.
기자) 북한에서 결핵약이 바닥날 것이라는 데 대해 구호단체들의 우려가 상당합니다. 세계기금의 공백을 다른 국제기구들이 메우려는 노력이 있습니까?
디띠우 사무국장) 세계보건기구와 북한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실이 노력해 세계기금이 아닌 다른 곳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공백을 조금 메꿨습니다. 세계기금 철수 이후 다른 기구들의 지원 노력이 확대된 것이죠. 사전에 계획된 예산이 아니었습니다. 북한 주재 유엔 기구들은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비정부기구들도 추가 예산을 확보하려 하지만, 세계기금의 공백이 커서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기자) 세계기금이 북한 지원 재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까?
디띠우 사무국장) 세계기금 사무국과 북한 담당자들도 이 문제에 매우 전념하고 있습니다. 담당자들은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을 비롯해 여러 국제 기구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어떻게 지원 재개를 위한 조건을 조성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 식량난이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입니다. 식량난이 결핵에 어떤 영향을 줍니까?
디띠우 사무국장) 영양 상태와 결핵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말라리아와 후천성면역결핍증 HIV도 마찬가지이죠. 영양부족 상태이면 결핵에 훨씬 빨리 감염되고, 상태가 급속히 악화됩니다. 우리가 북한 병원에서 음식을 보여달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결핵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날씬합니다. 첫 증상이 체중 감소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북한의 결핵 환자들이 카자흐스탄이나 루마니아 같은 다른 나라 결핵 환자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자) 대북 제재의 영향으로 약품과 장비의 북한 반입이 오래 걸립니까?
디띠우 사무국장) 약 구입에서 전달까지 약 10개월이 걸립니다. 중국을 통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검색이 길어졌고 많이 지연됩니다. 따라서 오랜 경험에 비춰 봤을 때 넉넉하게 9개월에서 10개월 잡는 것이죠. 이에 더해서 진단 장비와 같은 의료기기가 미국에서 생산됐을 경우 미국으로부터 북한 반입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기자) 내년에 실제로 결핵약이 떨어지면 북한에서 결핵이 심각하게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디띠우 사무국장) 세계기금이 대북 사업을 재개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내년까지 세계기금이 대북 사업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다른 기구들이 북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고려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핵은 공기로 감염되며 국경을 넘습니다. 다제내성 결핵환자가 치료받지 못한다면 그 병을 확산시킬 것입니다. 따라서 역내 지역 전체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큰 비극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한 유엔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의 루치카 디띠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