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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장관 "미-한 종전선언 큰 원칙 합의"…실현 여부 주목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미국과 한국이 종전선언 논의에 대해 상당히 조율을 끝내고 큰 원칙에 합의했다는 한국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실제 종전선언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한 두 나라가 의견차를 좁힌다고 해도 북한과 중국 등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많아 실제 성사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11일 한국 국회에서 “미국도 종전선언의 필요성, 어떤 형식으로, 어떤 내용으로 추진해야 하는지에 관해 우리 정부와 의견이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정 장관은 미-한 두 나라가 종전선언 논의에 대한 조율을 상당히 끝내고 큰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혀, 두 나라가 종전선언과 관련한 상호 입장차이를 좁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한국 문재인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추진해 온 것이지만, 최근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관련국들에 거듭 이를 제안하면서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난 9월21일 뉴욕 유엔본부 기조연설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내비치는 것과는 달리 핵심 당사국인 미국은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아껴왔습니다.

국무부는 ‘종전선언’과 관련한 VOA의 질문에 매번 즉답 대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달성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또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18일 국무부 청사에서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미-한 북 핵 수석대표 협의 뒤 기자들에게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계속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성 김 대표는 이후 한국에서 열린 미-한 북 핵 수석 협의 이후에도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모색해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 미국의 구체적인 입장은 여전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이 지난달 26일 백악관 정례브리핑에 참석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이 지난달 26일 백악관 정례브리핑에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다른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설리번 보좌관] ““And we may have somewhat different perspectives on the precise sequence or timing or conditions for different step…”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달 26일 ‘종전선언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촉매제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순서와 시기, 조건 등에서 한국과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답변한 겁니다.

여기에 종전선언을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으로 보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다뤄질 수 있는 사안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미국 내 전문가들의 분석까지 나오면서 두 나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이해가 깊어졌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이 "상당히 조율을 끝내고, 큰 원칙에 합의했다"는 정의용 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실제 두 나라가 종전선언을 추진할 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VOA는 정의용 장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국무부에 문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한국이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쪽으로 의견 일치를 이뤘다 해도 실제 종전선언이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종전선언을 위해선 미국뿐 아니라 북한은 물론 중국의 합의까지도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의용 장관은 ‘종전선언이 무난한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한국 의원들의 질문에 “그렇게까지 낙관적으로 보진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좋은 구상’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동시에 종전선언에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에 앞서 자신들에 대한 이중적 태도와 적대시 관점, 정책들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은 최근 유엔총회 4위원회와 6위원회에서 잇달아 유엔군사령부의 즉각 해체를 촉구했는데, 북한이 종전선언을 명분 삼아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사 해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이런 발언은 종전선언 현실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를 위해 미-한 연합훈련 중단과 일부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선결조건이 결과적으로 종전선언 추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종전선언의 또 다른 당사국으로 거론되는 중국은 최근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류샤오밍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 1일 한-중 북 핵 수석 협의에서 “중국은 한반도 사무의 중요한 당사국이자 ‘조선 정전협정’ 체결국으로서 한반도 평화 논의 추진, 종전선언 발표 등 사무에 관해 관련국과 소통을 유지하며 건설적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당사자로서 마땅한 역할을 하겠다’는 과거 추상적인 입장과는 대비되는 것으로, 실제 중국이 종전선언 논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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