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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미북대화 나올까?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와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19일 오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와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19일 오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외교.정보 당국자들이 잇따라 만나 한국전쟁 종전선언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북한이 이에 호응해 미-북 대화에 나오느냐 여부인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문재인]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지난 9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한국 정부는 전방위 ‘종전선언’ 외교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문 대통령의 제안 다음날인 22일 뉴욕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회담 후 발표된 성명에는 종전선언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나마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이종전선언 논의에 “열려 있다”고 말하는 정도였습니다.

[녹취: 국방부 대변인] “We're open to discussing the possibility of an end of war declaration. Our goal remains as always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peninsula.”

그러나 한국 정부는 끈질기게 미국을 설득했습니다. 정의용 장관은 10월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을 만나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또 일주일 뒤인 12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특히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서울과 워싱턴, 그리고 도쿄와 자카르타를 오가며 지난 두 달간 5차례나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종전선언을 협의했습니다.

한반도 주변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도 이어졌습니다.

노규덕 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중국의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화상회의를 하고 종전선언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노 본부장은 14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러시아의 북 핵 수석대표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과 만났습니다.

이어 노 본부장은 18일 다시 워싱턴을 방문해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만났습니다.

미-한 협의를 마친 성 김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계속 논의할 것이며 자신이 서울을 곧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성 김 대표] “Special representative Noh and I also discussed the ROK’s end of war proposal, and I look forward to continuing.”

한국 언론은 미 국무부가 자체 법률가들을 투입해 종전선언을 검토 중이며 현재 미-한 양국이 종전선언 채택에 대비해 문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South Korean government and President Moon want to achieve...

문제의 핵심은 북한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내고 ‘시기상조’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다 7시간 만에 대남, 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별도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은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끝내고 남북간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는 의미에서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부부장은 25일 또다시 담화를 내고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 수뇌상봉(정상회담)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반나절 사이에 ‘부정적’에서 ‘조건부 긍정’으로 바뀐 겁니다.

또 한국은 제안하지도 않았는데 남북정상회담 의사를 밝힌 겁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냈습니다.

10월 4일 남북통신선을 다시 복원했고, 정권수립일인 9.9절과 당 창건일인 10월10일을 열병식 없이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1일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 전람회’ 기념 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남조선이나 미국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입장과는 달리 이례적인 발언이었습니다.

이같은 북한의 언급에 대해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다시 관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비건 전 부장관] “The fact that N Korea is beginning to send external messages suggests to me that N Korea is at least contemplating...”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북 대화 수용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나는 적당한 명분이 주어지면 북한이 남북대화와 미-북 대화에 나올 것이라는 겁니다.

우선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합니다. 북한은 80만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한데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또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북-중 국경을 열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필요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백신 때문이라도 북한은 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의 숨겨진 딜레마는 백신입니다. 중국제 시노팜 백신은 북한이 거부하고 있고, 러시아 백신은 아직 국제 공인이 안됐습니다. 북한의 선택은 얀센, 모더나, 화이자밖에 없는데, 미국이 도와주지 않으면 풀 수가 없죠.”

또 다른 견해는 북한이 경제난에 시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재 해제가 보장되지 않는 한 미-북 대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11일 연설에서 “미국은 최근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 대신 행동을 보이라는 겁니다.

북한의 내부 상황을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을 미-북 대화 테이블로 이끌려면 종전선언보다는 제재 해제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Sanction relief has to be on the table, upfront…”

현재 한국 정부는 북한을 미-북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2단계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10-11월 중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연말 이전에 남북 화상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조한범 박사는 전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정부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견인의 동력을 확보하려면 이른 시기에, 연말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할 수있는 시간표가 나오게 됩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에 모종의 공감대와 절충이 이뤄지면 2단계로 종전선언과 미-북 대화 재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감대 형성에 실패할 경우 미-북 대화는 힘들어 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켄 고스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중재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를 어느 정도 좁히느냐에따라 미-북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Delegating President Moon as intermediary between Pyongyang and Washington”

북한의 선택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미-북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 아니면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을 반복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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