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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위관리 "북한, 제재완화 원하면 미국과 대화해야"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북한은 제재 완화든 경제 발전이든 원하는 것이 있다면 협상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이 대북접근법에 있어 전술상의 차이가 있지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이 북한에 거듭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밝혔습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23일 미국 민간단체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미국은 어디로든 갈 것이며, 어디서든 대화할 것이며, 아무런 전제조건이 없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혔지만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바를 추측하는 것을 멈추고 직접 북한과 마주 앉는다면 진전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램버트 부차관보] “If the North Koreans want sanctions relief, if the North Koreans want a brighter economic future, if the North Koreans want to be accepted i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sit down and talk to us about it.”

제재 완화든 밝은 경제적 미래이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든 북한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미국과 마주앉아 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도 논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북한이 미국에 거듭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는데 대해서는 그 의미가 모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램버트 부차관보] “I think also this question of hostile policy, I have heard from so many academic quarters and well-meaning other diplomats. ‘Well, you need to get rid of your hostile policy’ and then it begs the question ‘OK, what is our hostile policy?’ No one knows. What’s our hostile policy? I defy you to point to something the N Koreans have ever said to define our hostile policy. It cannot be our job to define it for them. Let them define. They’re a sovereign nation.”

램버트 부차관보는 많은 학자들과 선의를 가진 외교관들로부터 ‘미국의 적대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 적대정책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의 적대정책을 규정한 적이 있다면 말해보라”며 그 의미를 규정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는 “바이든 정부는 2018년 미북 싱가포르 선언과 남북 판문점 선언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며 “이 문서들은 오바마 때 문서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비핵화 목표 공유... 유인책에 입장 차”

램버트 부차관보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 사이에 대북 접근법에 있어 전술상 차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램버트 부차관보] “President Moon’s speech that he gave in New York, about an end-of-war declaration is very similar to the speech he gave last year on that. The same topic. This is a recurring emphasis that he himself has. Our concern is that we not give a false narrative to the North that in any way shape or form, that would jeopardize our troop presence in South Korea or the ROK-US alliance. So yeah, we disagree on tactics that’s not a surprise.”
램버트 부차관보는 “종전선언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연설은 작년 연설과 아주 비슷하다”며 “이것은 같은 주제이자 문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우려는 어떤 형태로든 주한미군 주둔이나 미한동맹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는 ‘거짓 이야기’를 북한에 해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이 “전술에 있어 동의하지 않으며,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전술에서 차이가 있다며 “한국 정부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유인책을 제공하는데 있어 미국이 더 빨리 움직이길 원하지만 미국의 접근법은 이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주권 국가를 대화로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다만 한국과 미국이 각각 다른 외교정책을 추진한다면 우려가 되겠지만 두 나라는 함께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인도주의적 지원 의향 있어”

램버트 부차관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에 대해 “바이든 정부는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에 관여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자가 아닌 개인 입장을 전제로 북한에 백신 제공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램버트 부차관보] “I think the offers need to be made because our country has a fine tradition of not letting politics and disagreements get in the way of medical assistance.”

미국은 냉전 시대 때 소련에 소아마비와 백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정치 문제나 이견에도 불구하고 의료지원을 제공한 훌륭한 전통이 있다는 것입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북한에 대해서도 비슷한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미국이 대북 인도지원 제공을 지지하고 한국전 미군 유해 수습 재개 협력을 희망한다며, 북한과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 모색에도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유엔 대북제재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북한과 대화 단절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램버트 부차관보] “With each passing day, week, or month, it’s not just possible, it’s probably that they’re improving their capabilities despite the hardships their people are going through. It’s not a good situation.”

램버트 부차관보는 북한의 최근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와 영변 핵시설 재가동 소식을 언급하며 “매일, 매주, 매달, 시간이 흘러가면서 북한은 주민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무기 역량을 증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국무부 한국과장을 거쳐 트럼프 정부 때 대북특사를 지냈으며 2019년 스톡홀름 미-북 실무 협상에 차석대표로 참여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현재는 한일 담당으로 북한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 않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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