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책으로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한 지 한 달 반이 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진 상황에서 이뤄진 국경 봉쇄로 북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VOA 기획보도, 두번째 순서로 국경 봉쇄가 북한 내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것이 북한 내수경제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VOA에, 제품을 생산하거나 상품을 판매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큰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What we're going to see is firms have dwindling amounts of cash, dwindling access to labor, and dwindling access to get goods to market. And as all of these things come together, some of these SMEs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will likely go out of business.”
북한 중소기업들이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과 현금, 제품 판매를 위한 시장 등에 접근하는 것이 제한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이 모든 일들이 겹쳐 일부 중소기업들은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방역을 위한 북한 내부의 이동 제한으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재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고 운송망이 마비된 것도 중소기업들의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태거론 선임국장은 대규모 국영기업도 신종 코로나의 영향을 받겠지만 이들은 위기 관리에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더 많다며, 따라서 중소기업들이 경기 후퇴에 “취약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습니다.
중소기업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를 더 크게 받는 건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13일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후베이성 이외 다른 지역에서 대기업 공장 조업 재개율이 90%인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60%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스태거론 선임국장은 북한 정부가 다른 나라들처럼 망해가는 중소기업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One of the challenges for North Korea is that, unlike most other countries in the world, it is unclear that the state has the ability or the mechanisms to actually intervene and try to help the SMEs that are going out of business.”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종규 연구원은 국경 봉쇄로 인한 무역 감소의 여파가 특히 대중 수입의존도가 높은 북한 제조업에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북한이 주요 산업정책으로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계 부품과 섬유 직물 등의 임가공 원재료 등 원료와 부품 수급을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 정책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 중 하나로 일반 북한 주민들의 시장 경제 활동에 대한 제약을 꼽았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re are a lot of negative effects of the way they have closed the border on the economy. And that affects ordinary people because of their participation in the markets.”
뱁슨 전 고문은 많은 사람들이 교류하는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북한 당국의 이동 제한 정책은 사람들의 일상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시장의 역할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 당국이 경제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대규모 인력 동원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른 “상당한 경제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뱁슨 전 고문은 밝혔습니다.
북한은 2016년에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을 위해 200일 전투와 속도전을 벌였는데, 당시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1년여 만에 ‘려명 거리’를 완공한 바 있습니다.
특히 북한 관영매체는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오는 10월 10일에 맞춰 건설 프로젝트 등을 통해 경제 성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17일 착공식이 진행된 ‘평양종합병원’도 노동당 창건 기념일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이종규 연구원도 인력 동원에 관해서는 단기적으로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데 동의했습니다.
[녹취: 이종규 연구원] “이런 측면에서는 북한이 최근에 경기부양, 자강력 제일주의, 국산화 정책 이런 것들로 제재에 대응을 해왔고, 그 중심에는 건설 부문도 상당 부분 역할을 했는데 대규모 건설산업이라던가 이런 것을 진행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게 단기적으로는 당연히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구요.”
이 연구원은 다만 중장기적인 영향을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국경 봉쇄에 따른 수입 감소와 격리 조치에 따른 이동 제한이 농업생산량과 식량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키스 루스 전미북한위원회(NCNK) 사무총장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국경 폐쇄와 격리 조치가 모내기 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달 간 식량 부족을 야기할 수 있고, 이는 의도하지 않은 경제적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루스 사무총장] “The degree to which this will occur is impossible to predict at the moment. An unintended consequence is that the border closure and necessary quarantine measures may impact the planting season and contribute to food shortages in the months ahead.”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의 신종 코로나 대응책이 농업 생산에 필요한 비료 등 원자재 수입과 확보, 물류 운송, 모내기 인력 가동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가 변수라고 설명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4월에 본격적인 모내기 철이 시작되고 식량이 부족한 춘궁기가 5월에 시작된다며, 4월 혹은 5월까지 봉쇄와 이동 제한 조치가 시행된다면 식량안보에 “상당히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농업생산량이 생존에 필요한 최소 수요량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쌀과 옥수수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are always kind of on the margin. They are barely above subsistence level. So, any cut in production of rice or corn, overall economic goods, could put them below the margin, meaning people start to starve to death. Again, I do not think that is happening now.”
브라운 교수는 다만 현재 상황에서 이 문제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며, 가뭄과 태풍 등 날씨도 농업생산량의 주요 변수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봉쇄정책이 내수경제에 미치는 또 다른 여파로 시장 물가 상승이 꼽히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통화량을 줄이는 긴축통화 정책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고 물가를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 왔다면서, 하지만 여기에는 부작용이 따른다고 경고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당국이 실물 화폐 발행을 축소하고 은행의 신용 창조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면, 특히 지난 몇 년 간 잘 운영돼 왔던 사기업이 자금 부족으로 제약을 받고 정부 기관들은 임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re are ramifications to keeping the price level steady. But, I think they are bound and determined to keep prices steady…So it is pretty damaging to the overall health of the economy.”
브라운 교수는 북한 당국이 이런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개입정책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반적인 내수경제에 상당한 손해를 끼치는 선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이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단기적 측면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북한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뒤섞인 혼합경제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장에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이종규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경제정책에 방점을 찍고 있고, 중국이 바이러스 확산 진정세에 접어 든 상황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종규 연구원] “지금은 조금 더 경제에 무게 중심을 많이 두려고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경제가 계속 쇠퇴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좀 더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기에는 조금 더 북한 당국의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을까…”
이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세를 보인다면, 북한 정부가 재정 확보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역할을 계속 제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북한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VOA기획보도, 오늘 순서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