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5% 뒷걸음질 쳤던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0.5% 반등에 그칠 것이라고 국제 컨설팅 업체가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전문가는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지표가 작년보다 더 악화했다며 작년처럼 5% 정도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해 이견을 보였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모회사인 피치 그룹 산하 컨설팅업체인 ‘피치 솔루션스’가 올해 북한 경제가 계속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업체는 20일 발표한 북한 경제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0.5%로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추정한 4.5% 역성장에서 0.5% 반등에 그칠 것이란 설명입니다.
[피치 솔루션스] “We at Fitch Solutions maintain our view that North Korea’s economy will grow by only 0.5% in 2021 following an estimated contraction of 4.5% in 2020.”
경제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 규모와 성과를 파악하는 중요한 척도로, 국내총생산(GDP)의 연간 증가율을 백분율로 나타내 실질 GDP가 전년보다 얼마나 더 증가 또는 감소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피치 솔루션스는 지난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제 경제가 작년 말부터 반등세를 보이자 올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3.5%로 다소 높게 전망했다가 지난 2월 2.5%로 하향 조정한 뒤 다시 4월에 0.5%로 내렸습니다.
이 업체는 이런 전망이 올해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제재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북한 당국의 과도한 국경 봉쇄 등을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 여부가 경제 회생의 관건인데, 북한 지도부의 최근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어떤 제재 완화도 가능하지 않으며 북한의 경제적 고립만 더 심화시킬 것이란 겁니다.
[피치 솔루션스] “Such tests make the possibility of any sanctions easing even more remote, and as such, the North Korean economy will remain largely isolated from the rest of the world.”
아울러 북한 GDP의 주요 지표가 대부분 위축됐다는 한국은행의 지난 7월 보고서(2020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 통계를 분야별로 자세히 나열하며 경제 전망이 여전히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장기적인 국경봉쇄와 주민들에 대한 국내 이동 제한, 악천후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감소 우려 등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피치 솔루션스는 지난해 장마철 태풍과 홍수에 따른 피해가 올해 공급에 영향을 미쳐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다만 연료 가격은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면서 문제가 완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성장률을 0.5%로 추정한 핵심 이유로 “올해와 내년에는 북-중 무역 증가가 북한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업체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최근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북-중 무역 규모를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피치 솔루션스는 또 중국이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에 관대하고 계속 우호적 관계를 원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중국 간 교역량이 상당히 감소하긴 했지만 중국이 동아시아 내 점증하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대북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향후 몇 달 동안 북-중 무역에 점진적인 회복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피치 솔루션스] “We believe that there will be a gradual recovery over the coming months as China may step up its support for North Korea to counterbalance rising US pressure on China in East Asia. Increased trade with China will provide some support to the North Korean economy, yet,”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그러나 북한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5% 정도로 추정하며 피치 솔루션스의 분석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would say easily -5%, not plus 0.5%. I don't I don't see any recovery. They're suggesting a small recovery. And I don't see where the recovery is coming from.”
브라운 교수는 21일 VOA에, 올해 북-중 교역 등 북한 경제가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더 악화했다며, 작은 회복이 이뤄졌다는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교역량은 지난해 보다 더 줄었고 GDP가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도 투자는 GDP의 30~40%도 되지 않는데 어떻게 플러스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아울러 지난 석 달 동안 증가세를 보인 북-중 교역량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 유엔의 대북 제재 이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큰 차이가 나는 등 평가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 미미한 수준이란 지적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게다가 “북한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매우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펴고 있고, 이는 시장의 성장을 제한해 시장 활동이 약화했다”며, 올해는 투자와 소비가 매우 약화돼 지난해보다 더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Moreover, in order to keep prices stable, the government I think has a very tight monetary policy. that's restricting the growth of markets. So market activity is very weak. And that means consumption is weak. So I think investment and consumption are both very weak, probably both negatives compared to last year.”
실제로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관인 코트라가 지난 17일 중국 세관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올 상반기 중국 내 주요 성의 대북 무역 자료를 보면 지난해보다 교역 규모가 훨씬 감소했습니다.
가령 올해 상반기 중국 전체 대북 교역의 45.7%를 차지한 랴오닝성은 교역액이 3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억 500만 달러와 비교해 무려 85.4%가 감소했습니다.
또 대북 무역 3위인 광둥성은 -94.1%, 4위 저장성 -22.8%, 5위 지린성 -94%로 2위 산둥성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무역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정형곤 선임연구위원도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8월호에 기고한 북-중 무역 보고서에서 “2021년의 북한 경제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대외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중 무역 총액이 2016년 58억 달러에서 2018년 24억 달러, 2020년에는 5억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특히 수출은 “거의 아사 직전”이란 지적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지도부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밀무역 등을 통해 부족분을 메우고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역시 규모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북한 경제는 현재 매우 심각한 경기 침체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