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책으로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한 지 한 달 반이 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진 상황에서 이뤄진 국경 봉쇄로 북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VOA 기획보도, 첫 순서로 국경 봉쇄가 북-중 간 무역과 북한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8년 3월부터 약 15개월 동안 5차례 북-중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이에 따라 양국 간 경제∙인적 교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 관광홍보국장은 지난해 7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 20만 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이 90%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북 비핵화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면서 올해 북-중 간 교류와 협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2월 중순 오춘복 북한 보건상의 발표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의 전파를 철저히 막기 위해 국경과 지상, 해상과 공중을 비롯하여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이 들어올 수 있는 모든 통로들이 완전히 차단, 봉쇄되었으며…”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1월 31일부터 중국을 잇는 모든 항공기와 열차 운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실상 국경 봉쇄를 단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이후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뤄진 국경 봉쇄가 북한 경제에 과거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세계은행 전 고문은 VOA에, 국경 봉쇄와 같은 매우 강력한 조치가 북한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t's quite clear that the very strong measures, that North Korea has taken to close the border…, have serious economic consequences for North Korea.”
북한도 국경 봉쇄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우리민족끼리’는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를 막기 위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국경 봉쇄로 국제 제재 아래서 합법적으로 들여올 수 있었던 재화의 수입이나 수익 창출 경로가 막힌 점이 북한에 가장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과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역외 가공’을 예로 들면서, 이 부문에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역외가공이란 중국이 역내에서 생산한 부품이나 반제품을 북한으로 수출해 일정 정도 가공을 거친 뒤 중국으로 다시 들여오는 방식입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약 2억 1천만 달러에 달하는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 중 40%가 이런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경 봉쇄로 북한이 비제재 품목인 시계와 가발 부품을 수입해 가공한 후 중국으로 재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식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녹취: 스태거론 선임국장] “And so while there are indications that perhaps not all trade has been blocked, even slowing this trade would have negative impacts on North Korea, just as we've seen with supply chains elsewhere around the world has access to goods became more scarce.”
스태거론 선임국장은 북-중 간 모든 무역이 차단되지는 않더라도 양국 간 역외 가공무역이 둔화될 수 있다며, 이것이 북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국경 봉쇄와 대중 무역 감소로 인해 소비재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국제 제재가 기계와 장비 수입 등을 막으며 북한 경제 투자 부문에 악영향을 미치고 수입 창출 능력을 크게 저하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재 수입 감소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많이 생산하지 않는 설탕 등 일부 소비재는 제재 이후에도 수입이 증가했는데, 이런 물품의 수입 감소가 주민 생활에 극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녹취: 브라운 교수] “Presumably, with the closure of the border, there will be a drop in the import North Korean imports of these consumable items. That will have a dramatic and immediate impact on the way people can live.”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직접 생산할 수 없는 플라스틱과 비료 등 석유화학산업 제품과 식량안보와 연관된 쌀과 밀 등 곡물제품의 대 중국 수입 감소가 경제 전반에 가져올 여파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일부 품목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최근 “북한도 예외 없는 강력한 방역 조치를 하면서 경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북한의 시장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동향들이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북한의 국경 봉쇄는 국제 제재로 인해 이미 한 차례 타격을 받은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 스팀슨센터 객원연구원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소비재뿐 아니라 기계 부품과 공업용품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두 부분 모두 북한 경제 전반에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 “The consumer goods sector will suffer but industries in general will, too, as machine parts and other industrial goods imports decline. Both of these are absolutely vital for the economy overall. “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종규 연구원은 대북 제재가 수출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며,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조치로 대중 수입에도 제재의 효과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종규 연구원] “수출을 집중적으로 제재를 했었는데, 봉쇄 조치로 인해서 … 수입에 제재가 새로 생긴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지금 생겼는데, 이런 것들이 주민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고 비공식 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에 훨씬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국경 봉쇄와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중 국가 차원의 공식 무역뿐 아니라 밀무역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북-중 간 불법 모래 거래와 정제유와 석탄의 불법적인 선박 간 환적 등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공개를 앞둔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3억 7천만 달러 상당의 석탄 370만t을 수출한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태거론 선임국장은 북한이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상당한 양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 원유 가격 상승은 국경 봉쇄가 환적을 통한 원유 수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국이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국경 봉쇄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하면서 중대한 타격을 받은 또 다른 분야는 관광 분야입니다. 스태거론 KEI 선임국장입니다.
[녹취: 스태거론 선임국장] “But services, like tourism, it will be difficult for North Korea to take and make up that revenue because those tourists who would have come in February or now March will be unlikely to come at any point in the future. And so, in some areas like that, this will be permanently lost revenue for North Korea.”
북한이 단기간에 관광객 감소로 인한 수입 손실을 메꾸기는 힘들고, 따라서 관광과 같은 일부 부문에서 영구적으로 수입 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에서 관광이 주력 사업이 아니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개발을 목표로 삼고 많은 자금을 투자한 분야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올해가 관광에서 중요한 시점이었지만, 김 위원장이 관광사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김 위원장이 실패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실패의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관광 분야 실패는 그 정도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all that investment in tourism is not going to pay off. How Kim reacts to that will be very interesting. In one way, he can blame the virus for the failure. But I think the failure is deeper than that.”
실제로 북한은 오는 4월 예정된 평양국제마라톤 대회를 전격 취소했습니다.
또 원산 해변가에 대규모로 건설 중인 ‘원산갈마 해안관광 지구’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오는 4월 `태양절’이 완공 목표일로 제시됐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취한 국경 봉쇄가 기존의 제재 보다 북한 경제에 더 큰 타격을 가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 think the management of the virus has really achieved what many people had hoped sanctions would do, which is to really deny North Korea a lot of economic trade and support from China that they have been evading successfully for a long time.”
북한이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제재를 회피하며 중국과 교역하고 지원도 받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제재도 막지 못한 이런 것을 막았다는 겁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이 이번 봉쇄정책을 계기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의 취약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VOA기획보도, 내일은 바이러스가 북한의 내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