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세부 안건들을 다루는 유엔총회 6개 위원회가 의제 토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올해도 각 위원회에선 북한 등 한반도 관련 사안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고, 각국 대표들의 설전이 있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유엔총회 6개 위원회 중 북한과 관련한 내용이 가장 많이 다뤄진 곳은 올해도 군축과 국제안보 문제를 다루는 제1위원회였습니다.
핵은 물론 재래식과 생화학 무기 등 북한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안들을 놓고 토론을 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각국의 입장과 시각이 드러났습니다.
올해 1위원회 회의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전반적으로 북한 문제를 언급하는 나라들의 숫자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유럽 나라들이 일제히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놓은 점입니다.
1위원회 첫 토론회 날인 10월4일 덴마크와 유럽연합, 스웨덴 대표 등이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강한 우려를 제기했고, 이후 며칠 간 이어진 회의에서도 독일과 프랑스, 아이슬란드, 영국 등이 한 목소리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즉 ‘CVID’를 주장하며 북한을 몰아세웠습니다.
10월6일 회의에서 발언을 한 에이든 리들 제네바 주재 영국 군축대사입니다.
[녹취: 리들 대사] "The UK remains concerned by the development of DPRK’s illicit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mes. The DPRK’s recent ballistic missile launches on 27 September, in violation of multiple UNSCRs, are a clear indication that sanctions targeting these prohibited programmes must remain in place and be strictly enforced by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e call for the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sation of the DPRK, and urge the DPRK to return to dialogue with the United States.”
리들 대사는 영국은 북한의 불법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 우려하고 있다며, 9월27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발사는 제재가 그대로 유지되고 국제사회에 의해 엄격히 시행돼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자국을 겨냥한 유럽 나라들의 발언에 대해 ‘반박권(Right of reply)’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특히 자국을 언급한 나라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한반도의 위중한 상황의 책임이 ‘북한이 아닌 미국에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미국이 자신들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왜 북한만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는 논리였습니다.
미국은 올해 1위원회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북한을 규탄하는 움직임에는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이 이뤄진 2018년부터 관측되기 시작한 분위기가 올해에도 이어진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1위원회는 물론 다른 위원회에서도 미국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특별정치와 탈식민 문제’를 다루는 4위원회와 ‘법률’을 다루는 6위원회 회의에서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주장하면서, 미국이 유엔사를 이용해 한국에 대한 점령을 합법, 영속화하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4일 6위원회에서 발언한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인철 서기관입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In order to shift the responsibility for the unleashed Korean War onto the DPRK and legitimize its military intervention in 1950, the U.S. took advantage of the former U.S.S.R. boycott of the UNSC meetings to engineer the establishment of the “Unified Command under the U.S.” and later craftily coined it into the “United Nations Command.”
한국전쟁의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고 1950년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국은 옛 소련의 유엔 안보리 불참을 미군 산하 통합사령부를 설립하는 데 이용했고, 이후 이를 교묘하게 유엔사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 같은 북한의 문제 제기에 미국은 별다른 반박 없이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인권을 다루는 3위원회에선 북한을 비판하는 데 있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미국은 특히 북한 내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추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인도적 위기 대응 등을 강조한 3위원회의 북한인권 결의안에 올해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심 파라 제76차 유엔총회 미국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3위원회 회의에서 공동제안국 참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파라 대표] “The United States is proud to co-sponsor this resolution. Human rights and humanitarian situations in the DPRK remain dire…”
파라 대표는 북한의 인권과 인도주의 상황은 여전히 끔찍하다며, 살인·고문·강제낙태·성폭력·차별 등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끔찍한 인권 침해’를 밝힌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의 최종보고서는 북한의 현 인권 상황을 이해하는 데 여전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3위원회에서는 북한과 일본이 각각 역사와 납치자 문제로 서로를 규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10월7일 제 3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한 기무라 테츠야 유엔 주재 일본대사입니다.
[녹취: 기무라 대사] “The issue of abductions by North Korea is a matter of serious concern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a serious issue for Japan, as it affects the national sovereignty and the lives and safety of our people."
북한의 납치 문제는 국제사회와 일본의 심각한 우려 사안이며, 국권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이에 대응한 북한 측 대표의 발언입니다.
[녹취: 북한 대표] “Frankly speaking, the DPRK is not very victim of the abduction issue. As attested by history, Japan is the world's worst war criminal and kidnapping state on record…”
솔직히 말해서 북한은 납치 문제의 피해자이며,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와 같이 일본은 역사상 최악의 전범국이자 납치 국가라는 주장입니다.
이후 양측은 한 번씩 더 발언권을 얻으면서 설전을 이어갔습니다.
한편, 경제와 금융 문제 등을 다루는 2위원회에선 북한의 국제 차관에 대한 내용이 언급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러시아 대표는 지난달 13일 열린 2위원회 회의에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문제를 지적하며, 러시아가 북한과 쿠바, 탄자니아 등의 부채를 탕감해 준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유엔총회 6개 위원회는 일반적으로 10월과 11월 토론을 벌인 뒤 이를 토대로 마련된 결의안을 12월 중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합니다.
올해는 1위원회가 통과시킨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결의안 3건과, 3위원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1건이 다음달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