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최근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데 대해, 한반도 상황이 예년과 다른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최근 제기된 북한의 `위임통치’설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을 김동현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은 최근 실시된 미-한 연합훈련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 격앙된 비난 성명을 내놓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입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 “우선 올해 한반도 상황이 2019년이나 2018년과는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체면 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행동을 취했고, 지난해 여름 미사일 발사 등이 셈법에 반영됐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압박과 한 달 가까이 홍수 피해, 그리고 최근 태풍도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미-한 연합훈련이 실시됐습니다. 미-한 군 당국이 조정된 형태로 훈련을 실시해 언론 노출을 최소화한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연합훈련의 가시성을 최소화한 방침이 북한의 무반응을 이끌어낸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인가요?
브룩스 전 사령관)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안 역시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 때론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한 군 당국은 이를 훌륭히 소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연합훈련은 합동군의 준비태세 유지, 대북 억지력, 그리고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 보장이라는 3가지 목적에 따라 시행해왔습니다. 2017년 한반도의 경우 억지력에 최우선 방점을 둬야 했지만, 올해 상황은 그와는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이 현재 겪고 있는 환경에 대한 압박에 더해 연합훈련의 노출을 자제함으로써 북한이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지 않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과거 내부 불안요소가 생길 경우 도발을 통해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전통적 도발 셈법의 변화가 있다고 보십니까?
브룩스 전 사령관) “북한은 이미 5월부터 한국을 겨냥한 공세적 발언 등을 통해 전통적 도발 셈법에 따라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도발을 하기로 선택한 시기를 좀 더 앞당겼을 뿐입니다. 북한의 도발을 반드시 미사일 발사에만 국한할 수는 없습니다. 종류는 달라도 지난 6월 북한군 총참모부가 비무장지대 등에 하달한 ‘모든 전선 1호 전투체계’,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의 담화를 통한 대남 위협,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의 행위는 모두 심각한 도발에 해당합니다. 올해는 여름 연합훈련을 문제 삼기 보다는 북한이 이미 겪고 있던 다른 문제들과 연계해 예년보다 빨리 도발적 행동에 나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봄이 끝나고 여름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 한국에서는 김여정을 중심으로 한 권력위임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시나요?
브룩스 전 사령관) “김여정의 당 내 권한이 강화되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김정은 위원장의 자체 통제력에 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이 겸직하고 있는 복수의 주요 직책을 물려주지 않았습니다. 다른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권한을 이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3년 간 북한의 주요 지도부에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김여정을 포함한 인사들의 위상 강화는 김 위원장의 권력 이양이 아닌 그가 신임하는 세력들이 당 내부에서 떠오르고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그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동생인 김여정은 다른 어떤 이들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당 주요 직책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인선 기준 역시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에 따라 발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 한국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유엔군사령부를 족보가 없는 조직이라며,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브룩스 전 사령관) “그런 평가는 매우 잘못됐고,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가 어떤 의미에서 유엔군사령부를 통제 하에 둬야한다고 말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는 그동안의 남북대화가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 통과 등을 가능하도록 한 유엔군사령부의 역할 없이는 대부분 실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또 유엔군사령부의 족보는 그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의 정통성도 유엔의 인정에 따라 확립됐습니다. 유엔이 창설한 조직을 부정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과의 인터뷰 였습니다. 대담에 김동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