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한 지 1년이 훨씬 지난 가운데 중국의 북한 관문인 랴오닝성 단둥의 경제가 얼어붙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 넘어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설탕 등 소비재 수입이 끊긴 가운데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중 무역의 주요 관문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경제가 북한의 국경 봉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0일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지난달 말 단둥 현지를 방문한 결과 곳곳에서 국경 봉쇄의 여파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식당에서는 대동강맥주 재고가 떨어지는 등 북한산 수출품 대부분의 공급이 끊겼고, 번화가인 전싱구의 무역회사들은 문을 닫았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 노동자 5만에서 7만 명이 중국에 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500m 떨어진 단둥을 통해 북중 무역의 80%가 지나간다고 밝혔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조 속눈썹과 가발의 원자재를 북한의 공장으로 보내 반가공한 뒤 다시 수입해 완성하는 사업이 활발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지에서 속눈썹 제조 사업을 하는 추이 씨는 이 신문에 “지난해부터 모든 사업이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전에는 인구 250만 명의 단둥시에서 물류산업이 현지 총생산의 가장 큰 부분인 20.6%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로 단둥의 관광 산업도 초토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분 동안 배를 타고 북한을 바라보는 관광 상품의 경우 코로나 전에는 하루에 최소한 8척의 배가 운행했지만 올해는 3척에서 4척 밖에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지 가이드는 코로나 이후로는 배를 타도 국경 너머의 북한 주민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황금연휴인 노동절, 5월1일에서 5일 사이에도 단둥은 특수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매년 노동절 연휴에는 약 2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단둥을 통해 북한 여행을 떠났고, 이는 매년 북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80%를 차지했지만, 올해 단둥을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습니다.
영국 로이터 통신도 지난 달 단둥 현지 보도를 통해 단둥의 상점과 사무실들이 닫혀 있다고 전했습니다. 단둥에서 여행 사업을 하는 정칭주안 씨입니다.
정 씨는 “북중 국경이 열리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현지에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 가장 큰 타격... 식량과 소비재 부족
국경을 넘어 북한 쪽에서는 주민들이 국경 봉쇄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10일 VOA에 북중 국경 봉쇄로 “소비재의 북한 유입이 중단돼 주민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브라운 교수] “It’s affecting mostly people I think because what they stopped doing is importing consumer products. A good example is sugar. So the price of sugar goes way up.”
특히 설탕 수입이 중단돼 북한에서 설탕 가격이 치솟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 방역 조치로 북한 장마당 운영 시간이 단축됐으며, 식량이 북한 내에서 이동을 하지 못해, 일부 지역들은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전반적으로 북한 경제가 견디고는 있지만, 국경 봉쇄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도 10일 VOA에 북한 경제가 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북한 경제 성장률이 -8.5%에서 -10% 정도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스탠가론 국장] “But there’s a good chance, given internal restrictions as well, reports have indicated the markets have been shut down in some cases as little as two hours a day, that the economy could be contracting even further than that.”
스탠가론 국장은 “북한 내부의 코로나 관련 제한 조치들을 감안하면 북한 경제는 더욱 축소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시장은 하루에 두 시간 밖에 열지 못한다는 보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탠가론 국장도 설탕 등 일부 생필품 부족 현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미 농무부는 코로나 이후 북한 주민 100만 명이 추가적으로 식량 부족을 겪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수준의 위기는 아니지만, 보건 상황이 북한 주민들의 식량 접근 수준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자급자족으로 버티는 중... 외부지원 구해야
스탠가론 국장은 북한 정부가 군량미를 풀면서 경제적 위기 상황을 버티고 있으며, 주민들은 하루 식량 섭취량을 줄이면서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천연 자원이 많고 자급자족 비율이 높기 때문에 무역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버티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브라운 교수] “So it’s not that they can’t survive without trade but they can’t grow. The problem is they can’t grow their economy without trade. What they need now and what is really looking bad for the near future is investment. What they’re doing basically is consuming everything they make.”
브라운 교수는 무역 없이도 북한이 생존을 할 수는 있지만, 경제를 성장시킬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현재 생산하는 모든 것을 소비하기만 하고 투자를 하지 않고 있으며, 기계류를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탠거론 국장은 “현재 북한 경제가 계속해서 악화되는 상황 가운데 놓여 있다”며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북한 당국이 더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외부 세계의 대북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라는 것입니다.
[녹취: 스탠거론 국장] “There’s clearly opportunities for aid. S Korea has offered, China and Russia have provided some, I’m sure they would provide additional aid. The U.S. may be open to providing aid similar to as it was under the Trump administration…”
중국과 러시아가 일부 지원했고 추가로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도 지원 의사를 밝혔고, 미국 또한 트럼프 정부 때 처럼 바이든 정부도 대북 지원에 열려 있을 수 있다고 스탠거론 국장은 말했습니다.
스탠거론 국장은 국제사회가 북한에 코로나 관련 의료 지원이나 식량 지원, 비료와 농자재 부품 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조만간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