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합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출국 전 미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역내 안정을 위한 연합체를 결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총선을 치른 이스라엘이 차기 총리 후보 선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중국이 최근 남태평양 도서국들과 잇따라 수교를 맺는 등 태평양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이란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군요?
기자) 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미국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미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는데요. 유엔 총회에서 이란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아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살펴볼까요?
기자) 로하니 대통령은 우선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은 실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하고 경제제재를 부과하는 등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미국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라는 겁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미국은 우리가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것을 꺼리지만, 우리는 고집스럽게 가야 한다”라면서 유엔총회에 참가해 다양한 수준에서 대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로하니 대통령 또 역내 안정을 위한 복안이 있다고 밝혔다고요?
기자) 네,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에서 걸프 지역 평화에 관한 이란 정부의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란의 평화안은 ‘호르무즈 평화 노력(Hormuz Peace Endeavour)’으로 영문 약자로는 희망을 뜻하는 ‘HOPE’로 명명했는데요. 로하니 대통령은 역내 안보를 제공하고 또 유지하게 될 연합체에 걸프만 일대의 모든 해안 국가들을 초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연합체 계획이 이날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죠?
기자) 네, 로하니 대통령은 하루 전인 22일 제39주년 이란-이라크전 기념일을 맞아 테헤란에서 열린 군 열병식에 참석해 ‘호르무즈 평화 노력’을 유엔에 제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걸프만 지역에서의 외국 군대 주둔은 중동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란이 구상 중인 연합체는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연합체에 대응하는 조처라고 할 수 있겠군요?
기자) 네, 그런 시각이 많습니다.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중요한 원유 수송로입니다. 그런데 지난 5월 이후 외국 선박 6척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을 받고 또 이란이 영국 국적의 유조선을 억류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 연합체를 결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이 가장 먼저 이 연합체에 동참한다고 밝혔고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18일 자국 석유 시설이 공격을 받은 후 호르무즈해협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연합체에 합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방금 언급한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 사건이 지금 중동 지역 최대 화두이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23일 출국 직전에도 바로 이 사건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미국과 사우디가 이란 석유시설 공격의 피해를 과장되게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사우디는 석유 시설을 공격한 주체를 이란으로 확신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석유 시설이 두 곳이 무인 비행기의 공격을 받았는데요. 미국 정부는 이 공격을 이란의 소행으로 규정했습니다. 사우디 역시 공격에 쓰인 무기의 파편과 공격이 날아온 지역 등을 공개하며, 이란의 공격이 확실하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란은 이런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23일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의 책임이 이란이 있다는 데 “높은 가능성”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존슨 총리 역시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출발했는데요. 존슨 총리는 총회 기간 로하니 대통령과의 회담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진행자) 사우디 원유 시설 공격으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더 고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의 회동 여부도 주목되는데, 유엔 총회 기간에 두 사람이 만나게 될까요?
기자) 만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로하니 대통령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요. 로하니 대통령 역시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주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이란 중앙은행에 추가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하면서 제재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총선을 치른 이스라엘이 차기 총리 후보 선출 작업에 들어갔군요?
기자) 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22일과 23일 이틀 일정으로 정당 대표들을 만나 새 연립정부를 이끌 총리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22일 중도파인 ‘청백당’과 우파 ‘리쿠드’당, 아랍계 정당 연합인 ‘조인트리스트’ 5개 정당의 대표단을 차례로 만난 데 이어 23일에는 유대주의를 표방하는 ‘토라유대주의당’등 군소 정당 대표단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진행자) 연정 구성을 위해 대통령이 왜 정당 대표들을 만나는 겁니까?
기자) 리블린 대통령은 정당 관계자들로부터 총리 후보를 추천받은 뒤 연정을 안정적으로 구성할 가능성이 가장 큰 당의 대표를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 구성권을 줍니다. 총리 후보는 28일 동안 연정을 구성할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만약 그때까지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기간을 14일 더 연장해 줍니다. 하지만 총리 후보가 총 42일 동안 연정 구성을 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다른 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게 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총선 결과를 보면 연정 구성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요?
기자) 네, 지난 17일 치러진 총선에서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가 이스라엘 의회 120석 중 33석을 얻으면서 1위를 차지했고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 당은 31석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두 당 모두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독자적으로는 정부 구성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진행자) 그래서 리쿠드 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현 총리가 야당인 청백당에 대연정을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청백당의 간츠 대표가 리쿠드 당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본인이 차기 총리가 되지 않은 한 연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겁니다.
진행자) 간츠 대표가 차기 총리를 노리고 있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아랍계 정당 연합인 ‘조인트리스트’가 간츠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인트리스트의 아이만 오데 대표는 22일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에 기고문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가 또다시 총리를 하는 일이 없도록 간츠 대표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고요. 이어 당의 공식 입장도 나왔습니다. 오데 대표는 이후 리블린 대통령을 만나 조인트리스트의 최우선 사항이 네타냐후 총리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츠 대표를 추천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랍계 정당 연합이 이렇게 차기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이스라엘 아랍계 정당들은 1992년 이후 총리 후보 지명에서 늘 중도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조인트리스트는 이번 총선에서 13석을 얻어 제3당에 올랐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간츠 대표가 필요한 지지를 다 확보한 겁니까?
기자) 아직 모자랍니다. 리블린 대통령의 면담을 통해 간츠 대표가 확보할 의석은 57석으로 예상되는데요. 총리 지명에 필요한 의석 과반수인 61석엔 아직 모자랍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 5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이번 총선에서 약진한 당이 또 있지 않았나요?
기자) 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전 국방장관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이번에 9석을 얻었습니다. 사실 리베르만 전 장관은 앞서 4월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리베르만 전 장관은 초정통파 유대인들에게 주어지는 병역면제 특혜를 없애자는 요구 조건이 수용되지 않자 연정 참여를 거부했고요. 결국 네탸나후 총리는 기간내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고 이달 17일 다시 총선을 치르게 된 겁니다.
진행자) 리베르만 전 장관이 이번엔 누구를 지지할까요?
기자) 현재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고있습니다. 리베르만 전 장관은 리블린 대통령과 면담을 앞두고 차기 총리 후보로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편, 리블린 대통령은 안정된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선 리쿠드 당과 청백당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며 양대 정당의 연정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지난주 남태평양의 두 나라, 키리바시와 솔로몬제도가 타이완과 수교를 끊고 중국과 수교를 맺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최근 들어 중국이 남태평양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섬나라인 이 두 나라에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대규모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어업권이나 해저 자원 개발권 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서방 국가들의 영향 아래 있던 이 지역이 중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게 몇 년 전부터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일대일로’ 사업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부터 야심 차게 진행하고 있는 경제 구상인 일대일로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에 총 5개 길을 만드는 계획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저개발 국가에 항구와 공항, 도로 건설 지원 목적으로 막대한 자금과 노동력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투입된 금액이 약 1조 달러에 달합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은 새로운 무역 경로를 확보하고 또 내수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자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일대일로 사업이 남태평양지역까지 포함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태평양 일대는 개발이 낙후된 지역이 많고 경제적인 도움이 절실한 상황으로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 환경적인 문제까지 직면했습니다. 이때까지는 같은 남반구에 있는 호주가 주로 이 지역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는데요. 이제는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호주가 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훨씬 더 큰 규모로 지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서방 국가들이 그럼 지원을 중단한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호주는 지난 7월 태평양 섬나라들의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10억 달러의 차관과 3억 4천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할 기구를 발족했습니다. 호주 외에 뉴질랜드와 일본 등도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견제하는 한편 천연자원 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이 워낙 공격적인 투자를 하다 보니 호주나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더 적극적인 협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타이완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은 키리바시와 솔로몬제도도 외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고요?
기자) 네, 우선 키리바시는 인구가 11만 6천 명에 불과하고요. 해수면 상승으로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런 키리바시에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개발 지원을 제안해 왔다고 하는데요. 지난 20일 타이완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일주일 앞서 타이완과 단교를 통보한 솔로몬제도는 인구가 60여만 명 정도 되는데요. 8명 가운데 1명이 빈곤층입니다. 중국은 이런 솔로몬제도에 타이완과의 단교 대가로 850만 달러의 개발기금을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타이완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무엇보다 중국은 경제 대국으로 예산 규모가 크고요. 또 해외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데 있어 민주주의 국가인 타이완 보다 예산 집행 과정이 더 쉬운 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면서 타이완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는데요. 차이 잉원 총통이 타이완 독립을 추진하자 현재 타이완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고요. 중국은 타이완과의 통일을 위해 무력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의 이런 행보가 타이완만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는 건 아니라고요?
기자) 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근에서 장악력을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태평양 지역의 안보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인도-태평양 전략’인데요. 중국이 미국과 우호 관계에 있는 타이완을 압박하고 또 태평양 도서국들을 장악해 가는 건 중국의 국익을 생각하는 면도 물론 있지만, 미국을 견제하려는 면도 없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