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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남측 개별 관광 제안에 묵묵부답...전문가 “미-북 대화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후 판문점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후 판문점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새해 들어 독자적인 남북관계 발전 방안을 공식화하고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는 가운데, 북한에게 남북관계는 우선과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 협력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구체적인 남북 협력 방안으로는 접경 지역 협력과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을 제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북측 개별 관광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협력과 관련해 유엔 제재로부터 예외 승인이 필요하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북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독자적인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기조를 공식화한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24일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홍균 전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4일 VOA에, 남북관계는 현재 북한에게 전혀 관심사항이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협력 제안에 즉각적으로 거부를 하지 않은 만큼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남북관계 보다는 미-북 대화에 주력하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녹취: 김홍균 전 본부장] “남북관계는 북한이 관심 있다고 안 보고, 이게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는데 어떤 역할,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그런 것들을 가늠을 하면서 검토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측 국민들의 관광 허용은 기술적으로 북한에게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일단 전에 단체관광 때도 행동 통제에 있어서 북측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박왕자 씨 피격 사건이 있었잖아요.”

김 전 본부장은 그런 어려움에 비해 실질적인 외화 소득이 단체관광에 비해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며, 경제적 실익은 없고 기술적 어려움만 가중되는 만큼 북한이 부정적인 답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발 ‘우한 폐렴’으로 외국인 관광객 입국 금지 조치까지 취한 상황에서 북한이 남측의 개별 관광 제안에 당장 답을 해야 될 이유도 없고 여건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김진무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미-북 비핵화 협상이 잘 풀리면 남북 경협은 열리게 돼 있다며, 북한이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남북관계가 시작되면서 미-북 협상으로 발전됐지만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는 결국 미-북 관계의 종속변수라는 점을 북한이 알게 됐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이 남측의 개별 관광 제안에 묵묵부답인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50년으로 묶인 금강산 관광 남측 개발권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삼지연과 양덕온 지구, 원산-갈마 해양관광단지, 마식령 스키장까지 심혈을 기울여 관광특구를 조성해가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금강산에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만약에 북한이 협상이 나온다면 그 협상은 개별 관광이 아니라 금강산 문제의 근본적인 회수와 관련된 협상을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남한이 그 준비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 한국 측에 사인을 줬을 수 있어요. 개별 관광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금강산을 근본적으로 돌려주는 협상을 같이 하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원하는 것은 금강산 관광 재개라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지난해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싶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또한 최근 문을 연 양덕온천지구나 4월 개장을 목표로 준비 중인 원산-갈마 해양관광단지 등은 남측 관광객들이 방문해야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그런 맥락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 관광객이 가장 환영할 만한 외국 관광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게 제재라는 상황 때문에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잘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든 관광사업이 성공해야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 위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고 그게 운신의 폭을 넓혀줘서 비핵화 관련해서도 좀 더 양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되는 것이고”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은 남측 관광객 방문에 대한 북한 내부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통제가 어려운 개별 관광객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언급한 이산가족 상봉 형식의 개별 관광의 경우 북측 이산가족에 대한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명현 연구위원] “이산가족이 방문했을 때 북한 쪽 방문객도 나와야 하는데 그렇다면 비용을 누가 지불할 것인가가 또 문제가 되죠. 예를 들어 대부분의 내륙 지방은 평양과는 달리 외국인이 방문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면 지방에 있는 이산가족은 평양이나 접경지대 일부 지역으로 여행을 해야겠죠, 근데 그 비용을 누가 댈 것인가…”

고 연구위원은 또 남측의 개별 관광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북한의 대남 `패싱 정책'이 수포로 돌아간다며, 미국과의 협상이 우선인 북한이 한국 측 제안을 달가워할 리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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