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병원 건설에 필요한 예산과 자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요. 무엇이 문제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7월 20일 평양 대동강 구역의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아 크게 화를 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병원 건설이 ‘마구잡이식’ 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관계자들을 호되게 질책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중방]”건설연합상무가 아직까지 건설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은 건설 당국이 ‘지원사업’ 명목으로 인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책임자를 모두 교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건설 책임자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은 병원 건설이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라고, 한국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합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난 거죠. 김 위원장이 지시한 것이 예산이 제대로 서있지 않다, 자재 설비가 제대로 공급이 안되고 있다, 그 부담이 인민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특히 예산 계획이 없다는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시한 사업은 담당 부처나 기관의 예산이 아니라 노동당 예산으로 집행됩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7일 김 위원장은 순천인비료공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자금 문제를 당에서 대책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중방] ”대상 공사에서 제기되는 자금 보장 문제를 당에서 시급히 대책하겠으며 당에서 밀어주겠으니…”
그런데 평양종합병원의 경우 3월에 착공식을 하고 넉 달이나 지난 상황에서 “건설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았다”고 질책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이는 최고 지도자가 직접 지시한 건설공사도 자금난을 겪을 정도로 예산 운용과 집행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I think North Korea budget process is total shamble, the reason…”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돈주들이 병원 건설에 참여하지 않은 것같다고 말합니다.
북한에서는 그동안 창광거리나 여명거리 같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경우 정부기관은 토지를 대고 돈은 돈주가 댔습니다.
그리고 정부 기관과 돈주는 아파트 분양권을 처분해 짭짤한 재미를 봤습니다. 예를 들어, 100세대가 살 수 있는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당국은 30세대, 그리고 돈주는 70세대의 분양권을 갖는 겁니다.
아파트가 완성되면 정부기관은 30세대를 자기가 갖거나 판매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돈주도 아파트를 팔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만일 아파트 한 채의 가격이 10만 달러라면 돈주는 700만 달러를 버는 겁니다.가령, 돈주가 자재 구입비로 300만 달러를 댔다면 400만 달러가 이익인 셈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건설되는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공공시설인 병원입니다. 따라서 돈주로서는 돈이 안되는 병원 건설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여명거리같은 경우 돈주들이 자본을 투자하면 후분양으로 아파트를 줘서 보상을 해주거든요. 돈주로서는 수익사업이죠. 그런데 평양종합병원은 돈주에게 나눠줄 게 없거든요. 병원이기 때문에...”
따라서 병원 건설 책임자들은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공사를 하기 위해 ‘지원사업’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돈을 걷으려다 문제가 생긴 것같다고,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결국 국가가 재정을 부담할 수 없기 때문에 평양 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인민에 대해 고통을 주지 말라고 메시지를 준 것이 아닌가.”
평양종합병원 건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 17일 평양 중심지인 문수거리에서 종합병원 착공식을 가졌습니다. 이어 군인들과 평안남북도와 황해남북도, 함경남북도에서 온 청년돌격대가 투입돼 그야말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속도전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 20층 높이의 입원병동 2개동과 외래병동 여러 구획에서 골조공사가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병원의 핵심은 골조나 건물이 아니라 의료진과 의료장비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국제보건학을 가르치는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 담당 국장은 병원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며, 어떻게 값비싼 의료장비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This is not just building, a hospital has to have very sophisticated building requirements, as well as, you know, very expensive equipment. So, it remains to be seen how they will equip it you know how it will be, filled out,”
통상 종합병원에는 의약품과 혈압측정기 같은 일반 의료 장비는 기본이고 의료용 X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장비 (CT), 자기공명영상장비 (MRI), 양전자단층촬영장비 (PET)같은 최첨단 의료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CT를 구입하려면 40만 달러, MRI는 90만 달러, PET는 180만 달러 정도가 듭니다. 따라서 평양종합병원이 이 3가지 장비만 구입한다고 해도 310만 달러가 필요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평양종합병원이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새로운 안보팀이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물자와 의료장비를 지원하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 남북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조한범 박사는 전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가능합니다. 남북 의료보건 협력은 남북 정상 합의 사항이구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취임을 계기로 평양종합병원을 포함한 남북보건 협력 가능성은 상존하다고 봐야죠.”
실제로 한국 통일부는 30일 민간단체인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신청한 코로나바이러스 방역물품 대북 반출을 승인했습니다.
이 단체가 승인받은 물품은 소독약과 방호복, 진단키트 등 약 67만 달러 어치로,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 취임 후 첫 대북 반출 승인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