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50년대 ‘천리마’라는 용어를 앞세워 주민들을 노동에 동원했던 방식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북한의 비효율적 경제 제도 때문에 인적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동아시아어문학과의 김필호 교수는 14일 조지워싱턴대학교가 “북한의 사상과 경제 정책”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웨비나에서, 북한은 1950년대 중반에 썼던 ‘천리마’식 동원 방식을 지금도 주민들에게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필호 교수] “The central question here is the messaging issue, and on the basic level, it hasn't really changed, so at the core, it's about mobilization mass mobilization for labor, and they focus on the speed, production, and of course, output. But I think there's a, you know, subtle shift of focus from traditional heavy industries like steel to science and high technology.”
북한은 1950년대 중반 하루에 1천리를 달리는 말이라는 ‘천리마’라는 용어를 앞세워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의 성과를 내자는 속도전을 목표로 내세웠는데, 같은 방식으로 속도와 생산에 중점을 둔 노동력 동원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바뀐 것이라면 예전에는 철강업 등 전통적인 중공업에 맞춰져 있던 초점이 과학이나 첨단 기술로 옮겨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영화나 TV 드라마와 같은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도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며, 이를 ‘문화로의 회귀’라고 지칭했습니다.
[녹취: 김필호 조교수] “I might say with the new cultural products like films and dramas and things like that, they might want to shift to a more to the cultural side of it and that's what I mean by cultural return. So, yeah, I think there is quite a bit of a shift, but you know the underlying message is, I guess still very much, very much the same.”
김 교수는 하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메시지는 옛날과 거의 똑같다면서, 그것은 주민들을 노동에 동원하기 위한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천리마 속도’, 김정일 시대에는 ‘희천 속도’가 각각 등장했었고,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3년 마식령 스키장 건설 당시 ‘마식령 속도’라는 표현을 처음 쓴 후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이 말을 자주 사용해 왔고, 몇 년 전에는 '만리마 속도'라는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의 중요한 두 가지 사상 중 하나는 사회주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주체, 즉 ‘자급자족’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interesting thing about North Korean ideology to me is it's really two parts to it. One is socialism, of course, the other, of course, is this idea of self-reliance, or Juche, as they would call it. The two are fundamentally opposed to each other, if you think about it, socialism and self-reliance. So here we have, I think what to me is a very dysfunctional system of these two opposing ideologies, it ends up with two prices for everything. And as a result, a lot of inefficiency and a lot of corruption that end up making very poor use of the country’s really strong assets, most importantly, its very strong human capital.”
브라운 교수는 사회주의와 주체는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라면서, 두 개념의 공존은 결국 두 가지 가격 체계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에 따라 많은 비효율성과 부패가 초래된다며, 북한 내 강력한 자산들, 특히 가장 중요한 인적 자본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북한에서 시장이 중요하고 빠뜨릴 수 없는 부분으로 성장한 것은 맞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종일 원장] “Markets have grown more important, and become an indispensable component in North Korea, ever since the Great Famine and economic crisis of the 1990s when the public distribution system nearly collapsed. However, the marketization of the North Korean economy has failed to deliver significant economic results in terms of increasing economic growth and raising standards of living, that we have seen other cases of marketization in form of the centrally planned economies such as China, or Vietnam. One possible answer may be the harsh sanctions imposed on North Korea. But another important factor seems to be the restrictions on marketization imposed by the North Korean authorities themselves.”
하지만 북한 경제의 시장화는 경제 성장률이나 생활 수준에 급격한 변화를 이끌 정도로 중요한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는 겁니다.
유 원장은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중앙 통제의 경제에서 시장화가 벌어지면서 경험한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유 원장은 북한에 대한 제재가 원인의 하나일 수도 있지만, 다른 중요한 요소는 북한 당국이 시장에 대해 내리는 규제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수지 김 럿거스대학교 교수는 단순한 시장의 존재만으로는 북한의 통제 경제의 근본을 흔들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지 김 교수] “The mere existence of markets, in no way, negates the foundations of a command economy, and socialism and marketization are not contradictory in my view is that aspects of so called marketization such as private household plots and new management methods adopted by reforms in North Korea in the last 20 years can be found throughout its history, since the beginning.”
김 교수는 북한에서는 사회주의와 시장주의가 서로 모순적이지 않다며, 지난 20년 간 시장화로 인해 토지의 사유화나 새로운 관리 제도 등을 적용해 왔지만 기존의 체제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