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와 추가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달 말로 예정됐던 미-한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정은 위원장과의 추가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 정책 철회가 우선돼야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신속한 행동을 촉구하면서 추가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속하게 행동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곧 만나자(See you soon!)”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언급한 건 지난 8월 이후 처음입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미친 개(rabid dog)'라고 부른 사실을 언급한 한 텔레비전 진행자의 트위터 글을 인용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을 '미스터 체어맨,' 위원장님이라고 부르며 사실상 김 위원장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님, 조 바이든은 활기 없고(sleepy) 매우 느릴 수 있지만, '미친 개'는 아니”라며, “그는 사실 어느 정도 그 보다는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신이 원하는 곳에 있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라며, "신속하게 행동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만나자!"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공식 발표한 지 10시간 만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북 양측이 실무 협상을 통한 진전을 거쳐 추가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대화 재개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은 18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이름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을 "새로운 조미 수뇌회담을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했다"면서도 "우리에게 무익한 그런 회담에 더이상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계관 고문은 미-북 양측이 지난해 6월 이후 세 차례 정상회담 등 협상을 진행했지만 "조미 관계에서 별로 나아진 것은 없다"며, "지금도 미국은 조선반도 문제에서 그 무슨 진전이 있는듯한 냄새만 피우며 저들에게 유리한 시간벌이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 것도 돌려받지 못한 채 더 이상 미국 대통령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며,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한 값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고문은 이어 미국이 "진정으로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4일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 이름의 담화를 통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미-한 연합훈련 조정을 언급한 데 대해 "조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이 훈련 연기를 발표한 이후에도 여전히 대화 복귀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북한은 특히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이름의 담화에서 한국전쟁 종전 선언이나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을 `부차적 문제'로 돌리면서,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미국 측에 요구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요구는 유엔 안보리 제재의 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된 이후에나 제재 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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