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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정원 "신의주-단둥 열차 11월 재개 가능성"...전문가 "북한 경제난 버티기 힘든 수준"


지난 2017년 중국 단둥 '중조우의교' 입구에서 북한 신의주로 가는 화물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7년 중국 단둥 '중조우의교' 입구에서 북한 신의주로 가는 화물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국가정보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끊겼던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간 열차가 다음달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장기간 무역 봉쇄로 더 이상 경제난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끊겼던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열차 운행이 다음달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육로 개방 움직임을 전했습니다.

하 의원은 “북한은 열차 편을 이용한 화물운송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운영 계획을 중국·러시아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중국과의 장기간 무역 봉쇄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사례도 적시했습니다.

북한 중앙은행이 용지와 특수잉크 수입 중단으로 화폐 인쇄에까지 애를 먹고 있고 필수약품 품귀 현상으로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이 확산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8월엔 북한 남흥청년화학공장이 한정된 설비와 자원에도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하다 과부하 폭발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대외교역 확대를 꾀한 북한은 지난 7월 이후 선박편을 통한 인도 물자 반입을 확대했고, 8월부터는 의료 방역 물자 반입도 일부 허용했습니다.

국정원은 “방역을 위한 반입 물자가 항구에 적체되면서 유일한 북-중 교역통로이자 최대 무역항인 남포항이 포화 상태”라며 “평북 룡천항 추가 개항을 준비하는 동향이 보인다”고 보고했습니다.

차덕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신의주-단둥 간 열차 운행 재개 가능성에 대해 상황 변화가 확인되지 않아 정확한 시점을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북-중 접경 지역에서 방역시설 구축 등 물자교류 재개를 준비하는 동향들이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지난 4월부터 북-중 간 열차 운행 재개 소문들이 현지에서 꾸준히 돌았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7월의 경우 10월 18일 날짜까지 특정해서 철도를 연결한다는 소문이 나서요, 단둥과 신의주가 매우 분주했었다는 설이 있고 지금 나오는 얘기는 11월엔 반드시 연다는 얘기가 다시 단둥 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조 박사는 무역 봉쇄로 인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조미료와 식용유 밀가루 설탕 등 필수품의 고갈상태가 버티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특히 일부 학용품 예를 들면 볼펜심 같은 경우도 수 십배 이상, 거의 100배까지 올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지금 고갈된 상태거든요. 그러니까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거에요. 따라서 열긴 열어야 하는데 북한 입장에선 이게 뚫리면 정권 안보가 뚫린다는 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열기는 열되 매우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일부 필수품목에 한해서는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고 봐야죠.”

국정원은 북한의 올해 식량 작황이 일조량 증가로 지난해보다 나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무역 봉쇄로 곡물 수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주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식량난과 관련해 "살얼음 걷는 심정이고, 낟알 한 톨까지 확보하라"며 전 주민동원령을 내렸습니다.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지난해 태풍과 폭우 피해가 집중된, 북한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이 올해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북한 전체 곡물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옥수수는 봄 날씨가 좋지 않아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조 소장은 낫으로 베서 말려 탈곡하는 북한의 낙후된 추수 방식은 벼 낟알 유실률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벼이삭 줍기에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올해도 벼 이삭 줍기를 엄청 하고 있거든요. 땅바닥에 흘린 것 쥐가 먹지 못하게 사람이 먹어야 된다고 거기에 사람들, 학생들 동원해서, 아줌마들 동원해서 논판이 하얗게 벼 이삭 줍고 있다는데, 자발적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어요. 벼 이삭 주워서 자기 주머니에 넣을 수 있으니까.”

조 소장은 생활고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최근 유언비어나 불만의 소리를 통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북한이 공식적인 강연이나 학습을 통해서 유언비어 통제를 하고 있어요. 주민들한테 힘들다, 어렵다 이런 말을 하고 다니지 말라고 대놓고 학습제강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런 걸 봐서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실제 내부사정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조 소장은 북한이 추가 개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국정원이 전한 룡천항에 대해선 중국과 교역할 수 있는 최단거리 항구로, 철도가 연결돼 있고 이곳을 통해 중국에 석탄 등을 수출하는 대중 교역의 요충지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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