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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탄도미사일' 규탄 이중기준 아냐…안보리 결의 위반, 주변국 위협"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회의가 열렸다. (자료사진)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회의가 열렸다. (자료사진)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 `이중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주변국에 대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가 최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비공개 긴급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 북한은 ‘명백한 이중기준’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3일 담화에서 “안보리가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과 빈번한 공격용 무기 시험들에 대해서는 함구무언하면서도 우리의 정상적이고 계획적인 자위적 조치들을 걸고 든 것은 유엔 활동의 생명인 공정성과 객관성, 형평성에 대한 부정이며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무기 시험은 “안전한 공해상에서 진행됐으며 주변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위협이나 위해도 준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이중기준’ 주장은 최근 북한의 대외 담화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지난달 25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담화에서 선결조건으로 적대정책과 함께 이중기준 철회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자위권 차원 행동은 모두 위협적 ‘도발’로 매도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군비 증강과 연합훈련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것은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만을 국제사회가 문제 삼으며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주장인데, 이에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인식은 간명합니다.

지난달 29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미사일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미사일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4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시험을 금지하는 다수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U.N. Security Council has passed a number of resolutions which prohibit North Korea from developing and testing ballistic missiles. And the reason for that of course is because North Korea produce nuclear weapons in violation of the Non-Proliferation Treaty, so there's no double standard…”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안보리가 이런 대북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며 핵무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이중기준’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등 국제사회는 안보리 대북 결의를 근거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규탄해 왔습니다.

안보리는 2004년 4월 대량살상무기(WMD)와 운반수단의 개발, 획득, 제조, 보유, 운송, 이전 등을 금지하는 결의 154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이어, 이 결의안을 근거로 2006년 7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을 요구하는 첫 결의 1695호를 의결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2호’를 비롯해 연달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존 볼튼 유엔대사는 안보리 연설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미사일 발사뿐 아니라 이런 기술을 확산하려는 경향”을 지적하며 “북한은 탄도미사일 기술과 관련해 세계에서 주도적인 확산국”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존 볼튼 유엔대사/2006년] “It is not just launching of these missiles that poses a threat, but the propensity of North Korea to proliferate this technology. North Korea is the world's leading proliferater of ballistic missile technology.”

이후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겨냥해 더욱 포괄적이고 강력한 결의들을 채택했습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강행 이후 채택된 대북 결의 1718호는 북한에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하며, “모든 기존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CVID)으로 포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대북 결의 1874호를 채택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중단해야 한다”며 규제 범위를 더욱 확장했습니다.

유엔이 이처럼 탄도미사일을 특정하고 있는 것은 이 미사일이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의 운반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안보리 결의는 국제법은 아니지만 유엔 회원국인 북한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안보리 대북 결의가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은 주변국에 대한 “북한의 호전적 역사”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선임연구원] “My simple point would be that North Korea has a record of belligerence. It attacked South Korea in 1950, it never accepted the existence of South Korea. It continues to build weapons intended to give a capability to conquer South Korea. It has conducted now a half dozen nuclear weapons tests, most of them on Kim Jong un's watch…”

1950년 6.25 전쟁 남침에서부터 북한은 한국의 존재를 거부하며 한국을 지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무기를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도 북한의 미사일 관련 안보리 비공개회의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안보리의 여러 결의에 대한 북한의 거듭된 위반”을 상기하며, 이런 위반이 “역내 불안정과 불안을 더 크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중기준 적용을 중단하라는 김여정 담화는 북측의 일방적 주장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여정 부부장이 이 담화에서 한국 정부에 적대시 정책과 함께 이중기준 철회에 대한 “눈에 띄는 실천”을 요구한 만큼 북한은 앞으로도 대남, 대미 메시지에서 이 같은 주장을 계속 제기할 전망입니다.

지난달 말 공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에서도 북한은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를 거듭 언급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여야 한다는 것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거듭된 ‘이중기준 주장’을 ‘동맹들 간 분리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선임연구원] “I think that North Korea is always trying to divide the allies from each other…At a time when U.S. relations with China and Russia are tense and difficult, you know, this kind of an argument may at least be somewhat compelling in Beijing and Moscow or maybe in certain political parties inside of South Korea… don't really believe it's going to give North Korea any particular benefit.”

미-중, 미-러 긴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이런 주장이 중국과 러시아, 또 한국의 특정 정치권에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달 27일 안보리에서 열린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관련 고위급 회의에서 미국과 영국의 호주 핵잠수함 지원 계획과 관련해 “NPT에 대한 편의적 접근, 혹은 이중기준 적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지난달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에서 한국 정부가 ‘도발’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 한국 언론은 김여정 부부장의 ‘이중기준’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북한이 이중기준 주장이 자신들에게 유용하다고 보고 이 전략과 수사를 계속 시도할 수 있지만, 북한에 대북 제재 완화 등 특정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중기준 주장은 한국이 탄도미사일 등 재래식 군사력을 계속 개발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e North Koreans are unhappy that South Korea is continuing to develop its conventional military forces, including ballistic missiles. So, North Korea doesn't like to see the military balance of power shift against the North, which has been happening now…”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은 한국이 강력한 재래식 전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바뀌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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