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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경 “공무원 피격 당시 월북 의사 밝힌 정황”…북한 설명과 달라


윤성현 한국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인천시 해양경찰청에서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 중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윤성현 한국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인천시 해양경찰청에서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 중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측 해역에서 피살된 공무원 A씨가 피격 당시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있고, 북한이 A씨의 신상 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설명한 내용과는 달라 논란이 일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해양경찰청은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22일 북한 해역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은 29일 중간 수사 발표를 위한 언론브리핑을 열어 지난 21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씨와 관련해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 자료와 표류예측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윤성현 국장]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북측에서 실종자에 대한 인적 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던 점,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있었던 점, 그리고 표류예측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윤 국장은 특히 “A씨만이 알 수 있는 이름과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한 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 등도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립해양조사원 등 한국의 4개 기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A씨가 실종됐을 당시 단순히 표류됐다면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됐다고 해경은 밝혔습니다.

하지만 A씨는 소연평도에서 북서쪽으로 38㎞ 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피격됐습니다.

윤 국장은 “인위적인 노력 없이 실제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월북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경은 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어업지도선에서 단순히 실족했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한국 해경의 발표 내용은 지난 25일 북한이 통일전선부 명의로 한국 측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설명한 사건 경위와 핵심적인 부분에서 확연하게 다릅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측이 A씨의 신상 정보를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는 한국 해경의 발표와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또 북한은 사격 후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해경의 발표처럼 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면 설사 구명조끼가 총에 맞았더라도 금방 가라앉지 않는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한국 군은 이와 관련해 A씨의 피살 당시 급박했던 북한군의 내부 보고와 상부 지시 내용을 감청을 통해 실시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9일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은 A씨가 북한 측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22일 오후 3시30분 전부터 북한군들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했습니다.

한국 군은 이를 통해 A씨가 북한 측에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상당히 근거리에서 대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A씨가 80m 밖에서 ‘대한민국 아무개’라고만 얼버무렸다는 북한 측 발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한국 군은 보고 있습니다.

북한군은 A씨를 밧줄로 묶어 육지로 예인하려고 하다 해상에서 분실한 후 2시간 만에 그를 다시 찾기도 해 당시로선 구조 의도가 비교적 뚜렸했다고 한국 군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후 9시 넘어 상황이 급변해 북한 해군 사령부가 ‘사살하라’는 명령을 하달했고 대위급 정장이 사살 명령을 거듭 확인한 뒤 9시 40분쯤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윗선에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측이 시신을 태웠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남북한 양측의 설명이 다릅니다.

한국 군 당국은 지난 24일 “북한이 A씨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고, 북한은 통지문에서 사격 후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고, 부유물만 태웠다고 반박했습니다.

문홍식 한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사안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수집된 첩보 내용을 재분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홍식 부대변인] “우리가 그 때 당시 언론에 발표했던 내용들 그런 부분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첩보들을 종합해서 그 때까지 나온 결론을 설명드렸던 사안이고 그리고 이어서 북한의 통지문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상에서 일부 차이가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저희들이 현재 전반적으로 관련된 자료들을 쭉 살펴보고 있다, 이렇게 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남북한이 이처럼 다른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공동조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과거 군이 개입된 사건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에 응한 사례가 없었던 점에 비춰 한국 정부가 이미 요구한 공동조사에 응할 지 매우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에서 직접 사과를 했기 때문에 통지문에 담긴 사건 경위를 번복하는 것은 최고지도자의 무오류성을 지켜야 하는 북한체제 속성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신들의 기존 주장이 뒤집힐 수도 있는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공동조사를 제대로 해서 그 결과가 북측이 통지문에서 밝힌 내용과 어긋난다고 하면 김정은은 북한 해군으로부터 제대로 보고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결론이 나면 거기서 받는 이미지 타격은 훨씬 더 크다고 판단을 하겠죠. 그리고 아마도 지금은 내부적으로 더 조사를 했겠죠. 그 정보가 애초에 통지문으로 우리에게 내려 보냈던 내용과 다르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다면 더욱 더 공동조사에 응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북한이 이를 구실로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금 방역 때문에 지금 이 사달이 났는데 공동조사를 하려면 남측 인원이 넘어가야 되고 또 수역을 가야되고 북한으로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한편 한국 통일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9월 중 승인된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물품 반출을 보류하도록 조치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인영 장관이 지난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가진 부내 점검회의에서 9월 중 승인된 단체들의 반출 시점 조정 등 진행 과정을 관리하라고 지시했다며, “현재 민간단체 물자 반출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현재 6개 단체에 대해 물자 반출 절차 중단을 통보했으며 해당 단체들은 정부 측 요청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당국자는 향후 대북 물자 반출 승인 여부에 대해 “엄중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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