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 여성들에 있어 손톱과 발톱 손질은 일상적인 미용 관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손발톱을 관리받을 수 있는 ‘네일 살롱’도 동네마다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네일 살롱을 찾기를 주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손톱 관리사와 가까이 마주 보고 앉아 손질을 받고 또 밀폐된 공간에 여러 사람이 함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네일 살롱이 등장했는데요. 최첨단 컴퓨터 기술과 인공지능으로 탄생한 네일 살롱이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몇 분 만에 끝나는 로봇 네일 살롱”
[현장음:샌프란시스코 거리]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만의 남쪽 끝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첨단 산업의 산실입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들은 물론, 크고 작은 중소기업이 대거 몰려있는데요. 사람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공 지능 로봇 기술을 비롯해 각종 첨단 기술이 바로 이곳에서 탄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원 대신 로봇이 있는 네일 살롱이 있다고 하네요.
[녹취: 레누카 업티]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자인 레누카 업티 씨는 손톱 손질 받는 건 좋아하지만, 동료들에게 네일 살롱 간다고 말하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손톱 손질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말하는 게 왠지 미안하고 또 사치스러워 보일까 염려가 됐다고 하네요.
그도 그럴 것이 보통 네일 살롱에 가면 예약을 해서 가더라도, 원하는 색을 고르고 색을 칠하고 말리고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요. 또 사람이 직접 작업을 해주는 비용도 적잖이 드는 게 사실이죠.
따라서 레누카 씨는 시간도 비용도 절약되는, 로봇이 운영하는 네일 사업을 구상하게 됐고요. 동업자와 함께 ‘클락워크(Clockwork)’라고 하는 네일 살롱을 열게 됐습니다.
[녹취: 레누카 업티]
레누카 씨는 클락워크는 ‘신속 미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는데요.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이 좀 더 손쉽고 빠르게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보통 네일 살롱에 가면 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커다란 의자가 여러 대 놓여있고, 손톱 관리 책상도 있고요. 손톱 관리 직원들이 1대1로 손님들을 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 로봇 네일 살롱은 한적하기 그지없습니다. 직원은 한 명도 없고요. 자판기처럼 생긴 기계만 여러 대 놓여 있는데요. 바로 이 기계 안에 손을 넣으면 로봇이 알아서 손톱 관리를 해주는 겁니다.
기계에 있는 두 대의 카메라가 손톱 하나당 100장의 사진을 찍고요. 그럼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이 사진들을 조합해 3D 즉 3차원 모델로 구현하는데요. 이렇게 컴퓨터가 손톱을 인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초라고 합니다.
[녹취: 레누카 업티]
이렇게 부호로 인식된 손톱 모양은 이제 실행에 들어가는데, 일명 ‘경로 계획’을 분사구로 보내면, 뾰족한 분사구가 손톱의 모양에 맞춰서 색을 발라준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작은 손톱에 색을 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정확도이겠죠. 그런데 이 로봇은 손톱 가장자리 0.3mm 내로 매니큐어를 발라줍니다.
물론 이렇게 기계를 이용하다 보니 기존의 작은 병에 담긴 매니큐어는 사용할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업티 씨는 기계용 매니큐어 카트리지까지 개발했다고 합니다.
마치 전문가가 바른 듯한 결과에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로봇 네일 살롱이 미용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사람이 하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로봇 기술 전문가인 앤드라 케이 씨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앤드라 케이]
신뢰성과 변화 대응 능력이 ‘단순한 발명’과 ‘성공한 로봇 기술 업체’의 차이를 만들어 낼 거라는 겁니다.
로봇 네일 살롱의 창업자인 레누카 씨는 로봇의 한계가 있긴 하겠지만, 기존의 네일 살롱과의 차별성으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인데요.
[녹취: 레누카 업티]
기존 네일 살롱처럼 편안하게 앉아, 느긋하게 손톱 손질을 즐기는 그런 미용실이 아니라 필요할 때 와서 신속하게 관리만 받고 나가는 경험을 고객들에게 주겠다는 겁니다.
클락워크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이런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현재 호텔과 고급 백화점, 쇼핑몰 등과 지점 개설을 타진 중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진짜 차보다 비싼 ‘핫휠’ 장난감”
수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그림이나 책, 우표같이 시간이 흐르면 가치도 함께 올라가는 수집품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미 동부 메릴랜드주에 가면 장난감 자동차를 수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브루스 파스칼 씨는 어릴 때부터 ‘핫휠’이라고 하는 작은 모형 자동차를 좋아해 모으기 시작했다는데요. 핫휠은 미국의 장난감회사인 ‘마텔’이 지난 1960년대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모형 자동차죠.
중년이 된 브루스 씨는 현재 핫휠 전시관을 운영할 정도로 많은 종류의 장난감 모형을 보유하고 있고요.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핫휠도 있다고 했습니다.
자그마한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자 선명한 분홍색 미니카가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녹취: 브루스 파스칼]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핫휠이라는 핑크색 ‘비치밤 레어 로더’라고 설명하는 부르스 씨. 비치밤은 1969년에 폭스바겐사에서 만든 미니버스 모형으로 전 세계에 약 50개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핑크색은 딱 2개만 있고, 또 하나는 특이한 바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신이 소유한 비치밤이 바로 그 특징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핫휠이라는 겁니다.
브루스 씨는 이 핫휠은 판매용이 아니라며, 100만 달러 정도 준다면 모를까, 그 이하로는 팔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요. 무려 22년 동안 소장해온 핫휠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장난감 모형이 실제로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일반적인 승용차보다 훨씬 더 비싼 겁니다. 브루스 씨는 핫휠은 단순한 장난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요.
[녹취: 브루스 파스칼]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에 자리 잡은 자신의 전시관의 이름을 ‘미 동부 핫휠 박물관’이라고 지었다며, 370㎡가 넘는 공간에 높은 지붕을 가진 박물관엔 다양한 핫휠이 전시돼 있고 여러 관련 자료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물관엔 핫휠이 그려진 엽서와 그림 포스터, 풍선껌, 미용용품, 도안 원본 등 핫휠과 관련 있는 모든 것이 전시돼 있는데요. 심지어 실물 자동차와 모터사이클도 전시돼 있습니다.
[녹취: 오티 하룬]
박물관을 찾은 오티 하룬 씨는 전시품들을 자기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박물관이 희귀하고 진귀한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며 브루스 씨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핫휠 수집가일 거라고 추켜세웠습니다.
브루스 씨는 최고로 치는 핫휠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는데요.
[녹취: 브루스 파스칼]
희귀성과 소장할 만한 가치 그리고 상태도 중요하고 거기다 특별한 사연까지 있다면 가치가 더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브루스 씨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면서 대부분의 여유 시간은 핫휠에 쏟아붓고 있다고 했는데요. 7살 때부터 취미로 시작한 핫휠 수집은 현재 7천 점이 넘어 박물관을 가득 채우고 있고, 장난감을 좋아하던 소년은 이제 최고의 핫휠 수집가가 돼 있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