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국경봉쇄와 대북 제재의 여파로 북한 주민들의 생계가 무너졌다고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코로나 통제를 완화해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유엔 안보리는 민생에 타격을 주는 제재의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북한 당국의 책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2일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유엔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경제난과 민생 악화에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응해 국경이 봉쇄되고 대북 제재가 이행 중이며 국가 계획 경제가 실패한 곤경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물품의) 부족을 겪고 있고 생계가 무너졌다고 우려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우선 북한 당국의 책임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The draconian steps that DPR Korea state has taken to prevent Covid-19 from entering include a policy of shooting individuals who attempt to enter or leave the country. Increased restrictions on freedom of movement and the shutting of national borders have shocked market activity that has become essential for people’s access to basic necessities including food. People’s access to food is a priority concern.”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당국이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가혹한 조치를 취했으며, 국경 통과를 시도하는 이들을 사살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경 봉쇄와 더욱 엄격한 이동 통제는 북한 주민들이 식량 등 생필품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인 시장 활동에 충격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주민들의 ‘식량에 대한 접근’에 가장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이 ‘기아에 대한 두려움’과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에 직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가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대북 제재 체제를 재평가하고 필요하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I have recommended that especially under the circumstances of the Covid-19 pandemic, the Security Council sanctions committee should re-evaluate the sanctions regime under these circumstances and when necessary, to ease those sanctions that bring these obstacles. I made clear point. Not only to the humanitarian assistance operations, but also to the overall possibility of the ordinary people to make their livelihood, for example, if you talk about those sectoral sanctions against the exports of textiles or seafood.”
특히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 뿐 아니라 일반 북한 주민들의 생계에 영향을 주는 직물과 수산물 수출에 대한 ‘분아별 제재’를 완화할 것을 분명히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유류, 기계류, 부품 수입 금지가 북한의 에너지 안보, 민간 운송, 농업, 의료, 위생에 분명히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자신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다만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하면서도 현재 상황에 ‘역설’(paradox)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사회적 경제적 권리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북한 정부가 계속해서 미사일 실험을 감행하며 아마도 자원을 전용하고 있는 것은 ‘역설’이라는 것입니다.
국무부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은 정권 책임”
미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22일 전화 브리핑에서 퀸타나 보고관이 안보리에 분야별 제재 완화를 요청한 것과 관련한VOA의 질문에 북한 정부의 책임을 우선 지적했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Let me start by making the very simple point that when we think about and assess the humanitarian suffering of the people of the DPRK, the simple truth is that the DPRK regime itself is responsible for the humanitarian situation in the country.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regarding the DPRK remain in effect and all U.N. member states are bound by their obligations under those resolutions.”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 정권 자체가 자국내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안보리 결의들은 유효하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결의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Now we are involved in efforts to facilitate the provision of humanitarian aid to the neediest in the DPRK. This is evident in a number of areas including in our ongoing work to expedite approvals in the UN 1718 committee for organizations form around the world to deliver lifesaving aid to the DPRK. The bottom line is that even when we disagree with government or a regime like the DPRK we must work to the best of our ability to alleviate the suffering of that country’s people. This is why we continue to support international efforts aimed at the provision of critical humanitarian aid to the DPRK.”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이 북한의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노력에 관여하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인 ‘1718 위원회’에서 제재 면제 승인을 신속히 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과 같이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나라와도 그 나라의 주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북한에 중요한 인도주의적 제공을 목표로 하는 국제적 노력을 계속 지지하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유엔 회원국들, 북한 인권 상황에 우려
한편 이날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는 퀸타나 보고관의 보고를 시작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유엔 회원국들의 상호 대화가 있었습니다.
미국 대표는 북한 당국의 엄격한 코로나 대응 조치를 지적했습니다.
[녹취:미국 대표] “Your report describes egregious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 exacerbated by the full-scale border shutdown, internal travel restrictions and restricted imports of humanitarian supplies.”
미국 대표는 퀸타나 보고관의 보고서는 “전면적인 국경 봉쇄, 국내 여행 통제, 인도주의적 지원 수입 제한 등의 조치로 북한 내 지독한 인권 유린 상황이 더욱 악화된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대표는 북한 내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유린 실태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영국 대표] “Human rights violations in the DPRK remain widespread and systematic and the perpetrators unaccountable. The DPRK regime uses its system of repression to ensure resources are diverted towards an illegal weapons program whilst failing to provide for its people’s basic economic needs and rejecting UN resolutions calling upon it to meet its human rights obligations.”
영국 대표는 “북한 내 인권 유린 상황은 여전히 광범위하고 조직적이며 인권 유린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북한 정부는 체계적으로 주민들을 억압하고, 자원을 불법 무기 개발로 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주민들의 기본적인 경제적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인권을 존중하라는 유엔 결의안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독일 대표는 특히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이들을 깊이 우려한다며, 북한 당국의 코로나 대응 조치들은 국제 인권 의무를 노골적으로 위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과 납북자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은 발언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의 유엔총회 참석은 이번이 임기 중 마지막입니다.
지난 2016년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를 통해 임명된 퀸타나 보고관은 내년 상반기에 6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며, 인권이사회는 내년 6월 정기이사회에서 후임자를 선출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