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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김정은, 열병식에서 '건강한 이미지' 연출...김일성 모습도 연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 73주년 열병식에 참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 73주년 열병식에 참석했다.

북한 정권수립일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는 체중이 줄고 활기차 보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미국 언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이번 행사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김일성 주석의 모습을 연상시키려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신형 무기 과시없이 조용히 지나간 북한의 9.9절, 정권수립일 열병식에서 화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날씬해진' 외모였습니다.

미국 `AP' 통신은 “김정은이 더 날씬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열병식에서 두드러지다”, `CBS' 방송은 “더 날씬하고 활기찬 김정은이 열병식에서 이목을 빼앗아가다”, `블룸버그' 통신은 “김정은은 몸매를 정리하고 황갈색으로 그을렸으며 열병식을 즐기다”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도 “김정은이 몇 달 전 살이 많이 빠졌던 연초보다도 눈에 띄게 날씬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미지 정치... “건강한 모습 보여주려 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건강한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10일 VOA에 “김정은이 몇 달 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He wants to show that N Korea has really weathered the storm of Covid and by having him look much healthier and being able to have this event with no masks and him interacting with lots of people on the leadership rostrum, bunch of children as well, it gives an image of a caring leader that has kind of pulled the country through its time of troubles.”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훨씬 건강해진 모습으로 마스크도 안 쓰고 행사에 참석해 지도부는 물론 어린이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가는 ‘애민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주려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김정은의 모습을 통해 북한이 코로나 시작 전보다 지금이 건강적 측면에서 더 낫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윌슨센터 진 리 선임연구원도 10일 VOA에 “김정은의 체중이 많이 줄었고 햇빛에 그을렸다는 점을 알아채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이 그를 통해 보여주려는 이미지는 ‘건강’”이라고 말했습니다.

리 연구원은 김정일이 뇌경색 이후 수척하고 아파 보였던 모습을 김정은이 보인다면 주민들이 우려할 것이라며, 북한 지도부는 김정은의 체중 감량이 건강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일성 주석 연상시키는 모습”

리 연구원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을 ‘국가 건설’의 기회로 삼으려 했기 때문에 군복 대신 서양식 정장을 입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의 이런 모습은 비슷한 옷을 입었던 김일성 주석을 떠올리게 했으며, “김정은은 특히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때에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려 한다”는 겁니다.

[녹취: 리 연구원] “he’s trying to evoke a different era and trying to lean on the goodwill and the affection that the people have for his grandfather to remind them we’ve been through this before, my grandfather led you through this, I will lead you through this as well. And I’m the direct inheritor of my grandfather’s legacy.”

리 연구원은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에 대해 갖고 있는 호의와 애정을 불러일으키려 한다”며 “‘예전에 어려운 시기에 내 할아버지가 당신들을 이끌었던 것처럼 나도 당신들을 잘 인도하겠다. 나는 할아버지의 적통 계승자다’라는 신호를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건강에 대한 우려 여전”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체중을 감량했어도 건강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고 지적합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김정은의 체중 감량이 병에 의한 것이든, 건강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든 상관없이 체중 감량 그 자체가 그의 상태가 최상이 아니라는 점을 더욱 부각시킨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 “I think either way- a weight loss to improve his health or a result of health problems- it underscores suspicious that Kim’s health is not exactly in tiptop condition... Not to mention, his disappearance from the public eye last year remains unaccounted for. We can assume with some confidence that he is not as healthy and vigorous as the image he wishes to portray.”

김 연구원은 특히 지난해 김 위원장이 대중의 눈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이 건강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보여주려 하지만 실상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약간의 신뢰도를 갖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김정은의 체중 감량에 정치적, 홍보적 동기를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분석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매든 연구원] “I find political or PR motives applied to his weight loss to be a bit of an analytical stretch. There had long been observations that his body size was causing him or had the potential to cause him health problems. I distinctly recall during the Hanoi summit he got quite exhausted and sweaty in the humidity.”

매든 연구원은 “오래 전부터 김정은의 체구가 건강 문제를 이미 일으켰거나,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며 “특히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습도로 인해 꽤 지치고 땀투성이가 됐던 것을 뚜렷이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매든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가족력도 언급했습니다.

매든 연구원은 김정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심장 문제가 있었다며, 김일성은 1986년 심각한 심장마비를 일으킨 후 심박조율기를 달았고, 김정일이 2011년 12월 사망한 이후 북한 언론이 김정일의 여러 건강 문제를 언급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김정은의 어머니도 최소한 두 차례 암 투병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강한 권력을 유지하는 독재자’ 혹은 `매우 바쁜 정치지도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으며 만성적인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김 씨 일가를 담당한 의료진이 지도자에게 건강과 관련한 조언을 꺼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주도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자신의 체중을 감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매든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매든 연구원은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웹사이트 ‘노스 코리아 리더십 워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편, 고스 국장은 외부 세계가 김 위원장의 건강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에 대해,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역학을 고려하면 김정은의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When you’re talking about an area where really four nuclear powers come together, that doesn’t exist anywhere else on the planet, to give the U.S. China, Russia and N Korea all of which have nuclear weapons, and they all center on this one country with this one person who sits in power. And if something happens to him, all of those things could get pulled into something beyond their control.”

고스 국장은 “핵 무장국들이 모두 모이는 지역은 한반도 외에 전 세계에 아무데도 없다”며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 모두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특히 관심은 한 사람이 권력을 쥐고 있는 북한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그 한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통제를 넘어서는 상황에 각국이 말려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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