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나라들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금융제재 이행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개선을 보이곤 있지만, 여전히 국제사회 대북제재를 자국 법으로 편입시키는 법적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나라가 많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기구인 자금세탁방지기구는 전 세계 나라들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방지 이행 노력을 평가해 이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약 40개의 평가항목에 대한 등급이 매겨지는데, 이중 ‘권고안 7번’은 북한이 포함된 유엔 안보리의 정밀 금융제재에 관한 것입니다.
각국이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권한을 만들었는지, 또 국내 기관 등을 선정해 정밀 금융제재를 시행하는 지를 평가하는 항목입니다.
VOA가 자금세탁방지기구가 공개한 각국의 ‘상호평가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나라들이 대북제재 이행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2일을 기준으로 모두 81개 나라가 평가를 받았는데,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의미의 ‘미준수(Non-compliant)’, 즉 NC 등급을 받은 나라가 26개에 달했습니다.
이어 중간수준의 결함이 있는 나라들에게 부여되는 ‘PC(Partially compliant)’ 등급이 24개 나라에게 매겨졌습니다.
전체 81개 중 50개 나라, 약 60%가 대북 금융제재 이행에 결함이 있는 나라들로 지목된 셈입니다.
반면 결함이 없다는 의미의 ‘준수(Compliant)’ 즉 C 등급을 받은 나라는 10개에 불과했고, ‘대부분 준수’ ‘LC(Largely compliant)’ 등급을 받은 나라는 21개였습니다.
나라들로 살펴 보면 호주와 코스타리카, 안도라, 중국 마카오, 노르웨이, 멕시코 등은 C 등급을 받아 전반적으로 결함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또 미국과 영국, 방글라데시, 핀란드, 이스라엘, 가나 등에겐 LC가 매겨져 전반적으로 결함이 적은 나라에 포함됐습니다.
반면 중국과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은 NC 등급으로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고,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덴마크, 과테말라, 이탈리아 등도 PC 등급을 받아 개선이 필요한 나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과 북한, 러시아 등은 아직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금융 제재 이행에 결함이 있는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많긴 했지만, 이 비율은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자금세탁방지기구는 추가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상당수 나라들이 낮은 등급에서 더 높은 등급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미얀마의 경우 지난 20일 공개된 ‘1차 후속 평가보고서’에서 ‘권고안 7번’ 항목에 대해 ‘LC’ 즉 대부분 준수 평가를 받았습니다.
앞서 미얀마는 지난해 최초 평가보고서에서 대북제재 결의와 관련된 자금 동결 의무 부문에서 여러 결함이 발견돼 미준수, NC 등급을 받았었습니다.
보고서는 미얀마 정부가 안보리의 대북 결의 2375호와 2397호를 준수하도록 지시했다며, 더 높은 등급이 매겨지게 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다만 2375호와 2397호 이후 결의에 대해선 준수해야 할 의무가 없고, 정부가 아닌 미얀마인들에게 이행 의무가 부과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 보고서에 지적된 점으로 미뤄, 미얀마는 최고 등급인 C 대신 LC를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자금세탁방지기구는 지난 1989년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에서 금융기관을 이용한 자금세탁에 대처하기 위해 설립돼, 현재 미국과 영국, 중국, 러시아, 한국 등 30여개 나라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1년 자금세탁방지기구의 ‘주의 조치국’에서 최고 수준인 ‘대응 조치국’으로 경계 수위가 높아진 뒤 8년 넘게 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응 조치국’에는 당초 북한과 이란이 지정됐지만 이란이 지난 2016년 ‘주의 조치국’으로 하향조정되면서 현재는 북한이 유일한 대상국으로 남았습니다.
자금세탁방지기구는 지난 6월 발표한 공개성명에서 “북한이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척결과 관련된 중대한 결함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금융체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즉각적이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이들 결함들에 대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