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가 제재의 영향으로 올해도 크게 위축됐지만, 환율과 유가 등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관광 등 새로운 외화벌이 수단을 찾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장기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사회 제재가 이어진 올해 북한의 무역은 여전히 암울했습니다.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올해 10월 북한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1천646만 달러. 이는 같은 기간 대중 수입액 2억7천92만 달러의 6% 수준으로, 북한의 대중 무역 적자폭은 2억5천446만 달러를 나타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적자액은 19억251만 달러로,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연말에는 역대 가장 높았던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 실적도 매우 저조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나라 등과의 교역이 끊기면서, 과거 북한의 주요 10개 교역국으로의 수출 규모도 올해에만 90% 이상 줄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의 외화난이 가중돼 심상치 않은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외부로 드러나는 북한 경제 상황은 이런 전망과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유류 가격 또한 크게 올랐다는 신호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일반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는 조짐도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소비재 품목의 수입이 예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외부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Clearly, there are revenue sources and workarounds...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외부에서 포착하거나 다루지 못한 북한의 새로운 수입원과 제2의 해결책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억 5천만 달러에서 10억 달러로까지도 추정되는 중국인 관광 사업과 북한의 해외 노동자 수입, 북한의 불법 무역 등이 북한의 외화 부족분을 메우고 있는 수단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Chinese tourism has been a big income...”
중국인 관광객을 통한 외화벌이가 제재 대상이 아닌 만큼 북한의 큰 수입으로 자리잡으면서 어느 정도 외화 부족분을 채우고 있고, 또 북중 국경지대에는 여전히 중국 상품으로 둔갑한 북한제 물건들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제재 완화를 제안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들 나라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돌려보낼 지도 의문이라고, 뱁슨 전 고문은 지적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 북한이 대학 교수는 특정 국가나 기관 등으로부터 재정을 조달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The fact that the deficit is high...”
제재로 인해 무역 적자가 커진 건 사실이지만 만약 북한 정권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외부 자금 유입이나 중국으로부터의 원조, 중국 기업 등의 지원이 있다면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해거드 교수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데 전반적으로 동의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앤서니 김 연구원은 “북한은 계속된 국제사회 제재의 영향으로 미국 달러와 다른 외화의 부족 현상을 겪고 있고, 이는 북한을 드나드는 전반적인 외화 흐름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끈질긴 제재는 북한이 절실하게 원하는 경제 성장에 대한 ‘지연 요소’였다”며, 제재가 지속되는 한 북한 경제가 온전하게 돌아갈 가능성을 적게 내다봤습니다.
해거드 교수도 북한이 제재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현 상황에 주목하면서, 이를 북한 경제 전망이 어두울 수 있는 일종의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 중국이 있는 만큼, 북한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에까진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 경제에 가해지는 압박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Even if Russia and China try to reclassify workers...”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 노동자의 체류 신분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로 ‘노동자 문제를 묵인’할 순 있지만 여전히 북한 노동자의 숫자는 지금보다 더 적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감행하는 등의 상황이 올 경우, 유엔 안보리가 자동적으로 유류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조항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현 상황에선 북한 경제에 가해질 부담 요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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