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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전문가들 "북한, '미국 탄핵 정국' 도발 삼가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전략적 도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재를 풀고 싶으면 미국의 탄핵 사태가 종결된 이후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7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전략적 도발’ 신호를 보냈습니다.

북한은 이날 평안북도 동창리에 있는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며, 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키는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반도에 배치된 RC-135 특수 정찰기를 통해 북한이 동창리에서 미사일 엔진 시험을 한 것을 파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 가지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선 곧바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30분 간에 걸친 전화통화에서 북한 문제를 집중 논의했습니다. 한국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입니다.

[녹취: 고민정] “양 정상은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북-미 간 비핵화 성과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대화 모멘텀이 유지돼야 한다는데 공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인터넷 트윗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다”며 “그가 적대적인 행동을 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김정은은 싱가포르에서 강력한 비핵화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며 “그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끝내는 걸 원하지 않으며,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이후 지난해부터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겁니다.

북한이 동창리에서 미사일 엔진 실험을 한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평양의 거듭된 담화와 방사포 발사에도 미국이 양보할 뜻을 보이지 않자 대미 압박의 수위를 한 단계 올린 것이라고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통일안보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철저하게 계산된 압박이죠, 11월부터 북한의 담화는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를 훼방 놓겠다고 해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과의 대화를 통해 핵실험도 하지 않고 미사일도 쏘지 않았다고 해왔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도발을 하는 거죠.”

여기에 더해 북한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취해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도 공식적으로 해제할 공산이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중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주체107, 2018년 4월21일부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동창리에서 미사일 엔진 실험을 실시한 데 이어 노동당 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이달 하순 소집했습니다. 북한은 이 전원회의를 계기로 핵실험과 ICBM 발사 중단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범철 통일안보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번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걸 함으로써 자위적 핵무력을 강조하고 미국에 대해 강경노선을 천명함으로써 김정은이 말한 `새로운 길'이 되는 거죠.”

이런 가운데 문제는 현 시점에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신의 폭이 극도로 제한됐다는 겁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을 남용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부당하게 압박했다는 혐의로 탄핵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 하원은 이미 탄핵 조사를 마치고 10일 탄핵 소추안을 공개했습니다.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탄핵소추안 통과는 확실시됩니다. 그러면 탄핵안은 내년 초 상원으로 넘어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주재로 탄핵 심판이 벌어집니다. 상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기각될 전망입니다. 그렇다 해도 탄핵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내년 1월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을 막기 위해 공화당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시리아에서 갑작스럽게 미군 철수를 결정하는 바람에 공화당의 반발을 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또 다시 ‘제제 완화’ 같은 양보를 할 경우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이탈해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 된다고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He has to be very careful about Republican senators who are going to judging…”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미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북한이 진정 트럼프 대통령과 그랜드 바게닝, 즉 통큰 협상을 하고 싶으면 탄핵 국면이 종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If they wait till after impeachment trial I think it is clear..”

카지아니스 국장은 최근 자신이 만난 백악관 고위 당국자로부터 만일 북한이 레드라인 즉, 금지선을 넘을 경우 미국도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I don’t wanna give away off the record conversation, but my sense of current situation, this is my interpretation..”

백악관 당국자들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같은 금지선을 넘을 경우 미국은 2017년의 `최대 압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하지 않고 탄핵 사태가 종결된 이후 협상을 할 경우 미국은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댓가로 북한의 석탄과 섬유에 대한 수출 금지 조처를 완화할 공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Allowing North Korea to export something under sanction, coal and textile…”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미-북 비핵화 협상의 발목을 잡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월 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나 비핵화와 제재 완화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워싱턴 정치권의 초점은 북한 핵 문제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 씨의 의회 증언에 쏠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로 정치적 궁지에 몰렸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핵 합의를 안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이는 워싱턴의 정치 상황 때문이라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Michale Cohen, Donald Trump’s fomer attorney…”

현재 미국과 북한은 ‘강대강’ 구도입니다. 북한은 ‘미사일 엔진 시험’으로 대미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렸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계산법을 바꿀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대신 미국은 대북 경고와 군사적 대비, 그리고 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북한 핵 문제는 탄핵이라는 미국 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경직된 구도 속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북 관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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