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미국인의 일상이 많이 달라졌는데요. 많은 변화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스로 머리 손질을 하는 미국인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이전처럼 미용실에 자주 갈 수 없다 보니 스스로가 이발사 또는 미용사가 되어 자신의 모발과 머리 모양을 관리하기 시작한 건데요. 한편, 미국인의 헤어스타일도 큰 변화를 맞았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 시대, 미국인의 달라진 헤어스타일”
[현장음:미용실]
지난 한 해 미국인의 헤어스타일은 실용성과 편안함이 대세였습니다.
[녹취: 페이지 스미스]
워싱턴 D.C.의 미용실 체인인 ‘뱅살롱’의 미용사 페이지 스미스 씨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이 드라이도 안 하고, 고데기라고도 부르는 플랫 아이론을 이용해 모발을 쫙 펴거나, 굽실굽실 웨이브를 주는 것도 안 한다고 했는데요. 또 남성들은 평소에 쓰던 모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등 최대한 손이 덜 가는 머리 모양을 유지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냥 자연 바람으로 말려도 모양이 나는 그런 헤어스타일을 찾기 시작했다는 거죠.
한편, 코로나 상황에 있기 때문에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요. ‘허드슨 푸케’ 미용실의 수석 미용사 테일러 헬레나 씨의 설명입니다.
[녹취: 테일러 헬레나]
자신의 고객 대부분이 집에서 일하는 등 원격 근무를 하게 됐다는 건데요. 화상으로는 실제 대면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다 보니, 머리카락을 자르기는 하되, 염색하는 사람은 줄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다른 경향은 여성들의 머리가 더 짧고 과감해졌다는 건데요.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이 미국에 창궐했을 당시에도 짧은 머리가 유행이었다고 하네요.
[녹취: 페이지 스미스]
페이지 씨는 손님들이 머리카락을 과감하게 잘라 달라는 주문을 한다고 했는데요. 원격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언제 다시 직장으로 복귀할지 모르니 머리를 충분히 기를 시간이 있고 또 혹시 짧은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상관없다고 말한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인위적인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은 자연 모발을 유지하는 것도 코로나 시대에 볼 수 있는 유행인데요. 여성들은 자신의 곱슬머리를 억지로 펴거나 혹은 생머리에 웨이브를 주려고 노력하는 대신, 자신의 모발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피닉스 살롱’의 지라 리베라 최고경영자는 설명했습니다.
[녹취: 지나 리베라]
보통 곱슬머리 여성들은 자신의 모발을 싫어해서 미용실에 오면 머리를 펴는 스트레이트 파마를 원했지만, 최근 미용실을 찾는 여성들은 자신의 모발이 억세든, 얇든, 곱슬이 있든 자연 모발 그대로를 수용한다는 겁니다.
배우이기도 한 리베라 씨는 오랜 미용 경력을 갖고 있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헤어 경향이 급격하게 변한 적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지라 리베라]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변화가 큰 걸 볼 수 있다며 ‘코비드 헤어’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했는데요. 대부분 집에서 일하다 보니 남자들이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완벽한 헤어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보통 2~3주에 한 번씩 이발하던 남성들이 그냥 머리카락이 자라게 놔두면서 장발이 됐다는 거죠.
또한, 미용실에 가는 것이 위험하다 보니 많은 미국인이 집에서 스스로 머리를 가꾸기 시작했는데요. 지난 연말 선물로 가장 인기 있는 선물 가운데 하나가 전기 모발 정리기였다고 합니다.
새해가 시작됐지만, 코로나 상황은 크게 변함이 없는데요. 따라서 미국인의 이런 새로운 헤어스타일 역시 한 동안 유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뉴욕 시민들이 살려낸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소상인이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서점도 폐업할 위기에 처했었다고 합니다. 바로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에 위치한 스트랜드(The Strand) 서점인데요.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뉴욕 시민들이 사라질 뻔했던 이 서점을 살려냈다고 합니다.
[녹취: 낸시 배스 와이든]
낸시 배스 와이든 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스트랜드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서점에 오면, 온 벽은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마치 초콜릿 같은 향이 났다는데요. 항상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책상에서 일하고 계셨고 특히 어린이 도서 칸에 가면 공주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는데 자신이 원하는 책은 뭐든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90년 전, 와이든 씨의 할아버지가 처음 문을 연 이후 스트랜드 서점은 뉴욕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서점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뉴욕 안내 책자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이 서점입니다. 그만큼 오래됐거나 희귀한 책들도 많이 있죠.
스트랜드 서점은 1930년대 미국 대공항, 제1, 2차 세계대전, 9.11 테러 등 역사적인 풍파도 다 이겨냈습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서점 역사상 가장 큰 도전과 시련을 가져다줬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4개월간 서점의 문을 닫으면서, 재정 악화가 심해진 겁니다.
[녹취: 낸시 배스 와이든]
코로나 사태 초기,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는 와이든 씨.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고 하는데요. 결국 고객들과 친구들에게 진심을 담은 편지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연말 선물을 책으로 해달라는 간단한 요청이었는데요. 하지만 편지를 올린 지 3시간 만에 서점 웹사이트는 마비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의 주문이 폭주했기 때문입니다. 무려 2만5천 건의 온라인 주문이 몰렸는데요. 코로나 사태 이전에 하루 평균 온라인 주문 수는 300건 정도에 머물렀다고 하네요.
[녹취: 낸시 배스 와이든]
뉴욕 브롱크스에 사는 한 여성은 무려 197권의 책을 주문하기도 했다는데요. 거기다 직원들에게 피자 파티를 열어주고, 500달러 기프크 카드까지 선물하는 고객들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몰려드는 온라인 주문에 포장하는 일손이 모자라 와이든 씨가 직접 포장 작업에 뛰어들었고 직원들은 자원해서 주말에도 나와 일을 했다고 합니다.
[녹취: 댄 로스]
스트랜드 서점의 온라인 주문 담당자인 댄 로스 씨는, 좋으면서도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주문 배송을 다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낸시 배스 와이든]
몰려드는 고객은 온라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가게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줄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새라 부로이]
서점에서 만난 이 고객은 서점의 소식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선물했다고 했습니다.
뉴욕 시민들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런 호의로 인해 와이든 씨는 스트랜드 서점이 코로나 사태라는 큰 풍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낸시 배스 와이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며 도무지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믿지 못하실 거라는 와이든 씨. 서점에 이렇게 많은 사랑이 쏟아질지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하는데요. 뉴욕의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서점은 이렇게 역사를 다시 이어가게 됐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