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고위층, '군비 vs 경제' 우선 지출 놓고 내부 논쟁"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정권수립 73주년 열병식이 열렸다.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정권수립 73주년 열병식이 열렸다.

북한 고위층 사이에서 군비 우선론과 경제 우선론을 둘러싼 내부 논쟁이 벌어져 왔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경제건설 노선을 앞세우기 이전부터 이미 이런 논의가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이조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산하의 북한 전문매체 ’38 노스’가 22일 북한의 국방과 경제 지출 우선 순위에 대한 내부 논쟁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경제의 상당 부분, 아마도 가장 큰 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국방 부문에 투자돼 민간 경제를 굶주리게 한다는 일반적 인식이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정립된 정책이 아닌 것으로 보이고 또 한동안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방 지출에 대한 북한 내부 논의는 자원 배분 측면뿐 아니라 경제개혁에 대한 사고의 측면이라는 더 큰 의미에서 중심이 되는 질문에 대한 북한 지도부 생각의 범위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였으며 지금도 계속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북한정보 분석관을 지낸 로버트 칼린 스팀슨센터 객원연구원과 미 중앙정보국(CIA) 산하 오픈소스센터에서 북한정보 분석관을 지낸 이민영 스팀슨센터 객원연구원이 공동 작성했습니다.

두 저자는 북한의 주요 경제 간행물인 ‘경제연구’와 ‘김일성종합대학 저널’에 실린 기사들을 토대로 무기 개발에 대한 지출을 둘러싼 북한 고위층 내부 논의를 추적해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고위층 한편에는 정권이 국방에 더 많은 자금을 할당할수록 민간 경제를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들어 개혁 지향적인 발상과 조치가 뿌리를 내릴 여지가 거의 없다는 주장이 기저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는 방위 부문의 자금이 실제로 경제에 득이 되고 다른 비방위 부문을 지원하며 전반적인 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하는 방위비 지출 우선론이 있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런 내부 논쟁은 2001년~2005년 사이 분명히 드러났고, 2008년부터는 국방 분야를 강조하는 기사들이 줄고 보다 균형 있는 접근법을 지지하는 기사들이 부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2010년~2011년 사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전후로 국방 개혁과 관련된 경제 정책에 새로운 초점이 맞춰졌음을 반영하는 기사들이 나오며 국방과 경제 사이 지출에 관한 내부 논쟁이 가열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권력을 세습하며 경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한 2011년을 전후로 경제 우선 전략과 관련해 고위층 사이 내부 논쟁이 이미 이어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4월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새로운 전략 노선”으로의 전환을 공언한 가운데 이런 새 전략 노선에 반대하는 기저의 목소리가 이미 그해 1월부터 나오고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방비 지출에 더욱 강력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방점을 국방 부문에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안했다는 겁니다.

2018년은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한국, 미국과 관여하기 시작했던 해입니다.

칼린 객원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실질적인 힘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 세계에 팔을 벌리고 웃는 얼굴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이런 내부 논쟁이 오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며, “그들(북한)은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설정하기에 충분한 시점이 언제인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저자는 북한 경제 관련 기사는 “지도부 내 주요 정책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 가장 관련성이 높은 논쟁을 반영하고 북한의 공식 성명에 대한 맥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기존 억지력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과 2020년에 걸친 북한 경제 기사들을 분석해 보면 북한이 국방 산업에 더 큰 중점을 둘 여지를 만들기 위해 경제 개혁에서 대폭 후퇴할 조짐은 아직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두 저자는 그러면서 “비핵화나 관계 회복에 진전을 내기 위해서는 북한의 경제정책 셈법과 제한된 자원 배분을 둘러싼 역사적 줄다리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민영 객원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보고서 작성에 활용된 북한 관련 간행물들을 통해 “북한이 생각하는 다양한 경제 정책과 입장, 관심 분야에 대한 내부 논의를 엿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