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독일이 오는 26일 연방 총선을 치릅니다. 이로써 지난 16년간 독일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중국에 이어 타이완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신청하면서 양안 간에 또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민간인을 겨냥한 미얀마 군부의 공격이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유엔 인권보고관이 지적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독일로 가봅니다.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독일 연방 총선이 26일로,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주요 정당 후보들은 23일 마지막 TV 토론에 나서며 막판 표심잡기에 부심하는 모양새입니다.
진행자) 이번 총선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일찌감치 후보로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이미 지난 2018년에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한 바 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독일을 이끌어왔는데요. 그러니까 이번 총선은 16년 만에 독일을 이끌어갈 새로운 얼굴을 뽑는 중요한 선거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후보들이 나서고 있는지 살펴보죠.
기자) 네. 이번 총선에는 여러 명의 후보들이 도전하고 있지만 유력한 후보는 3명으로 모아지고 있는데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기민-기사연합)’의 아르민 라셰트 후보, 중도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후보, 그리고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대표의 3파전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지율 판세는 어떻습니까?
기자)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사민당이 기민-기사연합을 상대로 제법 앞섰는데요. 하지만 총선일이 가까와지면서, 기민-기사연합이 차이를 많이 좁히고 있습니다. 독일 공영방송 ‘ZDF’가 2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사민당은 25%, 기민-기사연합은 23%, 녹색당 16.5% 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2%P 차이면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어느 당도 3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여기에 지지정당을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도 20%가 넘어 마지막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진행자) 세 정당이 크게 어떤 점이 다른 겁니까?
기자) 우선 기민-기사연합은 독일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보수우파 정당입니다. 기민당은 전국적인 정당이고요. 기사당은 독일 바이에른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민당의 자매정당입니다. 사민당은 중도좌파로 주로 3위권 정당이었지만 메르켈 정부가 출범한 이래 소수 정당으로 연립정부에 참여하며 입지를 넓혀왔습니다. 녹색당은 환경과 인권을 내세우는 군소정당으로 이번 총선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사민당이 줄곧 두각을 나타내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사민당에서 이번에 총리 후보로 내세운 숄츠 후보는 현재 메르켈 내각의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서 대중적인 지지도가 꽤 높습니다. 숄츠 후보는 초반 유세 기간에는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라고 부각하는 모습이었지만 최근에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인데요. 사민당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부자세, 최저 시급 등이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메르켈 총리의 기민-기사연합이 미는 후보는 어떻습니까?
기자) 라셰트 후보는 집권당 후보가 통상적으로 얻는 후광을 누리지 못한 채 고전하는 양상입니다. 기민·기사연합이 후보 단일화를 위해 당내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노출되기도 했는데요. 여기에 지난 7월 중순 독일의 대홍수 사태 당시 라셰트 후보의 대응 모습이 언론에 부정적으로 비치면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진행자) 녹색당의 선전도 주목해봐야겠죠?
기자) 맞습니다. 녹색당은 최근 전 세계의 주요 현안인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등을 앞세워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는데요. 독일의 정치 구조상 이번 총선에서도 단독정부 구성은 어려울 전망이고요. 그렇게 되면 여러 정당이 함께 하는 연립정부 구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 경우, 지금 3위를 달리고 있는 녹색당은 어떤 형태로든 새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공산이 큽니다.
진행자) 총선을 치르고 나면 바로 차기 총리가 정해지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으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요.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이 총리감에 동의하고 의회가 선출하기 때문에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 윤곽이 드러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만일 사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 사민당을 중심으로 연정이 꾸려져 숄츠 후보가 총리가 되면 독일에는 16년 만에 좌파 성향 총리가 탄생하는 셈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중국과 타이완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가입을 놓고 새로운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이 지난주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가하겠다고 공식 신청했는데요. 이번 주 타이완도 CPTPP 가입을 신청하면서 양안 간에 긴장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CPTPP’가 다자간 경제 ·무역협력체죠?
기자) 맞습니다. CPTPP의 뿌리는 바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가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있는데요. 당초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국이 관세 장벽을 없애고 자유로운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출범한 다자간 경제협력체입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TPP에서 탈퇴했고요. 이후 일본과 호주 등이 중심이 돼서 11개국이 참여하는 ‘CPTPP’로 대체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이 CPTPP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당초 미국 주도의 TPP가 자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고 경계하면서 동남아시아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다자간 경제공동체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출범을 적극적으로 성사시켰는데요. 하지만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CPTPP 가입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중국이 미국이 이탈한 CPTPP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타이완도 CPTPP 가입을 신청한 거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타이완은 22일, CPTPP 협정의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는 뉴질랜드에 정식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타이완 외교부는 23일 성명을 내고,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항상 타이완을 따돌리려고 한다며, 중국이 먼저 CPTPP에 가입하면 타이완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타이완 외교부는 또 타이완의 가입 여부를 두고 중국이 참견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왜 타이완의 가입 신청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중국은 타이완을 이탈한 하나의 성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제 사회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면서 타이완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인정도 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타이완은 나눌 수 없는 중국의 일부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공인된 국제관계의 준칙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타이완이 대부분의 국제 기구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을 비롯한 대다수 국제 기구에서 정식 회원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고요.현재 세계무역기구(WTO)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일부 기구에만 회원으로 가입돼 있습니다. 타이완은 세계보건기구(WHO) 가입과 총회(WHA) 참석도 원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의 반대로 아직까지 옵서버(참관국) 자격으로만 활동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CPTPP 가입 신청을 한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11개 회원국 전체가 찬성해야 회원국이 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타이완은 물론 중국도 실제 가입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왜 그런 걸까요?
기자) 우선 CPTPP 협정 내용의 상당수가 다자간 자유무역 경험이 적은 중국이 수용하고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또 CPTPP의 모태인 TPP 탄생 자체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짙었고요. 여기에 미국이 빠져나간 이후, CPTPP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과 호주 등 중국과 갈등의 골이 깊은 나라가 여럿 있는 것도 중국에는 걸림돌이 될 전망입니다. 한편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CPTPP에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중국이 타이완에 대한 무력행사에 또 나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이 23일 또다시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에서 대규모 공중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타이완 공군은 중국 군용기 24대가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와 초계기를 출격시켜 대응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얀마에서 군부가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것이 심각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유엔에서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이 2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한 내용인데요. 앤드루스 인권보고관은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들을 겨냥한 공격이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군부가 자국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1일에 쿠데타를 일으켜서 민간 정부를 무너뜨렸습니다. 그러자 군부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나왔는데요. 군부가 이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겁니다.
진행자)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앤드루스 인권보고관은 1천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소한 8천 명이 임의로 체포됐고, 23만 명 이상이 살던 곳을 강제로 떠나야 했다고 앤드루스 인권보고관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 과정에서 잔혹한 인권유린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앤드루스 인권보고관이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이런 사례가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요. 보고서에는 군부가 거리 시위대를 살해하거나 체포한 사람들을 구타하거나 고문하고, 폭탄이나 로켓추진수류탄으로 마을 전체를 공격한 사례 등이 담겼습니다.
진행자) 이런 공격으로 아이들도 희생됐다는 보도도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앤드루스 인권보고관은 지난 7월까지 14개월에서 17세 사이 아이들 가운데 최소한 75명이 군부 공격으로 숨졌다고 전했는데요. 희생자들은 군 차량에 치이거나 총격이나 포격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앤드루스 인권보고관은 또 아이들이 고문을 당했다는 믿을 만한 보고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군부가 아이들을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고문까지 했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또 미얀마 군부는 체포영장이 나왔지만, 경찰이나 군이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의 가족을 납치하는 등 집단 체벌도 자행하고 있다고 앤드루스 인권보고관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군부에 반대하는 민주화 진영이 무력으로 군사정권과 싸우고 있죠?
기자) 네. 민주화 진영이 결성한 국민통합정부가 무장조직인 시민방위군을 결성해 미얀마 정부군과 맞서고 있습니다. 한편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와 관련해 미얀마가 격화하는 내전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얀마의 인권 유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자) 앤드루스 보고관은 대화를 통해 해결될 일이 아니라며, 국제 사회가 단합해서 미얀마에 경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얀마석유가스공사(MOGE) 등에 대한 제재로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을 끊거나, 민간용이나 군수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과 무기에 대해 금수 조처를 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